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그 사람.....
게시물ID : lovestory_647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까칠한삐대
추천 : 0
조회수 : 41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3/17 17:37:46
내가 어릴적 다니던 국민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었죠)에는 ‘특수반’ 이라는게 있었다.

몸이 어딘가 불편하거나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다른 사람들과는 좀 틀린 친구들이 한반에 모여있는 반이었다.

그 사람은 특수반에 있었고, 내가 3학년 때 두살많은 5학년 이었던걸로 기억한다.

늘~ 학교에 와서는 체육시간에 아이들이 뛰어 노는 것을 벤치에 앉아서 멍~ 하게 바라보거나 땅에 개미들이 지나가는 것을

멍~ 하게 바라보고 히죽히죽 웃고 다니는 그런 사람이었다.

교실이나 복도에선 마주친적이 없지만 늘 내가 집에 가는 길이면 학교 근처 골목길 등에서 자신보다 어린아이들에게 

얻어맞고, 동맹이 등을 맞으며 도망치는 것이 자주 보였다. 그래도 뭐가 즐거웠던지...

- 아프다 때리지마라 아프다 던지지마라.....

그런 말을 하며 웃으면서 도망갔다.


 어느 날..... 비가 제법 많이 오는 날이었다. 학교 앞에는 아이들 부모님들이 우산을 하나씩 들고 마중나와 있었고, 난 주위를 살펴보다가

부모님 모습이 안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장화를 신고 일부러 물이 고인 곳으로 찰박찰박 소리를 내며 걸어가고 있는데 골목길 앞에 그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 늘어진 티셔츠에 반바지에.... 비를 맞으며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활짝 웃으면서 검은 얼굴로 날 바라보았다.

웃음도 잠시... 날 보자마자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고개를 숙인다.

그냥 궁금했다. 비오는 날 우산도 없이 비를 맞으며 뭘 하고 있는지 궁금 했을 뿐이다.

 - 뭐하는데?

같이 웅크리고 앉아 우산을 씌워주며 물었다. 그 사람에게 처음으로 했던 말이었다.

그 사람은 날 쳐다보지도 않고 손가락으로 땅을 쿡쿡 쑤시며

 - 오늘은 애들이 안오는데.... 술래잡기 해야된다. 기다리랬다. 

술래잡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 무슨 술래잡기? 니 친구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나?

나보다 나이는 많았지만 '형'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동안 이 사람이 내가 알고 있는 '친구'라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걸 본적이 없었다.

그 사람은 검은 얼굴로 날 힐끗 보더니 다시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 매일한다. 오늘은 내가 술래 안할끼다.... 술래 아프다.

 - 술래하면 뭐가 아프노?

 - 돌맹이가 아프다.

대충 그랬다. 학교를 마치고 골목길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들이 와서 같이 '술래잡기'를 한다는 것 같았다.

문제는 술래를 발로차고 주먹질하다가 도망가면 돌맹이를 던져가며 쫒아가고.... 내가 알고 있는 놀이와 전혀 틀렸다.

 - 니 이라고 앉아 있을끼가? 아까 애들 엄마야 아빠야들 와서 다 갔뿟다.

 - 맞나.............그럼 안오나..........

 - 밥묵고 하룻밤 자믄 내일 올끼다.

그 사람은 시무룩하게 있다가 내일 올꺼라는 말에 다시 방긋웃으며 " 그럼 밥 빨리무야지~ " 하며 뛰어갔다.

그 날 이후로 나는 그 사람이 바보라는 걸 확신했다.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고 있었는데 그 바보의 웃음 소리와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골목길 안에서는 그 바보가 기껏해봐야 2학년 쯤 되어 보이는 애들에게 둘러싸여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다.

애들은 자신보다 몸집이 두배나 큰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지 깔깔대며 발길질을 하고 있었다.

그 바보는 웃으면서 하지마라고 하며 발길질 당할때 마다 윽윽 하는 신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 정도면 도망갈만도 한데........

            = 애들은 돌맹이를 들고 있었다.

분명 그 바보가 도망을 가면 뒤에서 던질것이 분명했다. 그걸 알고 있는 바보는 맞아가면서 참고 있는 것 같았다.

 - 야! 이 새끼들아....... 

소리를 지르자 놀란 아이들이 내 쪽을 바라보았다. 아이들 보란 듯이 옆에 있던 큰 돌맹이를 주워서 서서히 걸어갔다.

나도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었던 터라 걸어가면서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혹시나 아이들이 들고 있던 돌맹이를 나에게 던지지 않을까 하며 마음도 졸이고 있었다.

그러나 내 위협이 통했는지 아이들은 돌맹이를 버리고 엄마~!! 하며 골목 저편으로 사라졌다.




그 바보는 멀리 사라지는 아이들을 보며 안타까운듯 중얼거렸다

- 술래잡기 니 땜에 애들 도망갔다

아이들에게 맞아도 단지 같이 어울려 놀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바보는 그렇게 나에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절에 나는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했고 얼굴을 찡그리며

- 그 놈들이랑 놀지말고 이거나 가지고 놀아라!

학교 문방구에서 샀던 유리구슬 몇개를 바보에게 건내주고는 씩씩 거리며 집으로 와버렸다.

그 후로 바보는 하교길이나 체육시간에 나랑 눈이 마주치면 손바닥을 펴서 그 안에 있던 유리구슬을 보여주며 히죽히죽 웃었다.



그렇게 난 4학년이 되었고, 그 해에 내 동생이 나랑 같은 학교에 입학을 했다.

동생은 내가 오후 수업까지 있던 날이면 학교 근처에서 라면땅이나 떡볶이 같은 걸 사먹으며 날 기다렸고, 우리 둘은 늘 그렇게 등하교를 같이했다.

어느날….

오후 수업을 마치고 학교 근처에서 동생을 찾고 있는데 골목길 앞에서 동생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골목길 앞에 가보니 동생의 이마는 빨갛게 부어 있었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날보며 방긋 웃고 있던 그 바보가 보였다.

동생은 끄윽끄윽 거리며 손가락으로 그 바보를 가르키고 있었고, 나는 순간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울먹이며 그 바보에게 달려들었다.

 - 때리지 마라 아프다! 때리지 마라 나 술래 아니다!

바보는 반격할 생각도 하지 않고 화난 내 주먹질에 몸만 웅크리고 있을 뿐이었다.

얼마나 때렸을까... 나는 주먹질을 멈추고 그 바보에게

 - 니 내눈에 보이지 마라. 죽이삘끼다

빽! 소리를 질렀다.

바보는 내 눈치를 보더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유리구슬을 꺼내서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 바보는 유리구슬을 나에게 내밀며 방긋 웃었다.

- 치아라~!!!!

손바닥으로 바보 손을 치자 유리구슬이 저만치 날라가 버렸다. 

내가 다시 때릴기세로 다가가자 바보는 '때리지 마라 아프다'라는 말만 되풀이 하면서 도망갔다.

양손으로 머리를 가린모습으로….

집으로 와서 동생 이마를 살펴보니 피는 나지 않았고 붓기는 조금 괜찮아 진것 같았다.

왜 바보한테 맞았냐고 물어보았다가...... 나는 동생 머리를 쥐어박았다.

 - 임마!!! 그걸 왜 그 형이랑 하는데? 어? 왜 하냐고!! 니 돌았나!!

동생은 영문도 모른체 나에게 맞은게 서러워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  

동생이 잘 못한건 아니다. 결국 두사람 다 잘 못한게 아니다......

사과를 해야했다. 그 날이후로 그 형을 찾아 다녔지만 찾기 힘들었고, 특수반에 한번 가보려 했지만 왠지 모를 두려움에 가보질 못했다.

가끔씩 하교길에 골목길에서 마주쳤지만 날보면 내 말은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도망가버려 좀처럼 말할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5학년이 되었고, 그 후로는 그 형은 학교에서도 골목길에서도 더이상 볼 수가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어디에 사는지 조차 몰랐고, 어린나이에 그걸 알아볼 방법도 몰랐다.

때린거 미안하다고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나는 놓쳐버린 것이다.

행님 미안하다고..... 구슬치기 나랑 같이 하자고.......

















 - 근데 니 뭐하다가 바보한테 맞았노?  

- 지가 술래잡기 하자고 했는데 지가 술래는 하기 싫다고 해가지고 내가 술래한다고 했거든? 

 - 술래잡기? 술래잡기 했다고??

- 어어 그래서 내가 술래해가지고 도망갔는데 갑자기 금마가 돌맹이던진다아이가... 그래가지고...  

- 임마!!! 그걸 왜 그 형이랑 하는데? 어? 왜 하냐고!! 니 돌았나!!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