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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아이와 연락이 끊긴 지 200일째네요.
게시물ID : love_435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러드민
추천 : 1
조회수 : 100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8/07/22 10:2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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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 작년 입시를 말아먹고 도서관으로 출퇴근하는 재수생이에요.
그냥 어디에든 털어놓으면 속시원하지 않을까 싶어서 글 남기게 되네요.

고1때부터 좋아해오던 여자아이가 있었어요.
지금 와서는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는지는 몰라도 마음을 다 뺏길 정도로 좋아했었어요.
연락 자주 주고받는 친구 관계였어요. 그러다가 될 대로 되라 하고 고백을 질렀죠.
결과는... 뭐...ㅋ 그래도 그 아이는 계속 저하고 연락을 해주더라고요.
무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사했어요. 서로 서먹해질 만도 한데 계속 이야기 나눠주니깐.
서로가 바뻐서 잘 만나지는 못했어도 몇 번 만나서 밥도 먹었었구요.
그 때 외국 과자를 받았는데, 아깝다고 계속 안 먹고 놓아두다가 등짝 스매싱 맞고 가족들이 나눠먹었습니다..ㅋ
근데 그 아이도 역시 사람인지라, 자기가 찼던 저하고 계속 이렇게 애매하게 가는 게 맘에 들지 않았나봐요.
다음해 3월 정도에 친구 사이로만 남고 싶다고 선을 긋습니다. 전 뭐 그때도 한심하게 좋아한다는 거 티내고 있었고..
저 말을 듣고나서는 톡하는 게 미안하고 무서워지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연락이 끊깁니다.

뭐 여기까지는 흔하게 있을 법한 이야기일수도 있겠지만, 반년 뒤에 그 아이에게서 연락이 옵니다.
그 때 저는 후유증을 심하게 앓고 있었네요. 정말 너무나 좋아했었으니까요.
아직도 어떻게 다시 연락이 되었는지 기억이 납니다.
그 때 저는 폴더폰이었고, 카톡이 깔려있는 탭은 데이터가 없는 거여서 와이파이를 잡아야만 톡을 할 수 있었어요.
주말 야자를 위해 학교에 남아있다가 저녁을 먹으러 밖으로 나옵니다.
막 음식을 시켜서 가져오고 자리에 앉고보니 탭에 톡 1개가 와 있더라고요.
아침에 보냈던 그 톡 1개를 저녁먹을 때 즈음해 보게 되었고, 그게 그 아이가 보낸 톡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어색하다가 이윽고 말문이 트이고, 마치 계속 톡을 해 온 것처럼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전보다 더 나아가서 야자 때 전화를 주고받게 되기도 합니다.
초가을이여서 아직은 모기가 많을 때라 밖에서 통화하면서 많이 물렸었네요.
그러다가 그 아이가 자신의 친구를 소개시켜 줍니다. 저하고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대요.
나름 저하고 그 친구가 잘 되길 바라는 듯 했지만 저는 그럴 생각이 없는걸요.
그 친구한테는 미안하지만, 이야기를 조금만 나누고 서로 자연스레 멀어졌습니다.
오히려 이 일 때문에 또 서먹해져서 그 아이와 연락이 잠시 안 되었어요.
11월을 즈음해서 다시 연락이 되고 또 원래대로 돌아오고, 그랬습니다.
학생 신분이라 돈이 넉넉치는 않았어도 챙겨줄 명분이 있는 기념일은 착실하게 챙겨주기도 했고요.
해가 바뀌었고, 정말 이번에는 아무 탈 없이 이어지나 했습니다.

4월부터는 서로간의 연락이 뜸해지기 시작합니다. 저도 그 아이도 입시 관련해서 꽤나 바쁠 때였죠.
그 와중에 제 탭이 비실비실거리며 아예 연락을 못 하게 되고, 고치고 돌아와보니 그 아이는 카톡을 탈퇴했더라고요.
무슨 의미일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아이는 며칠 뒤에 다시 카톡에 돌아왔지만 저에게 톡을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직감이 왔습니다. 결국은 작년과 똑같아지는구나.
서로 연락이 뜸해진 것 빼고는 아무런 징조가 없었길래 반신반의했지만 계속해서 연락이 없었어요.
그렇게 저는 다시 홀로 남겨지고, 겉으로 티는 못 내고 속으로만 울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로 이야기가 끝날 법 하지만, 이 이야기는 끈질기게 이어집니다.
6월이 되고 저는 그냥 이판사판, 차이더라도 깔끔하게 차이자 하면서 먼저 연락을 합니다.
처음에 돌아온 답장은 무척 냉랭했어요. 그래서 정말 끝이구나. 하면서 저도 마음에도 없는 냉랭한 말을 합니다.
그러더니 그 아이가 자기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그 도중 큰 오해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죠.
탭이 맛탱이가 갔을 때 그 아이가 톡을 보냈는데 왠지 모르게 그걸 읽었다고 표시가 되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제가 읽씹하고 연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전 저대로 이렇게 차였다고 생각하고..
결국, 이 빌어먹을 탭이 문제였습니다-_-;
그렇게 오해를 풀고 서로의 마음도 풀고, 다시 저희는 원래대로 돌아오게 됩니다.
사이는 더더욱 좋아졌어요. 그 아이는 더 이상 제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거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낯뜨겁고 대답하기 부끄러운 질문을 하면서 저를 놀려먹었죠.
저는 난처해 하면서도 제 마음을 꿋꿋이 전했고, 그게 그 아이를 흔들었나 봅니다.
무려 데이트 신청이 옵니다. 자기 말로는 네가 워낙 눈치가 없으니 자기가 말하는거라고 하는데, 그걸 제가 모를 리 있나요.
계속된 고비의 반복 때문에 여기서 내가 뭔갈 하다간 또 고비가 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죠.
7월 중순, 그러니까 작년 이맘때 즈음으로 데이트 날짜가 잡히고, 그 동안은 서로가 많은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저는 또 밖에서 연락하며 신나게 모기에게 피를 뜯기고, 전화거는 일이 없다고 제가 툴툴대니까 먼저 걸어주기도 하고.
낮은 목소리를 좋아한다고 해서 맨날 제 목소리를 녹음하면서 목소리를 낮게 낼 수 있도록 노력하기도 했고요.
그렇게 데이트 날짜가 다가옵니다.

데이트 자체는 특별한 것이 없었고, 그 아이의 사정 상 오래 있지도 못했지만 정말 행복했습니다.
약속장소에서 그 아이가 멀리서 걸어오는 걸 보고 웃음을 참을 수가 없더라고요. 정말 이런 날이 오는구나. 했어요.
영화를 보는 데 계속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영화에 집중하는 그 아이의 모습은 너무 귀여웠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그 아이가 필요한 게 있다고 문구점을 들어갔는데, 저는 거기서 편지지 한 장을 샀습니다.
기념일을 챙겨줄 때 항상 편지를 한 장씩 써서 선물 사이에 끼워주곤 했는데, 다음에는 이 편지지로 쓰겠다고 마음먹었죠.
네. 여기까지는 정말 좋았고, 좋은 일만 있을 거라고 믿었어요.

데이트를 한 날부터 연락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며칠간은 피곤해서 그런거라 생각했었죠.
점점 대답은 없어지고, 읽씹만 늘어납니다. 심상치 않다는 걸 느꼈습니다.
결국 제가 우려했던 고비가 온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그 아이의 진심을 듣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아이가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너를 만나보니 너하고는 그냥 친구사이인 게 틀림없다고.
그래서 자기에 대한 감정을 빨리 지워주었음 좋겠다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부탁합니다. 저는 차마 그럴 수는 없다고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은, 또 다시 이별입니다. 저는 말로는 모두 잊겠다라고 말했지만 다시 몇 달을 속앓이해야만 했습니다.
처음에는 원망감도 들더라고요. 결국 이럴거면 왜 다시 돌아온 건지. 왜 사람을 몇 번이나 아프게 하는 건지.
결론은 제 탓이죠. 제가 못났으니깐. 제가 조금이라도 더 이성으로의 매력이 있었다면 이럴 일 없었겠죠.
저 자신을 무척이나 저주하고 살았습니다. 본격적으로 수능이 눈앞에 다가오고, 저는 하루종일 웃지 않는 날이 많아졌죠.
그 아이와 연락을 할 때는 항상 웃음이 났었는데 말이죠.

이야기는 이제 마지막을 향해 갑니다.
수능을 망치고 실의에 빠져있던 12월. 입시를 망쳤다는 생각과 헤어짐의 후유증으로 툭하면 눈물이 날 때.
잠에서 깨고 보니 톡이 몇 개 와 있습니다. 그 아이입니다.
술김에 문자를 보낸 듯 합니다. 첫 말이 자기 술마셨다고 자랑하는 거였으니까요.
그러고서는 자기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뭔가 데자뷰네요.
저에게 마음이 가는 자기를 인정할 수 없었답니다. 그런데도 자신에게 잘해주는 저를 보고 화가 나서 그랬답니다.
참 원망스러우면서도 미안하고, 또 고마웠습니다. 다시 한 번, 너를 좋아하고 싶다고 말을 건넸습니다.
그렇게 다시 저희는 원래대로 돌아왔지만, 정작 다음 이별은 너무나도 빨리 찾아왔네요.
다시 연락하게 된 지 보름도 안 되서 그 아이의 연락은 뜸해집니다.
제가 톡을 보내면 만 하루가 넘어서 답장이 올 때도 있었죠. 정상적인 대화는 어려웠습니다.
전에라면 받아줬었던 제 투정도 정색하면서 어쩌란건지 모르겠다는 말도 했었고요.
연락이 거의 없어지면서 저는 결국 결심합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그 아이를 놓아주자고요.
내가 싫지 않다면 계속 연락해주고, 아니라면 확실하게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톡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걸로 저희의 연락은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해는 넘길 줄 알았는데. 끝내 새해를 며칠 앞두고 다시,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르는 이별을 했습니다.

그 아이는 대학에 가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는 한동안 술에 쩔어서 지냈습니다.
억울하더라고요. 2년을 넘게 한 사람만 바라본 저는 이렇게 되었는데, 처음 본 지  2~3개월 본 사람하고는 좋게 된다는 게.
맨날 술에 취하면서, 마지막에 든 생각은 제가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다. 였어요.
그 아이는 그럼 저에게 왜 그렇게 잘 해준건지..
결국 몇 번이고 사람을 구렁텅이로 집어넣을 만큼 내가 맘에 들지 않았다면 도대체 나에게 왜 그런건지.
동정심? 순수한 우정? 재미있을라고? 아니면 그냥?
아직도 답을 찾기에는 어렵고, 저는 하루하루 고통받으면서 살고 있어요.
재수에는 멘탈관리가 필수라던데, 이미 멘탈은 거의 무너지고 실끝같은 이성만 붙잡고 있네요.
물론, 아직도 그 아이를 좋아하고, 그러기에 그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지금 새로운 사람을 만남으로서 그 아이가 행복하다면 저는 만족해요.
이 이야기를 오유에 쓰는 이유도, 혹시나 그 아이가 이 글을 보게 되면 행복하지 않게 될 테니깐요.
이 이야기를 주변에 털어놓고 싶어도 혹시 그 아이 귀로 들어갈까봐 속으로만 앓고 있었어요.
다만, 이제 내 곁에는 그 아이가 없다는 게 너무나 슬프네요.

지난 금요일에 영화를 한 편 보고 왔어요. 일부러 노린 건지, 작년 딱 이 때에 그 아이와 그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었죠.
영화를 보고 전의 그 식당을 찾아갔더니 업종 변경하느라고 영업을 하지 않더라고요.
그 아이를 포함해서 모든 건 변해가는데 나는 그대로네요.
아니 어쩌면 그 아이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희망 하에 변하는 걸 스스로 거부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뀐 게 있긴 하네요. 이성으로서의 매력이 없다고 스스로 느낀 뒤에는 피부관리와 운동을 틈틈이 하곤 합니다.
이것도 언젠가 그 아이가 돌아오면... 이라는 생각 때문에 바뀐 거긴 하지만요.
연락이 끊긴 지 200일이 넘었습니다.
아직도 그 아이를 잊기에는 한참 멀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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