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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에게 배운다.
게시물ID : love_462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르키스(가입:2004-05-04 방문:1279)
추천 : 10
조회수 : 70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6/20 10:02:09




"오빠는 하고 싶은게 뭔데에?"




하며 내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본다.




"만화책방가서 만화책이나 볼까?"




"응. 좋아! 나도 만화책 좋아하는데!!"




어린아이마냥 좋아하던 너를 보면서




"와, 이런거 보면 우리 진짜 잘 통하네ㅋㅋ"




.
.
.




"오늘은 뭐하고 놀까?"




"오빠는 뭐하고 싶은데?"




조금은 곰곰히 생각하는 척 했지만




사실 나의 대답은 곧 튀어나왔다.




"PC방!!!!!!!!!!!!!!!!!!!!!!!!!!!!!!!!!!!!!!!!!!!!!!!!!!!!!!!!!!!!"




"어! 좋다 좋아. 나도 가서 오빠가 하는 게임 할래~~"




"오 게임도 할줄알아요~우리 자기~"




.
.
.




항상 기분 좋은 데이트를 했어.





내가 너와 만나




너에게 '오늘은 뭐할까' 라고 물어보면




너는 항상 다시 나한테 되물었다.




'오빠는?', '오빠가 하고싶은 거?' 등의 되묻기.




연애 초반부터 그랬고




그래서 나는 언제부턴가 데이트를 리드하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했지.




언제부턴가는, 딱히 생각이 나지 않는 시점의 무렵에




이제 나는 너에게 묻지 않고




자연스럽게 '오늘은 저기' 하며 너를 이끌었다.




너도 그게 편했을테고




나도 이렇게 하는 것이 훨씬 편했으니까.




그리고 항상 좋다고, 즐거웠다고 했으니




더할나위가 있었을까.




만화책방, PC방, VR같은 게임방 등의




데이트 코스에도 너는 불평한 적이 없다.




'나도 좋아한다', '나도 해보고 싶었다'라는




반응이었으니




나는 항상 성공적인 데이트 코스를 짜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너는 리드하기보다는 당하기를,




나는 리드당하기보다는 리드하기를,




참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




그랬어.




그리고 어느 날, 그 날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저녁 늦은 날.




카페에서 나는 너에게 물었다.




"자기는 데이트할 때 가고싶거나 하고싶은거 없어?"




"나는 오빠가 하자고 하는거~"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대답이었고




나는 다시 물었어.




"그래도 뭐 좋아하는거 있을 거 아니야~"




그 때의 대답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는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뒷통수를 누군게에게 쎄게 맞은 것처럼 다가온




너의 대답.




"오빠가 좋으니까 같이 하면 나도 좋아!"




지극히 명확한 대답.




그리고 그날 처음 알았다.




초등학교때 본 만화책 이후로 처음,




PC방은 태어나서 처음,




그리고 다른 것들도.




나와 만나서 처음 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하자고 하는 것을




너는 싫다고, 불평한 적이 없다.




단 한번도.




지금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성공적인 데이트 코스를 짤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내가 잘 짠게 아니었어.




네가 그렇게 해준거였어.




보이지 않는 너의 배려였어.




나는 그걸 여태 몰랐어.




나는 그걸 여태 착각했어.




너는 나보다 어리지만




나는




너에게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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