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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 개소똥망 후기를 보고 새벽에 쓰는 소개팅 멘붕 후기..그리고..2
게시물ID : love_201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금수루저
추천 : 119
조회수 : 19752회
댓글수 : 54개
등록시간 : 2017/01/10 11:51:58
새벽에 쓴 글 이어서 쓰겠음...

비상깜빡이를켜고 잠시 정차하고 그녀가 차에 타려고 문을 여는데 갑자기 "텅..." 하는 소리가 남...ㅠ_ㅠ
문을 얼마나 활짝 여셨던지 가로수에 조수석 문짝이...-_-...(여기서 1차 멘붕)
우리 질풍이(내 차 이름)... 아빠가 미안해..흐흑..ㅠ_ㅠ...
참고로 당시 우리 질풍1호는 중고로 8년 넘게 25만 킬로를 탔던 소나 타고 다니는 차를 정리하고 36개월 할부로 2달 전에 뽑은
사륜구동 시스템의 문짝이 두개 있던...그런...그런....순백의 아주 이쁜 아이였음..ㅠㅠ..아...쓰다보니 또 그당시의빡침이...ㅂㄷㅂㄷ....

아무튼,
귀가 좀 어두우신 분인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차에 탐.
몸속에 생기고 있는 사리를 애써 외면하고 그래...가로수 옆에 차를 새운 내가 죄인이다..생각하며 나도 아무일 없이 쿨한척 반갑게 인사함.

       나  '"안녕하세요...처음 뵙겠습니다."
소개팅녀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나  "???"
소개팅녀  "더워요 에어컨 좀 틀어주세요"
       나  "..............아....네...잠시만.........아...겨울이라 에어컨이 안될 것 같은데 그냥 창문을 좀 여시는게..."
소개팅녀  "그래요?? 알았어요...운동을 하고 뛰어왔더니 많이 덥네요^^...밥먹으러 가요"
       나  "아...운동 열심히 하시나 봐요...그럼근처에서 차라도 한잔 마실...잠깐...밥이요??"
소개팅녀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더니 배고파요...빨리 밥 먹으러 가요^^"
       나  "아...네.-_-;;"

그렇게 12월 크리스마스를 2주 앞둔 주말에 조수석 창문을 활짝 열고 추위에 떨며 밥먹으러 감.
사전 문자 대화에서 아무래도 내가 이동네는 자주 안오고 잘 모르다 보니 여자분이 시간 맞춰 예약을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보통 조수석에서 네비게이션 대행을 하면 신호 전에 좌회전이요...우회전이요...얘기를 해주는데 이분은 그런게 없음.
일단 어디 예약 하셨냐고 물어보니 주말이라 예약을 못했다함...-_-.
그냥 가다가 맛있어보이는 집에 들어가자고 하시길래 그래 뭐 알았다고...애써 쿨한 척 했음.

이쯤에서 여자분 외모에 대해 좀 궁금한 분 들 있을거 같아 주관적으로 쓰겠음.
패션은 앞 글에서 얘기한 철지난 핑크색 이효리가 즐겨입던 트레이닝복...차에 타셔서 그나마 선글라스는 벗으셨는데 헬스장에서
샤워하고 그냥 나오셨는지 쌩얼임...-_-...그리고...좀...덩치가 있으심...좀이 아니라....좀 많이...
뭐 나도 나이도 있고 그닥 외모 따지는 편도 아니고...문제될 건 없었음...언밸런스한 패션 떄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좀 끄는 걸 제외하곤...

하필 그날 왜 선곡은 장기하 여친 스페셜로 했는지...이분 필이 꽂히셨는지 신호대기중인 차안에서 삼단고음을 시전하심.
진심 우리 질풍이 앞유리 금가는 줄...(2차 멘붕)
조수석 창문넘어 다른 차선에서 대기하고 있는 차량안의 신기해 하는 시선을 뒤로한체 신호가 바뀌자마자 출발...어딘지도 모르겠고 한참을 달리다보니
그분이 갑자기 저기가요 저기...하심.
고층주상복합 1층에 일본어로 된 간판이 보임...-_-...뭔지 모르겠지만 일식집인가보다 하고 주차하고 들어감...훗날 알았는데 분당 정자동이라 함.

뭔가 고급져보이는 테이블 위로 접시들이 일렬로 이동하는걸 보니 회전 초밥집 인 듯 했음...
(이미 이때는 앞선 두차례 멘붕과 전날 밤샘으로 인지능력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였는 듯)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테이블 앞에 둘이 나란히 앉아서 젓가락을 들고 있는데 어느샌가 앞엔 간장에 와사비까지 풀어서 세팅이 돼 있고
그녀 옆엔 금색 접시 두개가...두둥...

상식적인진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소개팅엔 어느정도 순서와 룰이 있음.
일단 만나서 한시간 내외로 차한잔 마시면서 서로에 대한 얘기를 주고 받고 밥때가 되면 미리 예약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먹고
여유를즐기며 대화한 다음 근처 공원이나 한강을 산책하며 못다한 얘기를 하고 그날의 만남을 마무리 짓고 집앞까지 딜리버리 해 드림.

그래...가끔 특별한 날도 있는거니까...순서와 룰은 무시하고...냉정히 생각하면 일단 회전 초밥집이라는 그녀의 선택은 나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듯 했음....여기까지 읽으면 다 아시겠지만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이미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떨어져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즐거운 대화가 오고갈리 없다는 전제하에 얼굴 마주보고 앉는것 보단 나란히 앉는게 나았고 무엇보다 음식 기다리며 이런저런 시간 끌지
않는게 내 입장에선 좋았음...이번 스테이지만 넘기면 이 만남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단 일말의 기대감도 있었음.

아무튼 별 대화 없이 흡입 타임이 지속되고...

난 사실 전날 밤샘도 했고 그날 만남 전까지 먹은거라곤 컨피던스 한병과 아메리카노 두잔이 전부였음...(만남에서 졸지 않을려고)
빈속에 먹으려니 부데끼기도 하고 해서 계란말이 초밥이랑 광어초밥이랑 해서 세접시-초밥 6피스 먹었음.

옆에서 드시는 걸 지켜보고 있으니...참...그런 생각이 들었음...저렇게 드실거면 뭐하러 그렇게 힘들게 운동을 하셨을까...-_-
그녀 옆에 한줄로 쌓여가는 초밥접시가 너무 위태롭게 보여 접시 일부를 내쪽에 놔서 균형을 맞춰드림...(매너 쩔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젓가락을 놓고 

"저희 나갈까요^^??"...

그땐 그 소리가 구원의 소리 같이 들렸음...드디어 던젼 탈출인가 싶기도 함.

30분 동안 회전 초밥집에서 먹은 계산서가 14만원이 넘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음...이제 헤어질 수 있으니까..ㅠ_ㅠ

주차장으로 와서 시동을 거는데 또다시 조수석에서 쿵 소리가 남...
우리 질풍이는 둘째치고 남의 차 기스난 거 아닌거 보니 다행히도 오래된 구형 코란도라 발판이 있어 데미지는 없는 듯 했음.
혹시나 몰라 차 앞에 명함 꽂아두고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와 운전을 하려는데 그녀가 주차를 저따위로 하냐며 한마디 하심..-_-.

못들은척 이제 만남을끝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먼저 얘기를 꺼냄.

       나 "오늘 즐거웠습니다. 댁이 어디세요? 근처까지 모셔ㄷ......."
소개팅녀 "커피는 제가 살께요^^"
       나 "나니...??....(는 아니고...)...네??...아니 괜찮습니다 날도 춥고 하니 일찍 들어거셔ㅅ...."
소개팅녀 "네비로 찍으면 되죠^^??...이렇게 하면 되나..??"
       나 ".......ㅜ_ㅜ........"

그와중에 소개팅 주선녀인 전직 부하여직원한테 카톡이 옴.

'팀장님 소개팅은 잘 하고 계세요^^??...그 분 괜찮죠??...저희 언니 절친이라는데 정말 괜찮은분이래요...청바지 잘 입겠습니다^^'

소개팅녀가 어설픈 손놀림으로 계속 네비를 찍고 있는사이 잽싸게 답장을 보냄.

'XXX씨...청바지 반납 하세요!!!'

원래 상사와 부하직원 사이였지만 뭐 그닥 격식차리는 사이도 아니고 몇년동안 못볼 꼴 다 본 사이라 평소엔 거의 오빠 동생처럼
지내는데 이날은 진심 정식으로 컴플레인 걸고 싶었음.
신기한게 문자 받자마자 답장을 보냈는데 문자앞의 '1' 이 안없어짐....오라질...

남몰래 분노하고 있는 사이 만남을 정리할 타이밍은 놓쳐버렸고 그녀가 말함...."이제 출발하시면 돼요^^"

천천히 엑셀을 밟고 있는데 우리 네비걸 님께서 상냥한 목소리로 말씀해주심.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목적지는....율.동.공.원. 입니다. 안전운전 하십시오"....ㅜ_ㅜ




최대한 현장감을 살리려고 그 당시 기억을 다 끄집어 내서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길어짐...
던전 쓰리는 빠른 시간내에 올리겠음...그럼 이만...















출처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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