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으로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다.
청소년들에게 이 책(서갑숙 著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을 읽어보게 한 다음
이것이 '유해한 음란 출판물' 인지 반응을 들어보라.
안마시술소와 단란주점, '과부촌'과 '미인촌'의 간판이 불야성을 이루는 나라를 만들어 놓은 어른들이
이 정도의 책을 가지고 난리를 치는 것을 보고 무어라 할 것 같은가.
나는 나이 마흔이 넘은 지가 벌써 오래전인데도 아직 어른 대접을 못받고 있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사법고시를 통과한 내 친구들이 국립 사법연수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영화 검열에서 삭제한 부분만을 모아서 보여주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었다고 한다.
젖꼭지가 나왔다거나, 음모(陰毛)가 노출되었거나, 관객들에게 성적모욕감을 준다는 이유로
가위질한 장면들이었다. 나는 그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너 그걸 보고 모욕감을 느꼈니? 혹시 여자를 강간하고 싶은 욕구를 느꼈니?"
"아니."
"그럼 넌 봐도 괜찮은데 난 왜 안되지?"
나는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두 종류의 국민이 있는가 보다.
하나는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는 미숙하고 우둔한 국민이요,
다른 하나는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것을 대신 판단해주는 검열자들이다.
우리는 정말 '민주공화국'에 살고 있는가?
유시민 著 WHY NOT?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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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은 유시민 진보정의당 중앙운영위원의 2000년 저서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12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최근 아동청소년보호법 논란과 담배가 성적모욕감을 준다는 서울대 여성단체 논란
이 두 사건이 떠올라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