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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똥썰.txt
게시물ID : humorstory_4488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어떤것
추천 : 3
조회수 : 470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9/02 00: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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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친구의 똥썰. 문득 생각나 써봅니다. 친구의 인권을 위해 이름을 이니셜로 처리합니다.


우리 친구들 중 가장 독보적인 개성을 자랑하는 N은 그 왕성한 식욕 만큼이나 배변활동이 잦은 화장실의 정령이었다. 밥먹고 나면 화장실, 간식먹고나면 화장실, 야자시간에는 화장실에서 살았고 수업시간에도 공공연히 화장실에 다니던 아이. 선생님들은 쟤 똥꼬에 굳은살 베기겠다며 걱정하는 수준이었다.

그 중 독특한 것은 아침배변으로 하루 운세를 측정하는 N의 습관이었다. 크기가 굵고 길며 끊어짐이 없을수록 그 날의 운세가 좋으며, 염소의 것과 유사하게 작고 여러개이며 냄새가 심하면 운수가 나쁘다는, 일종의 샤머니즘이었다. 과연 자칭
 부두교 신자 다웠다.

그러던 어느날, 우리는 놀토를 맞아 다같이 제물포로 놀러가기로 했다. 으레 그렇듯 오락실과 노래방, 영화관을 쭉 돌고 저녁은 J의 집에서 먹는 정규코스였다. 그런데 그날따라 N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내릴 것만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N을 본 우리는 평소 똥꼬발랄한 아이의 심각한 모습에 걱정이 되었다.

"왜그래? 무슨 일 있어?"

"...아침똥이 설사였어."

우리 모두 심각해졌다.
N의 튼튼하다 못해 혹시 호문클루스나 인조인간의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강력한 위장에서 설사라니. 보통 불길한 것이 아니었다. 고대 중국에서 머리가 둘달린 돼지가 태어나거나 사람의 말을 하는 소가 나타나 멸망을 예언하는 것과 비슷한 흉조였다. 그러나 2주에 한번있는 놀토를 집에서 보내기에는 우리들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청춘이었고 결국 두려움에 떠는 N을 설득해 집에서 죽느니 놀다가 죽으라며 기어코 그를 데리고 지하철로 향했다.

첫번째 코스는 오락실. 당시 나와 Y는 던젼 앤 드래곤에 빠져 살았고, J와 K, 그리고 N은 이니셜D라는 드라이빙 게임의 중독자였다. 특히나 이니셜D에 푹 빠진 셋은 평소에도 교과서를 핸들삼아 상상드라이빙을 하다가 선생님의 몽둥이와 접촉사고가 나곤 하는 중증 중독자였는데, 그날은 마침 평소 승부사 기질이 강한 N과 J의 배틀이 있던 날이었다.

그날은 뭔가 달랐다. 본래 J쪽이 경험이 더 많아 아슬아슬하게나마 N이 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날 N의 드라이빙은 압도적이었다. 거칠지만 속도를 떨어트리지 않는 코너링, 직선구간에서 도로를 지배하는 컨트롤과 공격적인 배후 공략까지. 랩타임 차이를 거의 10초이상이나 두며 J를 꺾은 N은 승부가 나자마자 의자에서 일어서며 승리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리고 안색이 안좋아졌다.

뭔가 조심스러운, 엉덩이와 바지 사이에 최대한 많은 공간을 확보하려는 듯한 아치형 허리. 에어컨이 빵빵했던 오락실 공기를 의식한 희미한 호흡. 추울정도로 차가운 실온에도 맺히던 식은땀. 승리의 쾌감과는 뭔가 다른 쾌감이 전신을 지배하는 듯한 분위기.

잠시 후 N은 화장실에서 조심스레 나왔다. 나와 친구들은 그를 놀리며 바지에 큰걸 보지는 않았냐며 엉덩이를 툭툭 쳤지만 의외로 바지에선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설마 이 나이에 바지에 똥을 쌀리가... 하지만 잠시후 소변을 보고 나온 K의 증언에 의해 의문의 흰색 빤스가 대변기 옆 휴지통에 버려져있음이 공표되었고 J는 N을 일컬어 팬티를 내주고 승리를 가져갔다며 전쟁없이 거란을 물리친 서희에 빗대어 찬사하였다. N은 서희가 소손녕 갈구듯 J를 갈궜다.

그러나 거기가 불운의 끝은 아니었다.

평소 자주가던 분식집으로 향하던 우리의 눈에 띈 것은 새로생긴 닭꼬치 집이었다. 당시 매운맛을 단계별로 조절하는 종류의 음식이 꽤나 인기가 있었는데, 대세에 따른 것인지 그 닭꼬치 집도 매운맛이 일곱가지 정도로 분류되어있었다. 다시금 우리들의 승부욕이 치솟았다.

아저씨에게 가장 매운맛 꼬치를 하나 주문하자 주인 아저씨는 내가 비록 장사하는 몸이지만 그건 사람먹을 물건이 아니라며 우려의 뜻을 표했다. 그러나 우리는 단호했다. 3천원을 건네는 Y의 손이 비장하게 떨렸고, 우리의 굳은 뜻을 알았는지 아저씨도 말없이 닭꼬치 하나를 불에 올렸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양념을 꺼내왔다.

오죽이나 잘 팔지 않는 메뉴면 양념이 냉장고 안에있을까... 흰 락앤락 통 뚜껑이 열리자 인근 모든 사람들의 콧속 점막을 후벼파는 듯한 강렬한 향기가 뿜어져나왔다. 이건 아니다 저건 먹으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머릿속을 스쳐지났으나 사나이 가는길에 번복이란 있을 수 없는 법. 곧이어 뜨겁게 익은 꼬치에 뻘겋다 못해 거무죽죽한, 혹시 용암이 아닐까 싶은 양념이 발려나왔다.

승부는 단판승부. 가위바위보를 해서 꼴찌가 한입씩 먹기로 하고나자 우리 사이에서 은밀한 긴장감이 흘렀다. K의 신호로 모두의 손이 하나로 모이고, 거짓말처럼 J 혼자 가위를 냈다. 나머지 모두는 주먹이었다. J의 뒷덜미에 식은땀이 보였다. 에이 이까짓거! 라며 평소 매운걸 잘먹는 J는 호기롭게 한칸을 크게 베어물었고 곧이어 톼! 하는 소리와 함께 J의 입에서 씹다만 닭고기가 탈옥했다.

흡사 오장육부를 비틀어 짜내는 비명이었다. 일말의 지체도 없이 맞은편 편의점으로 달려간 J가 아침햇살을 한병 통째로 입에 들이부었으나 진화의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후일 J의 평에 의하면 차라리 최루탄으로 샤워를 하고 말지 그 닭꼬치는 다시는 먹지 않을 거라 했다. J가 빠진 나머지 네명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남은 닭꼬치는 세 칸. 한명을 제외한 모두가 저런 꼴이 나리라. 급기야 K가 몰빵을 제안했다. 그건 왠지 현명한 선택같았다. 어차피 하나를 먹으나 세개를 먹으나 똑같은 데미지를 받을터, 희생자를 줄이는게 어떻냐는 거였다.

승부는 다시 불타올랐다. 이번에도 똑같은 단판승부 가위바위보. 그러나 중압감은 세배. 평소 매운걸 잘 못먹고 유약한 Y는 거의 울것같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몇판을 걸쳐도 승부가 쉽사리 나지 않았다. 십여회의 가위바위보가 지나고 아직도 복통에 시달리던 N이 땀을 닦으려 이마위로 손을 올리자 그 틈을 노린 K가 구령을 넣었다. 가위바위보!!!

N이었다. 그의 아침똥은 오늘 그가 몹시 힘드리란걸 예언한게 맞았다. 

이건 불공평하다, 을사조약에 버금가는 날치기라며 N은 저항했으나 승부의 법도는 지엄한 법. 곧 반항은 잦아들고 N은 마치 마약중독자처럼 떨리는 손으로 닭꼬치를 잡았다. 흔들리는 동공, 메마른 입술. 평소 먹성이 좋은 N이었으나 그때껏 침을 폭포수처럼 흘리는 J의 모습을 보곤 식욕이 싹 가신 효정이었다.

눈을 질끈감은 N은 알수없는 괴성을 내지르며 닭꼬치를 옆으로 훑었다. 꼬치에 입을 다치지 않고 양념 한방울 흘리지 않는 고급스러운 테크닉. 과연 먹방계의 지존 N 다운 기술이었다. 매운맛을 느끼지 않고 바로 삼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몇번 씹지도 않고 꿀떡꿀떡 넘긴 N은 그러나 채 5초도 버티지 못하고 곡소리로 요들송을 불렀다.

1.5리터 우유를 한팩 사다가 마치 호로관 여포가 술붓듯 마셨으나 매운맛은 가시지 않았고 잠시 후 지나치게 강렬한 자극에 N의 입술이 쿤타킨테 처럼 부었다. 그날 N은 우피 골드버그라는 별명이 생겼다. 그리고 그날 저녁, 급하게 마신 우유와 핵폭탄맛 닭꼬치는 N의 항문을 사정없이 고문했고, 다음날 N은 학교에 나오지 못했다. 급성 위염이라 했다. 우리는 틀림없이 위보단 똥꼬의 문제이리라 짐작했다.

그리고 그 닭꼬치 집의 매운맛 단계는 6단계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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