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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1월의 밤 <#2>
게시물ID : love_171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uybrush
추천 : 0
조회수 : 2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12/05 12:16:03
<#1> http://todayhumor.com/?love_16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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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니?"
...
<몇 분 후>
...
"=ㅂ="

당시에도 뻔한 멘트였는데
이걸 직접 당해보면, 게다가 상대방이 여자라면
어떤 남자가 긴장 안하겠는가? 것두 평일 밤 12시 넘은 시각에.

매년 우리는 크리스마스에만 선물을 챙겨주는 썸을 탔다.
그녀의 직장상사 선물 상담, 서로의 정말 간단한 핸드크림 같은 종류.
그리고 만나는 약속 외에는 일절 서로 연락을 안했다.
왜냐면 그녀는 남친이 있었고
난 마음을 또 접고 접고 또 접고 있었으니깐.
아 근데 그녀만의 기호, =ㅂ= 가 적힌 문자가 오면
애써 접은 종이인형은 다시 헤벌쭉 펼쳐져버린다.

"아 씻느라~ 오늘 하루 잘 보냈어?"
애써 답장 고민한 흔적을 지웠다.

"오호~ 그랬어~? 오늘도 늦게까지 운동했나보네?"
이걸 곧이 곧대로 난 긴장감에 바보같이 주절주절 대답한다
"어우 오늘은 남한산성을 한번도 안쉬구 다녀왔지~ 블라블라"
"치~ 그럼 피곤하겠네~ 난 이제 들어왔는데-"
아 이런 바보 ㅠㅠ 서둘러 예림이를 사랑한 아재처럼, 하지만 느긋한척 답변한다
"웨이트는~ 에이~ 잘 알잖아~ 오히려 가뿐해지지 뭐. 야 너야말로 쓰러지기 직전 아냐? 뭐 좀 먹고 버텼어?"
"에이 울 회사 간식비 안나오는거 알잖아.."

이렇게 대화가 한 시간, 두 시간.. 이어진다.

사실 12시란 시각은 모두가 알듯이
저 밑 어딘가 묻어둔 내일 일정이 있는 상태이고
그것과 고독 + 외로움에 싸우다 지쳐 잠이 들어야하는 멜랑꼴리 시간인데
이상하게 새벽시간은 혼자일땐 안가고 누군가와는 빠르게 흘러가는 그것이다.
회사욕을 그렇게 했는데도 새벽에 또 하면 시간이 잘 간다.
TV 연속극보다 복잡하며 얽혀있는 범위가 넓고 출연자도 많은 그 드라마는
잠이 쏟아져도 정신차려듣지 않으면 절대로 다음에 시청 티켓을 얻을 수 없으니깐
카마르조프네 형제들 주인공들 기억하듯 성성히 깨어진 정신으로 스토리를 들으며
맞장구 치며
적절한 나의 일상 예시도 들고
같이 욕하고
....
그러다 같이 정적이 들다가
그와 동시 남자의 머리는 복잡해진다.
분명 그녀는 전화걸때부터 기다리고 있을텐데 지금 어떤 멘트로 어떻게 신청해야할까. 이 정적 속에서.
하지만 난 알고 있다.
그녀는 남친이 있다는 걸.
그리고 주말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야. 모르냐. 일상이 네거티브해지면 회사에서 롱런한다는 전설?"
"쿠하하하"
응. 맞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드래곤볼에서 온 듯하지만, 확실히 고음이며 허스키해서
이 웃음에도 매번 심장저격 당한다..

응 방금전까지 회사의 갖은 이야기에 날선 화력으로 지원해주던 모습에서
바보처럼 대답해버리니 뭔 분위기가 잡히겠는가.
그럼에도 스스로 잘 했다고 생각했다.

"오빠. 나 잠 다 깼는데 어떡해?"

아놔. 왜 안그러다가 지금와서 오빠라고 하는건데.
평소처럼 "이 빙구야~ 잠이나 쳐 자자~" 라고 해야지.

확실히 그러하다.
캐릭터의 변신을 자유자재로하는 여성은 그 어떤 남성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거.
하지만 난 넘어가선 안된다.
그녀의 남친은 대학원 생이란 걸 알고 있었고, 직장인의 그것을 달래 줄 수 없다는 통념같은 것도 알고 있었고
그런 남자의 처지를 겪었던 숱한 내 친구들을 생각해서라도 절대 비교우위에 놓여선 안돼! 라고 강하게 스스로 말했다.
그렇다고 잘난 남자도 난 아니다. 남녀관계에서조차 그녀가 말하는 빙구가 맞다.
그.. 그냥 이 전화는 집에서 멀리 떠나 회사 기숙사 서열관계에서 평일 내내 지내는 그녀의 "나 좀 구해줘.." 라는 문자 한 통에서 시작된 것이고
들어만 주던 전화가
오늘은 새벽 세시가 다 되어가는거다.
그리고 이 녀석은 나에게 오빠라고 했다.
그거 나한테 쓰면 안되는거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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