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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시간은 이제는 다르다
게시물ID : love_374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일로뜨
추천 : 2
조회수 : 4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2 08:11:53
늦은 밤, 차에 가만히 앉아있으면서
오늘 유난히 밤이 참 밝다 하는 날엔
어김없이 밝은 보름달이 있다.

가생이에 뿌옇게 퍼진 달무리처럼
늘 목젖에서 겉돌던 말이 있다.

그믐이었다. 널 떠나온건
그믐이었다. 너가 날 떠난건
보름이다. 오늘은

고요로 깊어가는 밤의 온도와
뿌연 차 유리 밖으로 보이는 보름달은
꼭꼭 숨겨놓았던 마음속 한 구석도 비춘다.

그때 마침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가 흘러나온다.
난 너와 어떤 소설을 썼을까
그리고 우리가 뒤돌아 서있는 이 페이지는
이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 일까
아님 한 챕터의 마지막 페이지 일까.

몇번의 보름이 지나면 널 다시 만난다.
비록 시차는 다르지만
보름달의 그 눈부신 밝기는 거기나 여기나 똑같겠지.

난 괜찮다
네 생각도 나지 않는다.

아니 사실 거짓말이다.
달이 차고, 기울고, 다시 차듯
너도 차고, 기울고, 다시 찬다.

거리를 극복할 만큼 좋아하진 않는 것 같다 했다.
내 마음이 앞서있었다.
내가 좀 더 잘해주면 거리따위는 극복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쉽게 누굴 좋아하지 않았다.
한눈에 반하는건 더더욱 경험해본적이 없었다.
근데 너는 달랐다.

달이 참 밝다.
그냥 보자마자 이 사람이랑 결혼하겠구나 싶었다.
왠지는 모르겠다.

너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기뻤다.
너의 미소는 형언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달이 차고, 기울면 
너를 볼 수 있다.

처음 만났던 그 까페에서
너와 똑같이 어여쁜 꽃 한송이와
매주 써주겠노라 한 편지와
추워 하며 올 널 위한 따뜻한 음료 한잔과
널 기다릴거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무슨 표정을 지어야할지

네가 좋았다 했던
환한 미소와 함께 널 또 타박할거다.

"요번에도 늦었네"

너가 잡힐지 모르겠다.
하지만 잡고싶다.
하지만 잡을 수 없다.
좋은 사람으로만 남고싶다.

질척거렸던 사람은 다음 기회도 없지만
좋았던 사람은 다음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사람으로,
아쉬운 사람으로 
남고 싶다.

만약, 아주 만약에, 우리의 인연이 끊기지 않는다면
내가 다시 한국에 돌아왔을때도 내가 좋은사람이라면

그땐 말하고 싶다.

이젠 어디 가지 않는다고.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열매를 줄테니 다시 만나자고.

오래 있었던 탓인지
뿌연 차 유리를 뒤로 하고
차에서 내렸다.

안경도 뿌옇다.
굳이 닦진 않는다.

그래야 보름달도 뿌옇게 보여서
그래야 보름달이 밝혀놓은 마음을 다시 덮을 수 있어서.

그럼에도 밤이 참 밝다
그럼에도 너가 참 좋다.

우리의 시간은 이제는 다르다.
하지만 나의 시간은 아직은 같다.
출처 헤어지기 전 매일 써주겠던 다이어리와 편지, 그리고 헤어진 후에도 보내지 못했던 편지와 보여주지 못했던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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