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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1월의 밤 <#1>
게시물ID : love_1671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ybrush
추천 : 1
조회수 : 26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11/30 10:42:02
퇴근하고 밤 늦게까지 운동하고 잠을 이룰 수 없다.
아니 잠이 들어선 안된다.
그녀석 때문이다.

난 사실 아주 어린 자아를 가지고 있다.
유치한 물건 따위에 집착하거나 - 맥날 해피밀 쿵푸팬더 8종 셋트나 매직 게더링 카드 덱이나 말이다.
(심지어 오유 아이디도 Guybrush Threepwood - 전설적이며 위대하신 스타워즈의 루카츠 감독이 만든 게임 회사의 애니메이션 주인공 -에서 따왔다.)
하지만 회사와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에게는 꼭꼭 닫구선 말이지.
어쩌다 소개팅 나가서 하하호호 웃으며 취향을 살짝 내보이고선 철 없는 30대로 보였다는 후문이 들리게되면
차갑게 내려앉는 자취방의 공기아래 외로움에 몸부림치며
휴일날의 가족이 있는 동네형들과는 어울릴 수 없는 혼자만의 자전거 코스나 짜고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엔 자전거 타기 꽤 괜찮은 숲길이 있다.
강보다는 작아서 잔잔히 흐르고 물고기도 튀어오르고
심지어 MB가카의 손길이 덜 닿기도해서 관개공사가 강물의 양 옆을 막지않아
땅과 강물의 옆 면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있는 그런 곳이다.
그 옆으로 길이 나있는데 사람들은 달리기도 하고 자전거도 타기도 한다.
더군다나 주거지와 주변 역에서나 차를 대고 걸어오기도 힘들어서
동네사람들만 오는 한적한 숲길이다.
그런데 2012년 이후로 역시 4대강 지류 공사 예산의 손길이 닿아
큰 나무들이 몇 개 사라지고 울창함이 사라지긴했지만
정취는 그래도 좀 남아있다.
봄이나 가을날이면 여기에 외로움을 묻을대로 묻으며
아름다운 이 길을 느끼며 걷는 커플은 없게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나중에 여자친구가 생기면 이 길은 반드시 내꺼라고.

그런데 어느 추운 1월의 밤에
또 그렇게 방에서 외롭게 뒹굴거리기 싫어
자전거를 끌고 미친듯 그 숲길로 나갔다.
그런데 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짙은 보라색 가죽에 주황색 끈으로 장식된 신발을 자주 신는 그녀는
남성적이도하고 또 유쾌하기도하고 도시적이기도하면서 어떤때는 촌스럽기도하고 그러면서도 귀여운...
그러니까 녀석을 볼때마다 반해버리게되는 그런 매력의 소유자였다.
몇 개의 언어에도 능숙해서 그녀가 뭐라고 블라블라 하고 있으면
어떤 프랑스 소녀의 허스키하면서도 달콤한 억양을 듣는듣한 착각에 빠지는 것 같았다.
당연히 귀엽고 능력있는 그 녀석은 몇년째 남자친구가 있었고
이별이 뭔지도 생각이 안나는 난..
볼 때마다 마음을 접고 접고 또 접어
유치한 나의 취향을 들키지 않을 수 있을 만큼 잘 단련된 나의 냉혹함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그런데 자정 즈음에 매일 전화가 온다.
출처 잊혀지기엔 보석같은 싱글시절의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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