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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묻어두었던 남방을 꺼내다
게시물ID : lovestory_47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입구온도
추천 : 1
조회수 : 47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2/11/05 21:38:33

올해 살랑 살랑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고

햇살은 조금 뜨겁던 어느 날 만났던 사람과 락페스티벌에 갔었다

오월의 초록이 물들어있는 한강변의 공원에서

하드하지 않은 음악과 시원한 바람과 그녀가 오래 기억이 났다




낮부터 시작한 락페스티벌은 11시가 넘어서 끝이났고

그녀의 집으로 가는 지하철은 환승하지 못했고 걸었다

서울의 약간 외곽의 그녀의 동네는 조용했고 맑았고

약간 쌀쌀해진 그 날씨로 그녀는 내가 가져왔던 남방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작은 어께에 걸쳐진 남방은 너무 귀여웠다

그 남방을 입은 그녀가 귀여웠다

그녀에게 고백했다



그리고 차였다


그녀의 집 앞에서 헤어지는 길에

그녀가 내 남방을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일부러 돌려받지 않았다

그녀와의 인연을 끈을 그 남방이 이어줄것이라고 기대했다

바람은 너무나 상쾌했고

하늘의 별이 너무 밝게 빛났다

이 글이 지나치게 유치할 정도로 감상적인 건 그녀와의 그 밤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남방이 이어줄것이라 기대했던 인연의 끈은 이어지지 않았다

굳이 없어도 되는 그 남방을 돌려받고 싶었다

그 남방이 있으면 그날의 기억이라도 남아있을 것 같았다



다른 이를 통해 그 남방을 돌려받았다

다른 이에게 이 사정을 구구 절절이 말하는 내가 유치했지만

그래도 그 기억을 가지고 싶었다.



종이 가방에 담긴 그 옷을 돌려받았지만

열어보지 못했다

그 날의 기억의 아름다움보다 

나 자신에 대한 초라함과 그녀의 냉정한 거절이 떠오를 것 같았다



그녀를 잊은 건 아니지만 그 남방의 존재를 잊고 지냈다

여름동안 그 남방을 입을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

일부러라도 그 기억을 돌이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옷장 구석에 종이가방 채로 쳐박혀 있던 5월의 기억을 꺼내지는 않았다


긴 여름동안 나는 방황했고

내 방을 어질러져 있었다

그 종이 가방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시월이 왔고, 어떤 사람을 만났고, 

겨울이 왔고, 나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어질러져 있는 내 방을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로 인해 몇개월을 방황한건 아니지만,

어질러져있던 방은 그냥 관성같은 것이었던 것 같다.

어질러져있는 내 방이 그녀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흔적이었다


방 정리를 하는 동안 그 종이 가방이 보였다

이제는 열어볼 수 있었다

향긋한 냄새가 났다

옷장 구석에 숨겨져있던 그 남방만큼이나

내 마음은 어느 한켠에 그녀가 아직은 있었나보다


그녀도 그날 밤의 바람은 상쾌했고, 별은 빛났고

아름다운 밤이었겠지....


이제 그녀를 내 마음속 어느 구석에 있는 것까지 떠나보낼수 있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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