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배를 타고 강을 건너다가 빈 배와 부딪치면 아무리 성질이 나쁜 사람일지라도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배는 빈 배니까.
그러나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소리쳐 피하라고 할 것이다.
그래도 듣지 않으면 다시 소리치다가 마침내는 욕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이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어 있다면 그는 소리도 치지 않고 화도 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는 그대의 배를 빈 배로 만들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상처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장자」(토마스 머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