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연애가 하고 싶다.
이것 저것 조건을 따지는 연애 말고, 성적 욕구의 해소가 목적인 것도 아닌 그냥 연애가 하고 싶다.
같이 손잡고 돌담길을 걸으면서 이야기하고
걷다가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잠시 업어주기도 하고
봄바람 부는 날 도시락 싸들고 돗자리 챙겨서 나들이도 가고
낙엽지는 가을에 아무도 없는 공원 벤치에서 무릎베개하고 그 아이의 까만 눈과 오똑한 코와 붉은 입술과 쏙 들어간 보조개를 올려다보며 행복을 만끽하고 싶다.
고즈넉한 밤, 갑자기 네가 보고 싶어서 왔다며 잠시 얼굴을 보다가 계속 보면 얼굴이 닳을까 아까워 금방 돌아가는 그런 연애가 하고 싶다.
아이같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뾰로통하다가도 입에 넣어주는 사탕 하나에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배시시 웃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편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가만히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을 나누고 정서적인 교류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내 가슴 한 켠이 간질거릴만큼 예쁜 말을 하는 사람이었으먼 좋겠다.
산에 오르는 것을 좋아했으면 좋겠다.
힘들때 서로 다독여주며 정상에 오르는 그 기쁨과 성취감을 함께하고 싶다.
그러면서 산에 오를 때 힘이 되어준 것처럼 힘든일이 있을때 서로 의지하면 헤쳐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