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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첫사랑의 이야기
게시물ID : love_363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다른
추천 : 0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7 17:24:56
이제는 헤어진 이유가 중요해지지 않아서

그래서 할 수 있는 이야기겠네요.

그때는 그렇게 잠이 오지 않고 왜 헤어져야하는 지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고 이해할 수 없어서 괴로웠지만.

시간이 이 정도 지나면 이젠 그런 건 중요하지 않고

정말 그저 추억만이 남네요.

고등학교 때의 이야기에 제가 이제 마지막 삼심대의 해를 보내고 있으니

20년도 더 지난 정말 빛이 바랠 정도로 한참 전의 일이네요.

막상 그 친구를 만날 때의 제 나이보다 더 긴 시간 지났다니 시간 참.

지금 연애라도 하고 있다면 이런 이야기 꺼내면 혼나겠지만 이 나이에도 혼자 사부작 대고 있으니 괜찮겠죠.

150 살짝 넘을 정도로 자그마한 체구에 하얗다 못해 붉은 끼가 돌 정도의 피부. 숏컷에 두꺼운 뿔테 안경.

슬리퍼가 너무 커보이던 215 작은 발. 내 작은 손에도 너무 작던 손. 약간은 개구지고 새된 목소리.

내가 지금도 숏컷에 안경쓰고 작은 사람에게 심장이 두근대는 건 내가 쪼그만 거 때문이 아니라 자네 탓이라고 친구여. 

우표도 없이 손으로 주고 받던 편지들.

수십 장을 쓰다 버리고 새로 쓰던 나의 편지. 수십번을 다시 읽던 너의 편지. 내 악필에 놀라지는 않았으려나.

2년이 되는 시간 동안 세번 밖에 잡아보지 못한 너의 손. 얼마나 네가 답답했을까 이제야 알다니 이게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키가 작아서 좋은 점을 별처럼 세며 밤이 새도록 한 전화는 왠지 잠이 오지 않았어. 그래도 꽤 많았잖아 작아서 좋은 점.

눈 오는 날의 겨울 동물원은 겨울이 오면 아직도 자주 생각나.

아무도 없는 동물원. 동물도 없던 게 왜 즐거웠을까. 이런 바보 같은 데이트 코스에 웃어주다니 내가 센스가 여태 없는 건 너 때문 아니냐.

네가 물었지. 너를 비유하면 뭐라고 할거냐고.

하얀 구름. 별 생각없이 답했지만 너에게 참 잘 어울리는 거 같다.

어디를 떠다닐지 가끔 궁굼해. 비를 머금고 있니 눈을 내리고 있니.

기억 보다는 추억이 되는구나. 다시 돌아가고 다시 헤어진다고 해도 너를 만난 시간에 감사하며 또 다시 너를 만나겠지.

이거 마무리를 어떻게 하지.

아 부끄러워.
출처 오그라든 내 손이 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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