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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가 생겼습니다.
게시물ID : love_384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게지박령
추천 : 15
조회수 : 1261회
댓글수 : 50개
등록시간 : 2017/11/17 18:44:08
그럴리가 없잖습니까.

제가 왜 제목을 그렇게 정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오늘 어떤분께서 저를 '연게모쏠지박령'이라고 칭하시던데 매우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의 귀염둥이 앤 셜리는 이렇게 말한적이 있습니다. 나는 내가 못생긴걸 알지만 남이 나보고 못생겼다고 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라구요. 근데 사실 앤 셜리는 이쁩니다. 그래서 존잘남 머리통을 석판으로 깨부수고 결혼까지 했죠. 무튼 저는 다자라보았더니 그렇지도 않고 석판으로 머리통을 깨줄 여인도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기로 결정한 것은 제가 처음으로 끓인 김치찌개를 먹다가 입니다. 분명히 처음 끓인 것인데 너무 맛있는터라 저는 잠깐동안 제가 왜 여친이 없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 해보았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니 너무 이상하더군요. 김치찌개를 맛있게 끓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물론 마스터 쉐프 코리아에 나가서 강레오인가 하는 요리사분한테 극찬받는 상상도 잠시 해봤습니다. 그리고 나서 여자친구가 내 요리를 먹고 너무 맛있다면서 꺄르르 하고 달려와서 안아주는 상상을 해봤는데 역시 앞서 말한 상상이 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안타깝게도 요리사가 꿈이 아니기 때문에 티비요리경연에는 나가지 않을 겁니다. 심지어 제 냉장고에는 양파 4분의1과 다시용 멸치, 엄마의 따뜻한 손길로 만든 양파장아찌 밖에 들어있지 않기 때문에 냉장고를 맡길 수도 없습니다.

왜 이렇게 없는게 많을까요. 여자친구는 고사하고 썸도 없습니다. 통장에는 돈도 없습니다. 제가 가진거라곤 쓸데없는 생각하기에 특화된 상상력정도 입니다. 근데 그 상상력은 제 금같은 시간들을 이런데 쓰게해서 안그래도 모자란 시간까지 없애버립니다. 이렇게 된 이상 시간이 흘러 미래 언젠가의 나에는 이 모든게 다 있을거라고 상상하며 지금을 견디는 수 밖에 없습니다. 포항에서 지진이 난 것처럼 언제 어디서 재난을 만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인데도 말이죠. 하지만 만약 재난이 발생하면 저는 제 목숨 부지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도록 도울 작정입니다. 그래서 제가 죽는다해도 그건 별로 가진 것도 없는 저한테 과분한 죽음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에 모솔이 재난이라해도 저는 제 한몸 바쳐 저보다 어린 친구들에게 나는 괜찮으니 먼저가라고 미소띈 손짓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러면 저의 숭고한 희생에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보내주는 모솔 동지들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아 그럼 이만 설거지 해야해서 가보겠습니다.
출처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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