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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고 그 후, 이제야 글을 써보지만 아직도 모르겠네요.
게시물ID : love_360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shi
추천 : 4
조회수 : 88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9/21 20: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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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을 자연스럽게 정리하고자 반말로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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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들어와 간단히 저녁을 컵라면으로 때운고, 씻고 나와 좁은 방에 몸을 뉘었을 때,
갑자기 현관문 비밀번호 키가 동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삑-

하고 울린 현관문 비밀번호 키 소리에 움찔 놀라 잠시 몸을 굳히고 시간을 흘려 보내면서...

나는 아마도 '너'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잠시 후 시간 초과를 의미하는 소리가 크게 울리고 서야 나는 인터폰을 켜, 밖에 누가 없는지 확인하고 현관문에 안전 장치를 걸 수 있었다.

삑- 

그 소리에 무서워, 밖에 있을 사람이 무서워 안전 장치를 건 것이 아니었다.

그저 너를 보면 내가 흔들려 너를 다시 만날까봐 그게 무서워 안전 장치를 걸었다.





너와 나의 만남은 하루 만에 일어났다.

소개팅, 그리고 서로에 대한 마음 고백. 너무나 좋았다. 

'내가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라는 의문에 마침표를 찍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너무나 좋았다.

우리의 100일 그 사이에 몇번 우리는 다투긴 했지만 너무 좋았다.

가까이 있을 수 있게 끔 주변 환경이 만들어졌었고, 우리는 항상 함께였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옆에 니가 있었고, 퇴근 중에 걸려오는 너의 전화가 좋았고, 같이 저녁 먹는 시간, TV 보는 시간 그리고 같이 잠드는 시간 그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행복했다. 

현실적인 고민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나는 그것마저 행복했다.




너와 나의 이별은 하루 만에 일어났다.

그저 그날 느낌이 안 좋았다. 그냥 너무나 느낌이 안 좋아 널 찾아갔다. 평소 널 찾아가는 걸 싫어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불안감에 너를 찾아간 그 곳에서부터 나는 천천히 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너무나 잘 맞고 너무나 잘 어울렸던 우리였기에 그 진실은 너무나 잔혹했고 너무나 무서웠다.

나를 만나기 이전부터 다른 사람이 있었던 너, 그러한 진실을 마주하기에 30대 중반이 되어가는 나는 너무나 여리고 너무나 약했다.

울었다. 너무 많이 울었다. 온 몸에 힘이 빠지도록 울었다. 그렇게 둘이 마주보고 울었다.

새벽에 너무 울어 힘이 빠진 나는 잠이 자고 싶었다. 모든게 허탈했다. 그래서 나는 잠자리에 들었고 너는 옆에 누웠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너를 더 이상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도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었나보다. 너를 데려다 주고 회사에 출근을 하고, 우리는 그렇게 하루만에 이별했다.




그리고 나는 너를 잊어가고 너를 잊어가면서 나를 잊어간다.

우리가 함께 있었던 시간들은 나에게 독으로 다가왔다. 

너와 함께 쓰던 잠자리, 
너와 함께 쓰던 욕실, 
너와 함께 쓰던 소파, 
너와 함께 걷던 길, 
너와 함께 다니던 편의점, 
너와 함께 타던 차, 
너와 함께 쓰던 전기 포트, 
너와 함께 바라보던 풍경,

그 모든 것이 나에게 독이 되었다. 매일 울면서 나를 좀먹어 갔다. 

그래서 다른 일에 몰두했다. 생전 안 하던 화분을 키우고, 심각한 고장이 아닌 내 차를 흠 하나 없이 고치려 노력하고, 핸드폰으로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다 보니 지금도 종종 오는 너의 연락을 무시할 수 있었고 그래도 멍하니 있는 시간이 줄었다.

너와의 이별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과 하며 웃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널 잊어갔다. 2주-3주, 빠르다면 빠르지만 너를 잊어 갈 수 있었다. 

30대 중반의 남자이기 때문이었을까?
닳고 닳은 연애를 경험해본 나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누군가의 말처럼 최선을 다했기 때문일까?

그렇게 나는 널 잊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나를 잃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는 어떻게 말하던 사람이었을까?
나는 어떻게 사랑을 하던 사람이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던 사람이었을까?
나는 어떻게 쉬던 사람이었을까?

너와의 짧은 100일 조금 넘는 시간 나는 너무나 행복했는데, 이전에 내가 행복해하던 시간들이 지워진 것일까?

나는 운전하던 것을 왜 좋아했을까?
나는 사람 만나던 것을 왜 좋아했을까?
나는 책 읽는 것을 좋아했던걸까?
나는 컴퓨터 하는 것을 좋아했던걸까?

모든 것들에 의문이 붙어 나를 잃어가고 있다.



그리고 종종 오는 너의 연락에 나는 무너지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그냥 보고 싶었다는 연락, 그 사람과 정리 했다는 연락, 그리고 꿈 이야기까지...

무너져 내린다. 기껏 다시 둥글게 둥글게 억지로 모아 만들었던 내 마음이 파스스- 하고 가루가 되어간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 잡는다. 너를 다시 만날 수는 없다. 내 인생에 있어서 똑같은 실수를 다시 할 순 없다. 그래서 마음을 다독이고 다시 일으켜 세운다.



나에 대한 너의 그리움을 부정한다.

너는 날 사랑했던게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좋은 남자를 만나고 싶어서 나와 그를 저울에 올려두고 무게를 달고 있었던 것 뿐이다.

너의 그 후회를 믿지 않는다. 너는 그저 들킨 그 순간을 후회하고 있을 뿐이다.

너는 결코 나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너의 그리움은 진짜 그리움이 아니라 그저 지금 너의 옆을 지키는 체온이 없어졌기 때문에 생기는 그리움이기 때문이다.




나는 ... 모르겠다.

지금 내가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냥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들이 무섭지 않게, 가뜩이나 무서운 얼굴인데 더 무서워하지 않게 웃고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모르겠다.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다시 사람을 믿을 수 있을지...

나는 모르겠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조차...

그냥 하소연하고 싶었다. 그냥 너무나도 외로워서...

그냥 이렇게 생각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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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글 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출처 복잡한 머리 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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