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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스토커입니다. 이제 고백하려고 해요.
게시물ID : love_39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눔계
추천 : 1
조회수 : 1810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12/20 16: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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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제 첫사랑이에요.
지금은 그 사람과 연애중이구요.
저번주가 400일 이었어요.

지금은 서로 큰 다툼없이 겉 보기엔 이쁘게 연애하고있지만.
사실 아니에요.
전 기분나쁜 스토커예요.


저는 여친이 너무 좋았어요.
처음 본 순간 반했고, 평생 게임만하며 여자관심없이 살던 제가 처음으로 사랑이란 걸 자각했어요.
그냥 운명이란 게 이런거구나. 느꼈어요.
마치 그동안 제가 모솔이었던 건 제가 태어날 때부터 '넌 그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 라고 프로그래밍 되어 있던 것 처럼요.
너무 좋아하게 됐어요.
정말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요.

그렇게 알고지낸지 6개월, 구애 끝에 전 연애를 시작하게 됐어요.
하지만 사랑에 대한 갈망은 오히려 미친듯이 올라갔어요.
저희는 원거리 연애였거든요.
만나려면 한 명이 4시간의 거리를 부담해야만 했죠.

서로 대학생이다보니 돈이 부족해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것조차도 힘들었어요.
400일이나 사귀었지만, 원거리로 인해 실제로 만난 일수는 턱 없이 적었죠.
그토록 사랑하는 사람과 사귀게 됐는데, 매일 만날 수 없으니 

여자친구가 너무 보고싶던 저는, 어느새 스토킹을 시작했어요.
조금 불쾌하실지도 몰라요. 제가 생각해도 미친것같아요.
저는 대학교 자체공강까지 해가며 있는 돈 없는 돈 끌어모아 여친이 있는 곳 까지 갔어요.
어느새 KTX 정기권도 결제하고, 담배도 끊고, 이틀에 한 끼씩 밥 먹어가면서요..

사실 처음엔 그렇게 불순한 의도가 아니었어요.
몰래 가서 놀래켜줘야겠다! 이런 생각이었지요.
근데 갑작스레 찾아온 저를 보고 부담스러워 하면 어떡하지? 이런 심적 고민도 있었고
막상 여자친구를 보니까 그냥 너무 좋아서 넋 놓고 바라봤어요.

스토킹은 보통, 평범하게 전화거는 척 하면서 지금어디야? 물어보고는, 지도 앱에 검색해서 위치를 찾아가며, 뒤를 쫒았어요.
그러면서 그저 계속 여자친구의 뒤를 쫒았어요.
이러기 시작한지 벌써 반 년 째예요..

형식상으로는 한 달에 한 번정도 만나지만.
사실 전 매일매일 여자친구를 보고있어요.

한 가지 자기방어를 하자면
과도한 집착이나, 바람에 대한 불안감 이런 건 전혀 없어요.
저는 당연히 여자친구를 믿고있고 너무도 사랑하니까요.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래요.
그냥 정말 보고 싶어서 그랬어요.

제 나름대로의 룰도 있었어요.
하루 2시간정도만 지켜보고 바로 집에 올라왔어요.
위장을 하거나 카메라를 달거나 폰에 커플gps를 달거나 이런 극단적인 게 아니라
그냥 200미터 정도 거리에서 지켜봤어요.

전 원래 어렸을적부터 밤이면 산에 올라가 별을 보곤 했어요.
아이였을때는 보름달일때 구름이 끼면 울고 그랬죠.
그저 그때는 별이 보는 게 좋아서, 일부로 자는척하다가 자정쯤에 엄마 몰래 집을 나가 보고 그랬어요.

지금 제게, 여자친구를 지켜보는 건
마치 천체 관측과도 같아요.
제가 지금 여자친구에게 바라는 건 없어요.
이미 사랑을 충분히 받고있고, 너무나도 행복해요.
뭘 바라고 이런 행위를 시작한 게 아니었어요.
여자친구의 웃는 얼굴, 뚱한 얼굴, 노력하는 모습, 무표정까지
그 결점 없는 순수한 아름다움을, 그저 멀리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
이것만으로도 제게는 충분했어요.

제가 미쳤다는 건 어느정도 자각은 있어요.
회피성 인격장애와, 아스퍼거 증후군 확진을 받았거든요.
물론 제가 아프다는 사실에 대해서 여자친구는 전부 알고있어요.
제 상황에 대해선 따뜻하게 이해해주고있고, 저도 받아들이고 꾸준한 치료를 받고있어요.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저는 여자친구가 미친듯이 보고싶어요.
또 보러가고싶지만, 정말 더 이상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여자친구가 이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무서워할까요?
얼마나 소름이 끼칠까요?
저였어도 소름끼칠 것 같아요.
제가 한 행동은 절대 정당화 할 수 없는 기분나쁜 스토킹이었으니까요.


저는 이제 그동안 저의 행동을 여자친구에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려고 해요.
여자친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이 되고
쉽게 용서받지 못 할 일이라는 건 알아요.
하지만 너무나 죄책감이 들고, 지금 말 못하면 제 행동을 고칠 수 없을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된다면 파멸적인 결말이 기다리고 있겠죠.

이번 크리스마스때, 용기내서 여자친구에게 용서를 빌려고 해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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