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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의 연애가 끝나고(길고 정신없는 글 주의)
게시물ID : love_2219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반겨주세요
추천 : 15
조회수 : 1198회
댓글수 : 26개
등록시간 : 2017/02/07 22: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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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제 의식에 떠도는 생각을 정리하는 글이기에
혹시나 이 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큰 기대없이 눈으로만 훑으시면 편하실겁니다.


너는 스물
나는 스물 여섯,
우린 처음 만났다.

남들이 나에게 너의 나이를 물어 답할 때마다
"도둑놈!"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좋았다.
나는 도둑이어도, 그보다 더 한 사람이 되어도
내가 너의 사랑임이 좋았다.

너는 네 나이 또래의 사람들보다 사려깊어 나를 진한 마음으로 대하였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그 어떤 호수보다 깊었다.
너와 눈을 맞추면, 내 심장박동이 네 심장과 같아지고 있다고 느꼈다.
나에게는 네가 너무나도 소중하여 너를 갓난 아기 대하듯, 건드리면 부서질까 손 위의 깃털 다루듯이 대하려 하였다.

우린 행복했다.

우리의 카톡에는 단 하루도 빨간 하트가 없는 날이 없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은 햇살이 부서지는 바다와 같이 눈 앞에 백만개의 작은 별이 반짝이는 날과 같았다.
네 곁에 있으면 어딜가든 아련한 라일락의 향기를 맡으며 분홍 벚꽃잎이 흩날리는 거리를 걷는 기분이었다.
대자연이 내 오감에 선사할 수 있는 그 어떤 감동도 너와 함께한 시간보다 더 벅찰 수 없었다.
나는 어느순간 네가 나의 마지막 사랑일 것이라 확신했고,
은연 중에 우리의 결혼생활에 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너와 함께라면 행복은 당연히 함께할거라 생각했다.

너는 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생활에 대해 겁을 냈지만, 너는 친구도 많이 사귀었고 활발히 대외활동도 했으며 좋은 성적을 받았다.
술도 마셔보고, 취해서 나에게 전화도 하고 꼬장도 피워댔다.
나는 그 모습이 귀여워 좋기도 하고, 때론 다른 남자들이 너를 좋아할까 겁내기도 했다.

나는 준비하던 시험에 계속 낙방하였다.
나는 너보다 어른이고 싶었다.
그래서 너에게 계속 무언가를 주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너에게 줄 수 있는건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과, 너보다 몇푼 더 받는 용돈이었다.
나는 너의 사랑이 식는 것이 두려웠기에 무리해서 시간과 돈을 너를 위해 소비했다.
하지만 사랑은 투자가 아니라 생각하며 네가 나를 위해 시간과 돈을 쓰는 것을 막아세웠다.

처음엔 괜찮다 생각했다.
하지만 내 마음이 어느순간 공허해졌음을 눈치챘을 때는,
내 마음이 조금 식어버렸음을 네가 알아챘을 때였다.

너는 힘들어했고, 나는 내 마음과 네 마음을 다잡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권태기였던듯한 시기였다.
너는 나를 믿어줬고, 나는 너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기에, 시험준비에 남들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못했던 나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때까지 3번의 봄과 여름과 가을과 겨울이 지났다.

결국 나는 돈을 벌겠다며 취업을 준비했고,
운이 좋아 바로 옆도시의 회사에 취직했다.

바로 옆 도시였지만 차가 없는 나는 주말에 밖에 너를 볼 수 없었다.
일이 바쁘단 이유로, 신입사원이라 회사에 적응해야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주중에 네가 원하는만큼 연락하지 못했다.

너도 취직이 됐다.
전국의 네가 공부하던 분야의 학생들이 너무나도 가고싶어하는 곳과 우리의 고향에 있는 곳, 두 곳에 모두 합격했다.
네가 물어왔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고.
나는 네가 최고의 직장에 합격한 것이 뛸듯이 좋으면서도, 직장 때문에 300km 이상 떨어져야 하는 것이 싫었다.
하지만 나는 결혼을 하더라도 내가 너의 발목을 붙잡는 존재가 되기 싫어 서울로 가라 했다.

결국 너는 서울로 가는 것을 택했다.
나는 좋으면서도, 싫었다.
하지만 나쁜 생각은 내색하기 싫었다.
마냥 좋은 척했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우리는 주말에만 잠깐잠깐 만났다.

어느순간 네 마음이 멀어져감을 느꼈다.
왜인지 알면서도 몰랐다.

너는 어느날 밤, 생각지도 못한 이유로 나에게 이별통보를 했다.
나는 너에게 4년만에 처음으로 화를 냈고, 너의 통보를 받아들였다.

울 수 없었다.
나는 이제 30대가 되었고,
우리집의 또다른 경제원이 되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무언가로 힘들어하고, 잠시 무너져내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회사의 지박령이 되었다.
타지의 식어버린 자취방에 혼자 있으면 괴로워서 정말로 죽음을 시도할 것 같았다.
너에게 부정당했음이 너무나도 괴로웠다.
우리의 미래가 사라지니 모든 것을 잃었다 생각했다.
그래서 회사에 매일같이 밤 늦게 있는다.
야근하던 다른 부서 사람들이 커피한잔 하자고 부른다.
그들과 친해진다.
여자친구와 헤어졌음을 얘기하니 누구는 웃고, 누구는 다독여준다.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은 척 굴어본다.
술을 사준다.
나는 원래 술을 취하지 않을 정도로만 마시지만,
남들 앞에서 취하면 안될 것 같아 적당량만 마시고 취한척 한다.

비틀비틀 집에 걸어가며,
나는 취했다 나는 취했다 혼잣말을 하며 자기 최면을 걸고
집에 가자마자 불도 안 킨채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곧바로 잠에 든다.

친해진 회사 사람들이 소개팅을 시켜준다.
고향의 자주가던 단골집 사장님들이 소개팅을 시켜준다.
나는 거절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일단 만나보라고 나에게 연락처를 던져준다.
그들의 마음씀씀이도 고마워 연락은 해본다.
대부분 연락을 좀하다 말지만,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저녁먹을 날을 잡아버리면 저녁한끼 다른 사람이랑 먹어야겠단 생각으로 나가본다.

상대방이 뭐라뭐라 말을 한다.
들리지 않는다.
나는 그들을 보며 너를 본다.
그들을 너와 비교한다.
하지만 말 대답은 잘 해준다.
주선자에게 실례하고 싶진 않다.

고향에서 소개팅 하는 날에는 어머니가 물어본다.
아가씨 어떻든?
나는 어머니가 잘해보란 말을 못하시도록 그들을 은연 중에 맘에 안든다고 얘기한다.



나에겐 많은 일이 생겼다.
회사에서 인사고과를 잘 받아 연봉도 많이 오르게 되었고,
할아버지께서 차를 사주셔서 나의 붕붕이가 생겼다.
더 많은 회사사람들과 친해졌고, 그들 그리고 그들의 가족을 동반하여 여행도 다녀왔다.
네 카톡프로필의 빨간점을 무시할 수 있을 때가 되었을쯤
너에게 연락이 왔다.

미안하다.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행복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다.
내가 오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이제야 알아채서 미안하다.
보고싶다.

라고 대화상자가 나타난다.
나는 너의 메세지를 읽어버렸고, 답을 해야하나 고민한다.
단호하게 메세지를 적어간다.

우린 연락하지 않는게 좋을 것 같아.

하지만 너와의 4년이 좋았기에, 정성스레 좀 더 따뜻한 표현으로 문장을 고쳐 답을 한다.
몇초 지나지 않아,

보고싶다.

라고 새로운 메세지를 보내버렸다.
가슴이 찢어지고 눈이 터져버릴 것 같다.
칼을 가슴에 박고 세로로 긁듯이 계속해서 긁어내리는 것 같다.




나는 좀 있으면 해외로 장기출장을 가게된다.
그 전에 단 하루의 주말이라도 시간을 내고 싶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다른 일들이 나타나버려 왠지 보지 못하게 될 것 같다.
내가 출장을 다녀오면, 너는 입사를 위해 서울로 가게 되겠지.
그럼 아마 우리는 영영 보지 못하게 될꺼야.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렇게 끝나게 될 줄은 몰랐다.
여기까지 쓰고 나서 위를 훑어보니 '함께'라는 단어가 참 많다.
그 단어를 줄여보려고 표현을 바꿔본다.



우린 '함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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