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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아날로그 세상이 가끔 그립다
게시물ID : lovestory_669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_^
추천 : 1
조회수 : 63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6/17 14:42:45
*출처: http://media.daum.net/life/health/wellness/newsview?newsId=20140616102448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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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지하철을 타고 자리를 잡고 난 후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친구랑 약속을 잡았는데 카페에 20분 일찍 도착했다면 무엇을 할까? 공부를 하다가 머릿속이 복잡하고 집중력이 떨어질 때 당신의 행동은? 누구나 예상하겠지만 이후 당신은 가방이나 주머니에 고이 모셔놓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무엇인가에 몰두할 것이다. 거기에서 우리는 인터넷서핑, 게임, 카톡, 웹툰 보기 등등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다. 그렇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흘러가 당신은 목적지에 도착하고, 기다리던 친구가 내 눈앞에 와 있으며, 졸음을 내쫓고 다시 공부할 준비가 될 것이다. 물론 게임에 빠져 공부를 등한시하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렇게 보면 세상은 참 많이 달라져 있다. 더 이상 내가 지하철에서 내 맞은편에 앉아있는 사람과의 불편한 시선교환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친구를 기다리면서 멍 때리는 일도 이제는 없다. 이러다 보니 스마트폰이 빠진 우리의 일상이란 이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된 것 같다.

스마트폰을 집에 놓아 두고 오거나 분실한 경험이 많이 있을 것이다. 일상 생활에서 불편한 점이야 당연한 것이겠지만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러한 경우 적지 않은 초조,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폰도 없는데 지하철 타면 뭘 하지? 친구는 어떻게 기다리지? 남는 자투리 시간에 난 뭘 해야 하나? 첨단의 시대를 사는 바쁜 우리 현대인이 폰이 없어 하릴없이 멍하게 공상에 잠긴 모습은 스스로 생각하기에 마치 원시인과 같은 모습으로 받아들여질 지도 모르겠다. 이런 불안감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술을 일정 기간 먹지 않을 때는 심한 불안, 초조감, 두근거림, 발한 등의 증상들이 나타난다. 이것이 바로 금단 증상인데 이러한 알코올 환자들의 금단 증상은 우리가 폰을 잃어버리거나 집에 놓아 두고 왔을 때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는 모두 알코올 의존이 아닌 smart phone dependency(스마트폰 의존)라는 질환을 가지고 있는 걸까? 더 넓게는 이런 걸 internet dependency(인터넷 의존)라 부를 수도 있는 것일까? 현대인에게 인터넷 의존이라는 병은 우울증보다도 더 만연한 시대의 질환이라 부른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내 손 안에 폰이 없던 시절에도 우리는 잘 살아왔다. 불편한 시절이었다고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기준에서이다. 심지어 소위 '삐삐'조차도 혁명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내가 있는 곳으로 상대방이 전화를 걸게 하고, 타인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 것도 너무나 대단하던 시절이었다. 그 이후 사람들이 자기만의 전화기를 가지고 집 밖에서도 연락을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듣는 전화기가 아니라 보는 전화기의 시대로, 모든 것을 손 안의 폰으로 다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모든 엔터테인먼트는 내 손 안의 작은 device에서 다 해결된다. 세상이 더 편해지니깐 이전에는 답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그 과거에 남는 자투리시간에 뭘 하며 살았을까.

우리의 환경은 점점 디지털화 되어왔다. 그런데 우리 그 자체는 어떠한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우리는 부모님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고, 친구 및 동료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하며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예나 지금이나 인생은 좋은 일로만 채워져 있지 않다. 불행에 슬퍼하고 스트레스로 힘들어하지만 반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 애쓰고 사소한 좋은 일에도 행복해 한다. 인생의 굴곡을 몸으로 부딪쳐 경험하며 이것이 인생임을 배우는 것에는 예나 지금이나 차이가 있을 수 없다. 이전에는 "내가 정말 잘 살고 있나? 더 나은 인생을 위해 난 무엇을 해야 하나. 인생은 왜 이리 어려울까. 이 사람이 나에게 정말 소중하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이 허락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근데 우리는 점점 그런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 무엇 때문에? 내 손에 있는 작은 기계로 인함이다. 이 기계는 잠시라도 내가 멍하게 있는 것을, 상념에 잠기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마치 "복잡한 생각들은 필요 없어. 지금 여기에 집중해. 내가 너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을 보여줄게" 말하는 듯 하다.

많은 사람들이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부정적인 생각도 생각이다. 나에게 닥쳐오는 인생의 밀물과 썰물을 심사 숙고하여 바라볼 필요가 있다. 좋은 내용이든 나쁜 내용이든 무엇인가로의 생각에 잠기는 것이 이제 우리에게는 너무 이질적인 일들이 되어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당신의 오늘을 한번 뒤돌아보자. 스마트폰 없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보낸 시간이 얼마나 되나? "그래 가끔 하늘을 보자"는 문구처럼 우리는 가끔은 달님 별님을 보고 살아야 하는데 우리의 머리는 점점 위를 쳐다보지 않고 손에 있는 기계를 보려 밑으로만 숙여지고 있으니 이를 어떻게 해야 할까.

칼럼니스트 : 이승민 전문의(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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