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온달의 날카로운 첫 투표의 추억
게시물ID : love_4304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란.
추천 : 3
조회수 : 3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6/17 15:24:50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지금 나오면 될 것같아, 밑에서 만나자."
전화를 받고 집을 나섰다. 우리는 투표를 하러 가는 길이다.

귀 밑 머리3cm 였을 때, 정치에 무지한 것 만큼 유행에 뒤처지는 것도 없다고 배웠다. 
어린 나는 일종의 권리이자 의무인 '한 표'를  커피 열매 수확을 기다리는 농부 후안의 마음으로 기다렸다. 기다린만큼 아끼는 마음도 컸으니, 투표할 수 있는 자격이 된 후로 한번도 표를 걸러본 적이 없었다. 
자격이라고 해봤자, 새해되면 떡국 먹듯 자연스레 나이먹은 것 밖에는 없지만.

완의 첫 투표는 29살이었다.
투표권을 받은지 10년이 지나도록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단 한차례도 표를 행사한 적이 없었다. 

"내가 투표한다고 뭐 달라지나, 나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어. 지들끼리 싸움이나 하지, 나랑 무슨 상관이야."

이 남자와 만난지 얼마 안됐을 때였고, 나는 그가 투표 해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을 받았다. 그도
"정치에 관심없는 거 무식한거야. 투표를 안하는 건 무책임한거고." 라는 나의 말에 귓방망이를 맞았다고 한다.

그랬겠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여자한테 얼마나 잘 보이고 싶었겠어. 있어보이고 잘나보여야 할 내가, 말 한번 잘못했다가 인생을 통째로 잘 못 산 듯 보여서 엄청 쪽팔렸다고 한다.

'그까짓 투표' 하는 마음으로 생애 처음으로 투표소에 간 날.
"김 완이요."
하고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초짜 유권자는 신분증이 필요하다는 말에 놀라고, 동네사람들은 신분증도 없이 투표하러 온 바보에 놀라고, 그걸 바라보는 완의 모친은 아들의 무지에 놀라셨다고 한다. 
온달이 민주시민으로 거듭나자 여자 잘만났다고 칭찬도 해주셨다나. 처음 봤을 땐 키작고 못생겼다고 쑥덕거리셨는데 말이죠.
29년만에 눈뜬 아들의 정치적 성향이 임여사님과 다른 것이 나의 복수라면 복수겠다.

날카로운 첫 투표의 추억은 그의 정치의 지침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다.
7년의 밤이 지난 2018년 그는, 뉴스에서 영화에서 때로는 광화문 앞에 모여 배운 유행의 선두주자가 되었다. 
임시공휴일에도 정상 출근하는 노동자지만, 먼저 투표하러 가자고 말하는 의젓한 김국민으로 성장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내가 꼭 정치학 설리반 선생, 오은영 선생님이 된 기분이네. 이 갸륵한 녀석을 둥개둥개 어르러 가봐야겠다.
출처 매우 늦었지만 투표인증글이 되었네요
https://m.blog.naver.com/tearkai/221300697290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