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차를 박살내다
게시물ID : love_42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란.
추천 : 2
조회수 : 96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5/27 13:50:27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우지끈 소리와 함께 차 문이 박살났다.
핸들을 돌려 주차장을 빠져나가다 기둥에 제대로 박았다.

기어코 일을 냈다싶어, 고개를 푹 숙이고 운전석에서 내려왔다. 남친은 괜찮다고 했지만 괜찮지 않은 듯 했고, 내가 제일 괜찮지 않았다.

묵은지보다 오래 묵힌 장롱면허를 꺼낸지 한 달. 다시 운전대를 잡은 이유 중 하나는 '멋져 보이고 싶어서' 다. 장거리를 갈 때면 "내가 운전할게." 하고 교대 운전하는 자신감! 내 차는 없지만, 내남자의 차는 나도 종종 쓸 수 있으니까.

운전을 시작하고 이 친구의 자동차보험에 내 이름을 추가로 넣었다. 추가금은 부부 1만원, 타인은 14만원.
우리는 추가금을 포함한 보험료 64만원에 동공이 살짝 흔들렸지만, 14만원 때문에 당장 결혼할 수는 없었다.

운전은 남자친구에게 배우는게 아니라고 하지 않던가. 전문강사님께 밀착과외를 받고 하산 했다.

주말마다 내남자를 조수석에 태우고 동네 마실을 다녔는데, 
오늘은 마트였다.

주말의 마트는 시골 장날처럼 북적인다. 
2층부터 3층, 4층까지 층층마다 만차와 혼잡을 두르고 있다. 경사길 오르기 통과, 빈 자리 찾기 통과. 주차도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야식으로 먹을 만두와 파 한단, 골뱅이 캔과 
7천원짜리 마트 와인으로 기분을 낸다. 
가성비 좋은 행복이다.

빠른 우회전이 행복도 구기고 차도 구겼다.
차에서 내려 오른쪽 문을 살폈다. 기둥을 스치면서, 차의 먼지가 깨끗이 닦였다. 차의 코팅도 깨끗이 깎인게 문제지만.

움푹 팬 문을 보고 남친님께서 물으셨다.
"카드 2만원 긁고 차는 70만원 긁었네?"

미안하다며 머리를 조아리자, 그러면서 실력이 는다고 인명사고만 내지 말라고 '말씀' 하셨다.
암요, 인명사고는 안되고말고요.

운전은 밖에서 하지만 실력은 안에서 자란다. 
정일근의 시 <그 후>를 빌려서 구겨진 오늘 일을 써봤다.

사고는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운전자는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몸을 담은 차 한 대가
잠시 긁혔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출처 오늘도 안전운전, 안전보행
생각해보니 제 운전이나 잘하는게 먼저네요.
https://m.blog.naver.com/tearkai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