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야간 편돌이입니다.
저저번주 수요일이었습니다.
새벽 두 시 정도에 문 앞을 쓸고 있었을겁니다.
어떤 여성분이 일행 한 분과 같이 들어오시더군요.
자몽 소주였나... 세 병인가를 사가시길래
상황상 남친인가 싶었습니다. 같이 온 일행은 남성분이었죠.
그러고 말았죠.
그 다음날 그 여성분은 어제 본 남성 보다 나이가 서넛은 많아 보이는 남성분과
같이 오시더군요.
뭘 샀는지 기억은 안나지만... 두 분이 나누신 이야기는 기억이 납니다.
女 내가 살게
男 그래? (신기하다는 어투로 무어라 말했음)
女 (무어라 응수함)
男 7800원 조차 아까워하는 여자들만 만났어...
그리고 여성분이 카드를 저에게 내밀었는데... 왼손 중진가 검진가에 은색 반지를(두꺼웠음) 낀
기억이 납니다.
저는 처음엔 '아니, 이여자는 남자가 계속 바뀌네?'하는 식으로 그 둘을 번갈아 봤습니다.
그러곤 그들을 보냈죠.
그리고 청소를 끝내고 무언가 이상한 기분에 휩싸인 자신이 느껴졌습니다.
이상하게도 자꾸만 아까의 여성분이 생각이 나는 겁니다.
'다시 또 오시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기에
그녀 또래로 보이는 손님이 오시면 그녀가 오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심을 품기도 하고...
'오늘은 안오는구나...'하면서 허탈해하기도 하고...
무슨 저주에 걸린걸까요...
차라리 관심있으니 번호 좀 주세요라고 말이라도 한 번 걸어봤으면
깨끗이 잊기라도 하지
막연한 기다림이란 것이 이렇게 슬픈 거란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기다림...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긴 하겠죠... 사실 얼굴도 기억이 안나요...
하지만 왼손에 낀 은색 반지와
그 느낌이 자꾸만 제 머릿속을 맴도네요.
다시는 오지 않을 분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