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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짱이를 키우자
게시물ID : love_303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물짱이를키우자
추천 : 23
조회수 : 2896회
댓글수 : 83개
등록시간 : 2017/06/14 12:09:01
스물 여덟 3년차 사수 그리고 스물 일곱 1년차 신입사원 부사수.
우린 이렇게 만났다.
조심조심 눈치보는 모습이 딱 내 막내동생 같기도 했었다.
혼나고 풀죽어있다가도 커피한잔에 금새 생글거리는 모습이 영락없는 철부지 어린애였다.
그 모습들에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일을 할 땐 옆에 앉혀두고 가르쳐가며 했었고,
외근이라도 나갈때면 꼭 데리고 나가 밥 한끼라도 먹였고, 한시간이라도 일찍 퇴근시켰다.
타 부서에서 이유없이 혼나고 왔을땐 선배한테도 찾아가 따져 물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른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너는 나를 참 잘 따랐고, 나는 너를 참 잘 챙겼다.

우린 비슷한게 참 많았다.

축구를 좋아해서 사내 동호회에 같이 가입을 했고,
운동을 좋아해서 스쿼시나 베드민턴을 함께 배웠고,
등산을 좋아해서 주말엔 등산을 다녔고,
사우나를 좋아해서 등산 후엔 사우나를 갔었다.
여행을 좋아해서 산으로 바다로, 바다건너 여행을 다녔고,
스키를 좋아해서 겨울엔 매주 스키장을 다녔다.
게임을 좋아해서 근무시간 중에 몰래 피시방을 가기도 했었고,
술을 좋아해서 퇴근후엔 술한잔 기울이는 일이 잦았다.

그리고 몇년 전 너는 여자친구와 헤어졌고,
나또한 몇년 전 예비신부와 파혼을 했다.
비슷한 시기에 우린 이별을 겪었고,
그맘때 우린 술 한잔을 참 많이 했었다.

어느새 나는 서른 넷, 너는 서른 셋.
각자의 이별 후에도 얼마전까진 우린 언제나 처럼 같았다.

그러나 지금은
우리는 그때와는 많이 다르다.

함께 축구를 하지 않고,
함께 운동을 하지 않고,
함께 등산을 가지도, 게임을 하지도 않는다.
함께 기울이는 술 한잔 조차도 이제는 없다.

너는 날 참 잘 따랐었고, 나는 널 참 잘 챙겼었다.
언젠가부터 니가 날 잘 따름의 이유는 나를 좋아해서였고,
언젠가부터 내가 널 잘 챙김의 이유는 너를 좋아해서였다.
너는 너의 마음을 알았고, 나는 나의 마음을 알지 못했다.

우린 참 비슷한 사람이라.
너는 그 마음 또한 비슷할거라 생각해 나에게 말을 했고,
나는 나의 마음이 너와는 다르다 생각해 당장 거리를 두었다.

이것이 우리에게 "함께"라는 말이 사라진 이유이다.
내가 나의 마음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너와 같은 마음임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면이 그리도 많았는데,
왜 이 마음 또한 비슷할거라 생각치 못했을까.
축구가, 등산이, 게임이 좋았던 것이 아니었음을 왜 몰랐을까.
너와 함께였기에 좋을 수 있었던 것을 왜 몰랐을까.
후회한다.

지금도 여전히 난 내 자리에, 넌 내 옆자리에 앉아있다.

그러나 난 니 어깨에 어깨동무를 할 수가 없고
니 머리위에 손을 얹을 수도 없다.
커피 두 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피우러 가자 할 수가 없다.
퇴근 후에 뭘 해야 할 지 모른다.
주말엔 뭘 해야 할지도 모른다.
일주일 남짓한 이 시간은 오로지 후회로만 가득 차 있었다.

후회한다.

니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고 싶다.
니 머리에 손을 얹어 흐트리고 싶다.
커피 두잔을 뽑아들고 담배를 피우러 가자 말하고 싶다.
너의 생글거리는 표정이 보고싶다.
이미 옥상이면서 동전 가져오라는 너의 전화를 받고싶다.

겁쟁이 형이라, 고개만 돌려 말 하면 되는 것을
이리도 길게 늘어쓴다.

오늘 술 한잔 어떠냐 물어봐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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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고민게시판에 썼던 글 입니다.
동생과는 어제 얘기가 잘 끝났습니다.
새로운 관계를 시작함에 있어서.

우린 이렇게 만나고있다.
보여주고 얘기도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참 어렵죠.
오유 연애게시판에 끄적여봐도 될까요.
이런 저런 얘기들.
나중에 같이 읽으면 아마도 많이 머쓱하겠죠.
 
사실 본래 아이디가 따로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 처럼 겁쟁이라 본 아이디로는 글을 쓸 생각을 못합니다.
그렇다고 익명으로도 쓰고싶지 않아서 예전에 만들어놓고 한번도 쓰지 않은 아이디를 찾았습니다.
 
오유 연애게시판에 간간히 적어봐도 될까요.
그냥 사람과 사람의 연애로 봐 주실 분들이 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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