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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 6
게시물ID : humorstory_4487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효표(가입:2017-05-04 방문:53)
추천 : 2
조회수 : 8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0 23:42:07
수능의 계절이 왔다. 보통 내 생일 전후로 수능 날이 확정되었었지만, 이 때는 국가적으로 무슨 일이 있어 수능이 미뤄졌던 걸로 기억한다.
사실 이때쯤엔 내가 포기한 상태였다. 일주일에 4번 이상, 많으면 7번 정도 술을 마셨다. (그래서 그런가 이 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평일엔 학교다녀와서 과제하고 치맥하고, 주말은 알바 끝나고 삼겹살에 소주가 기본이었다. 가끔 불닭에 소주.

친구들의 말대로, 차인 것 같았다. 그리고 A는 정말 독하게 공부했었나보다. 연락이 단 한번도 없었다.
다음 카페 역시 들어오지 않았다. 카페채팅도 더 이상 재밌지 않았고, 카페 활동도 뜸해졌다.
대신에 서비스업 알바를 하면서 손님들과 친해졌다. 같이 일하는 잘생긴 친구 덕분에, 이쁜 아가씨들도 많이 왔다.
뭐...결국 이어진 적은 한번도 없었지만.

그렇게 그렇게 결국 수능날이 왔고, 수능 당일 저녁부터 알바는 손님이 엄청 많아졌다.
그래서 사장형은 나를 다시 전일제 알바로 변환시켰고, 난 매일매일 알바를 하느라 힘들어졌다. 
다행인 것은 학기가 끝나가는데, 어차피 2학기 중간을 술로 망쳤기 때문에 기말 시험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는 것? 
(나중에...4학년 때 땅을 치고 후회했다.)

어느 날이었다.

"잘지내요 오라바니?"

A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A는 그 고백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다.
나도 물어보지 않았다. 난, 두려웠다. 대답은 거절일 것 같았다.
그냥...이전처럼 다음 카페 채팅도 하고, 문자도 하고...그런 사이로 돌아갔다.
근데 그게 너무 힘들었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친구들은 빨리 다시 고백하라고, 성공일거라고, 아니면 연락 안했을거라고 이야기 해줬다.
하지만 난, 이미 마음을 정리했다고 생각했었다. 걔는 분명 대학교 가면 더 좋은 남자, 더 잘생기고 더 몸좋고 더 공부 잘하는 남자랑 행복할텐데,
나때문에 그런 기회를 놓치게 만드는 건 A를 위한 것이 아니라고 느껴졌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은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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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새로 난 내용이 있어요. 아마도 4번과 5번 사이 쯤?>

연락이 끊기기 전이었으니....가을이 되기 전인건 확실한데, 언제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날, A가 서울 근처에 올 일이 생겼다면서 내게 혹시 만날 수 있냐고 물어왔다.
아버지가 어디 일이 생겨서 올라오는데, A가 같이 올라오기로 했다면서.

안산역...이었던 것 같다.

역에서 내려서, 말해준 무슨 랜드마크를 찾아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내 평생 자랑할 것이라면, 난 약속시간 보다 30분~1시간 전에 도착해서 다른 사람을 기다린다.
(내가 늦으면, 그건 진짜 무슨 큰 일이 난 경우일 것이다.)

어쨌든. 기다리던 그 랜드마크 앞에서 보이던건, 5060인지 4050인지 를 위한 카페? 노래바? 뭐 그런거였던 것 같다.
저런 곳에선 뭐를 할까? tv에서 보는 불륜의 현장들이 저런 곳일까? 라는 뻘생각을 하면서
폰으로 '놈' 게임을 하며 뭐 그렇게 기다렸던 것 같다.

그렇게, A가 왔다.
도도해보였던, 차가운 도시 여자같은 모습의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작고, 귀엽고, 새까만 머리의 새까만 눈, 그와 대조되는 정말 하얀 피부. 그래서 눈과 머리카락이 더 까맣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다.
처음 보는 거였지만, 왠지 엄청 오래 만난 친구처럼 서로 장난도 치고, 웃는 소리는 진짜 '푸후후' 였다.

어디 잠깐이라도 앉아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걷는데, 캔모아 같은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beer' 라고 써있는 카페를 들어갔다. 어두컴컴하고, 약간 끈적이는 jazz 음악이 들리는게...왠지 오면 안되는 곳을 온 것 같았다.
난 그때 뭘 시켰는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커피류 무언가를 시켰고, A는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그때 처음 알았다. 커피는 종류가 많구나.)
그때부터 나도 레모네이드를 좋아하게 되었다.

약 두어시간? 시간이 너무 빨리 갔다.
너무, 정말 너무하게 빨리 갔다. A는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고, 내가 데려다준다고 했더니 괜찮다고 했다.
아버지께 걸리면 큰일난다고, 혼자가겠다고 했다. 친구 보러 온다고 거짓말 했다더라.

그렇게 떠나고 나서, 다시 역으로 가는 버스에서 난 노을을 봤다.
무슨 다리를 건넜나 그랬는데..강물인지 호수인지에 빨갛게 노을이 졌다. 정말, 황홀했다. 천국에 온 것 같았다.

"내리세요"

난 겁쟁이 길치라서, 타면서 미리 버스기사님께 안산역에서 말씀좀 부탁드린다고 했다. 
내리라는 말이 들릴 때 까지 내 머리속엔 하얗고 까만 A와, 빨갛게 물들은 노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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