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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나보다 6살이나 어렸어 (감성주의, 흑역사 반성위해 본삭금)
게시물ID : love_330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XDXDXD
추천 : 4
조회수 : 635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7/26 00:3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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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쯤 잠들었어야 하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계속 눈감고 누워있다보니
잡생각들이 떠올랐어.

그 중에 네 생각이 불쑥하고 튀어나오더니
마음이 미슥거리더라.

결국 이 감정을 누군가에라도 풀어놔야겠어서
연애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있어.

*

너는 나보다 6살이나 어렸고,
지금와서 생각하면 네가 정말 어리다는 걸 
여러 부분에서 알 수 있는데, 
그 때는 왜 몰랐지?

맞아,  때는 그냥 마냥 네가 좋았어.

너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가 만난 남자들 중 가장 사랑했던 사람을
말하라면 주저없이 네 이름을 말할 수 있어.

너를 왜 사랑했을까.
사실 사랑하는 데 이유가 어딨겠냐, 그치?

너는 그랬어.
어렸고, 쾌활했어.
재밌었고, 함께 있으면 즐거웠어.
애정표현도 서슴없었고,
여자가 좋아하는 네 모습이 어떤건지 잘 알아.
끼를 잘 부린다고도 하지?

하지만 
넌 우유부단하기 그지 없었어.
욕도 참 많이해.
자존심도 쎄지.
한량마냥 놀기만을 좋아하고.
잠도 더럽게 많이 자.
밖에 돌아다니는 거 싫어하고.

그리고 여자를 참 좋아해.
섹스는 두말할 것도 없지.

우리 사귄 지 2년 딱 되고 나서 너 바람폈잖아. 
그것도 나 정리하고 넘어간 게 아니라
양다리로.

그래서 넌 내 인생 몇 명의 남자 중
구제불능 쓰레기 위치를 맡고 있어.

그런데 난 널 정말 사랑했어. 많이.

그건 내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이야.
때때로 난 너를 '내가 사랑했던 쓰레기'라고 말해.

입맛이 없다는 게 뭔 느낌인지 모르는 나에게
입맛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해줬던 너는
그 때 너무 잔인했어. 
누구나 네 얘기를 들으면 '어디 흔한 똥차'라고 말할 만큼.

그래도 넌 마지막 양심은 있었어.
네가 내게 상처를 주고.
끝내 날 버리고.
그럼에도 내가 너에게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자꾸 질척거릴 때. 

귀찮았던 걸까?
넌 그나마 마지막에, 정말 마지막에 마지막은
깔끔하게 내 인생에서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그게 그 때는 속상했어.
나한테 미련도 아쉬움도 하나도 남지 않은 것 같은
네 모습이 화가났어. 
난 너한테 미련이 덕지덕지 남아있었거든.

이제 거의 9개월이 흘렀네. 
그렇게 작별한지 말이야.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다행이다 싶어.
네가 귀찮았든 다른 이유가 있었든 -, 
뭐 예를 들어 또 다시 새로운 여자라던가.
그게 100% 정답이긴 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깔끔하게 끝난 뒤로는 
다행이도 많이 널 잊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유난히 오늘 밤은 문득 네 생각이 났어.
그리고 너와 대화를 하고 싶다는 감정이 생기더라.
네가 나 없는 동안 어떤 일들을 겪었을 지 궁금해.
물론 이리저리 찾아보면 네 소식 접할 수는 있어.
하지만 그러지는 않으려고.

오늘 난 혼자 결심한 게 있어.
한 2년 뒤 쯤엔 너에게 연락을 해보려고 해.
뭐하러 연락하냐고? 
내 맘이야.

물론 그 때까지 너의 연락처가 바뀌지 않고
내가 그 연락처를 계속 기억하게 된다면 말이야.
근데 내 생각엔 내가 잊을 확률과 
네 연락처가 바뀔 확률이 반반 정도라고 봐.

그 때가 되면, 그저 내가 많이 '사랑했던' 남자를
한 번쯤은 봐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거든.

그 때가 되면, 난 이제 32살이고, 넌 26살이니까. 
많이 변했겠지. 너나 나나.
그래서 괜찮지 않을까?

아무튼, 문득 네 생각이 나서
너와 대화하고 싶었어.
이렇게 혼자라도 대화하듯 이야기를 풀어내니
좀 마음이 편해지네.

곧 잘 수 있을 것 같아.
안녕, 항상 건강해.

*

혹시 다 읽어주신 분 있다면 감사합니다.
감성에 푹 빠져서...ㅋㅋ
추후 제 흑역사를 반성하기 위해 본삭금 걸고 갑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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