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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으로 나오자마자 폐가 터질만큼 숨을 들이켰다.
게시물ID : lol_469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판다애니
추천 : 14
조회수 : 676회
댓글수 : 18개
등록시간 : 2014/03/24 00:25:24
부글부글. 

어둡다. 

너무 어둡다. 

내가 태어난곳은 빛도 구원을 할수없다는 심해. 

제 1 심해층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한치 앞을 볼수없는 어둠. 

그러나 밑을 내려다보면 붉은빛의 용암이 흐릿하게 보이는 곳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고 있으면 주위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여기는 감옥이야. 

우리는 99%다. 

Keep your place! 

나도 그 목소리들에게 동의하는 마음이어서 잠자코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난 롤방송이라는걸 처음봤다. 

해물파전이라는, 왠지 우리를 잘잘 썰어 만든거 같은 삘의 동족상잔 bj가 하는 방송이었다. 

그 사람은 해저층이었다. 

다 같은 바닷속이지만, 그들만의 엄격한 룰이 있는 그곳. 

나같은 심해인은 감히 대화도 걸수없는곳에 있었다. 

해저인이라도, 그는 밝게 웃으며 게임을 했다. 

자기가 따여도 헤헤 애니비아 궁뺐으니 이득이죠. 하며 멘탈케어를 했다. 

난 그걸보며 참 방송질 하기도 힘든 세상이네. 

라고 말했다. 

하지만, 난 그곳이 부러웠다. 

도대체 얼마나 이곳보다 좋길래. 

그렇게 웃으면서까지 게임을 할수있는건가. 

롤을 웃으면서 하는 사람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눈을 떴다. 

이곳에 태어난뒤부터 감고 있던 눈을 떴지만, 내가 뜬건지 감은건지도 알수없었다. 

그리고 무작정 위로 헤엄쳤다. 

처음에는 방향을 잘못잡아서 제 2 심해층으로 내려갔으나, 그들의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어영부영 다시 제 1층으로 돌아왔다. 

다시 돌아와보니, 옛날처럼 사람들이 혼자서 돌아다니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 

그들은 대리인. 

언더더씨의 규율을 무시하는 자들. 

나도 어쩌다보니 그들이 이끄는 물살에 휩쓸려 해저층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정신을 잃었다. 

이리저리 어딘가에 열번정도 부딪친 후, 난 제 4 해저층에서 눈을 떴다. 

내 몸에도 신기한 변화가 생겼다. 

은빛 테두리가 내 몸을 감싸고있었다. 

어찌된게 절대 떨어지지 않았다. 

주변이 전보다 좀 시끄러웠다. 

뭔일인가 해서 좀 들어보니 전부 신세한탄이었다. 

자기는 골드다. 믿어달라 라는 소리부터. 

라이엇이 드디어 미쳐돌아간다는 소리. 

매년 정초부터 제2의 수능을 봐야하냐는 소리까지. 

정말 다양한 개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나마 마지막은 나도 수긍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다시 헤엄치기 시작했다. 

헤엄을 칠때마다 진짜 다양한 색깔의 사람들을 보았다. 

익숙한 무색의 사람들부터, 왠지 뜯어팔면 어마어마하게 비쌀거같은 사람들까지. 

그사람들은 자기가 신선이라고 했다. 

큰 죄를 지었거나, 무색의 사람들에게 모함을 당해 하늘로부터 벌을 받아 이 바닷속에 들어왔다고 했다. 

이사람 구운몽을 너무많이 본거 같았다. 

그렇게 여러 사람들과 정겹게 소통하다보니 어느세 난 빛이 보이는곳까지 와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면 하늘에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볼수있었다. 

여러시간이 흐르고, 차츰 이곳에 익숙해졌을 즈음, 내몸에 변화가 생겼다. 

내 목에 붙어있던 아가미가 사라지고 숨이 좀 막혀왔다. 

주위사람들은 이걸 진화의 시작이라고 했다. 

진화라니. 내가? 

이상한 소리하지말라고 했더니 어떤 아저씨가 내 손을 잡고 위로 올라갔다. 

내가 놀래서 버둥거렸더니 아저씨는 말했다. 

평범한 심해인이라면 이곳까지 올라왔을때 이미 부레가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죽었을꺼다. 

넌 멀쩡하다. 

넌 이곳을 나가 저 위로 나갈수 있을만한 자격이 있다. 

그러더니 내 등을 떠밀었다. 

나는 얼굴에 느껴지는 물살에 눈을 뜨지못했다. 

그리고 갑자기 느껴지는 차가움. 

그게 내가 처음 맞이한 바깥세계였다. 


2014년 3월 23일 저녁 6시 20분. 

골드 5단계. 

피오라의 잠입자들. 

입성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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