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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 꿈
게시물ID : love_303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푸른빛기억
추천 : 1
조회수 : 37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6/14 16: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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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남자 이야기



"하...거지같네 진짜."

알람소리에 맞춰 일어나자마자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습니다. 한동안 괜찮다 싶더니 또 이러네요. 도대체 내 머릿속에는 재회하는 레퍼토리가 대체 몇 개가 있는지 항상 참신한 내용이에요. 거기다 예지몽이 아니라는 걸 확인시켜주듯 묘하게 현실성마저 없는 것도 여전하네요.

꿈을 많이 꾸는 편 입니다. 거의 매일 꾸는 것 같아요. 눈 뜨자마자 잊어버리는 꿈부터 몇 달이 지나도 모든 내용이 기억나는 생생한 꿈까지, 현실적인 꿈 뿐 아니라 아주 대 서사시를 그린 꿈까지 정말 다양하기도 해요. 꿈에서 봤던 일이 현실이 되는, 데자뷰 현상도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그녀와의 인연이 마침표를 찍은 뒤 정말, 정말 많은 꿈을 꾸었습니다. 처음 2주는 내내 온갖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만나 사귀더라구요. 내가 가서 빌기도, 그녀가 다시 연락하기도, 길에서 우연히 만나기도, 같이 어디론가 도망가기도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꿈에서 겪어버렸어요.

게다가 절대로 예지몽이 될 수 없다고 확실하게 인식 시키더라구요. 배경이 어린 시절 동네라던지 나이가 어려졌다던지, 약간 판타지 요소가 들어간다던지 말이죠. 참 친절하기도 하죠. 헛된 희망을 가지지 않도록 처음부터 잘라내 줬으니까요.

처음 2주동안 그러고 나니 조금 괜찮아지긴 했어요. 근데 잊을만 하면 몇달에 한번씩은 꼭 꿈에 나와서 이렇게 흔들어 놓네요. 사실 이제는 꿈 속 얼굴마저 희미한데 그게 그녀란 걸 어떻게 귀신같이 아는지 원. 그렇다고 그녀가 내 꿈에 나오고 싶어서 나오는 것도 아닐테니 원망도 못하고 한숨만 푹푹 쉬네요.

연락을 해볼 생각을 안 했던 건 아니에요. 다만 지금 제 꼬라지가 그녀와 너무 어울리지 않아 할 수 없었어요. 몸도 더 불어났고, 아직 변변찮은 직장도 없었거든요. 반면 그녀는 사귈 때도 항상 반짝반짝 했으니까요. 지금도 여전할 거라 생각하니 도저히 할 수 없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벌써 2년이란 시간이 훌쩍 흘러갔네요.

가끔 이렇게 크게 한 대 맞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정말 아직도 그녀를 잊지 못한 걸까요. 미련을 버리지 못 한 걸까요. 아니면 누구 말대로 새로운 인연이 없어서 이러는 걸까요. 이럴까봐 헤어지고 난 뒤에 그녀와의 접점은 모두 지워버렸는데 소용이 없네요. 연애는 할 때도 어려웠지만 끝나고 나서도 참 어려운 것 같아요.

SNS도 안하는 그녀라 요즘 근황을 알 길이 없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집니다. 괜히 뒤져본다고 더 심란해지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일단 지각을 할 수는 없으니 얼른 나갈 준비를 해야겠어요. 몸이라도 움직이면 좀 괜찮아지겠죠.

...그래도 오늘 하루는 많이 심란할 것 같아요. 일하다 실수하면 어떡하죠.





- 그 여자 이야기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옷을 갈아입는 그 순간. 온 몸을 조여왔던 갑옷을 톡 하고 풀어헤치는 순간이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오늘 하루도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 그리고 해방감을 느끼며 고생한 내 자신을 토닥토닥하는 그 시간은 정말로 소중하죠. 거기다 내일은 주말이니 더 늘어질 수 있어요.

지금이야 이런 소소한 사실에 행복해 하지만 많이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집안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가는 기분이었죠. 그 때 생각을 하니 한동안 제 마음속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던 그가 떠오르네요.

한번 자면 꿈도 잘 안 꾸는 저에 비해 이런저런 꿈을 참 많이 꾸던 사람이었어요. 연애할 때 가끔 그가 겪었던 꿈 이야기를 풀어놓을 때면 저는 동화를 들려주는 할아버지 앞의 손녀가 됐어요. 그만큼 신기하고 재미있었거든요. 그의 꿈 속에 자주 제가 나타난다는 말을 들을 때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죠.

한번은 유명한 야구선수가 제가 좋아하는 팀으로 이적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헛소리 하지 말라며 구박했었는데 3년이 지난 요즘 그 선수 때문에 팀이 잘 나가고 있는 걸 보면 기분이 묘해요.

참 밝았던 사람. 저에게 큰 소리 한 번 내지 않았던 그는 제가 졸업이 다가오고, 주변 상황이 힘들어지니 조금씩 변했어요. 아니, 제가 변하게 한 게 맞겠죠. 

우울해하는 제게 처음에는 위로와 격려를 해 줬지만, 날이 갈 수록 더 힘들어하는 모습이 제 얼굴에 티가 나게 되니 그도 덩달아 지치게 되고, 그렇게 되니 데이트하는 날 마저도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버렸죠. 메말라가는 그의 모습을 보니 저도 더 힘들고 미안해서...그래서 그의 손을 놓게 되었네요.

이별을 고하던 날,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그에게 빨리 가라며 재촉한 나. 그리고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던 그의 모습. 그 모습이 마음에 박혔던건지 잘 꾸지도 않는 꿈에도 나왔었네요. 그런 날에는 펑펑 울었었죠.  이제는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래도 그 때 꽁냥꽁냥 하던 날들이 조금은 그립네요. 

요즘도 그는 꿈을 자주 꿀까요? 아니 자주 꾸고 있겠죠? 그럼 그 꿈에 저도 가끔은 나오려나요. 어떤 모습일까요? 아주 못 된 모습은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자야겠어요. 오늘도 그는 꿈을 꾸겠죠. 좋은 꿈 꾸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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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과 논픽션이 섞인 애매한 글입니다.
그냥...좀 심란해서 써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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