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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이 생각하는 아이의 교육법
게시물ID : lovestory_702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감성청년-
추천 : 10
조회수 : 75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1/18 15:37:59
수능 후 자살하는 아이들을 보고 안타까워서 글 올려봅니다..
 
 
근데 옆에서 이렇게 봤을 때는 ‘저러면 애 공부 못할 걸’ 이런 생각이 드는 부모님들이 참 많아요. 특히 어떤 면에서 그러냐면 저 장담하는데 초등학교 저학년 때 과외 십 수개 가는 얘들 중고등 생활까지 못 버텨요. 기계가 아닌데. 그니까 쉬는 거 하고 공부하는 시간하고 왔다리 갔다리 할 수 있는 널뛰기를 가르쳐줘야 하는데, 자체적으로 지가 뭘 했는지 모르겠는데 애 용돈을 넉넉하게 주고 영화를 주고 놀러가게 해주고 이게 아니더라도 그게 딱 훈련이 되 있거나 그 맛을 아는 애들은 자기 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공상에 잠긴 것만으로 한시간만에 스트레스를 풀고 미소를 회복하고 나오는 애들이 있다니까요. 근데 쩔쩔 매고 쌓이는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쩔쩔 매는 친구들도 있어요. 참 안됐어요. 뭐, 대입시험 치고 나서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그런 친구들 말이에요. 스트레스를 어디로 어떻게 뿜어내고 내 안에서 내보내고 내가 안정을 시켜야 하는데. 내 안에서 삭혀서 가라앉히는 건 한계가 있고 밖으로도 뿜어내고 안으로 삭히고 동시에 해야 되는데. 그런 거에 대해서 아이가 몇 살인데 영어단어를 몇 개 외우고 있느냐 이런 거 말고 우리 부모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져주더냐, 그러니까 우리가 다 같이 죄인이 되 버린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절대적인 기준으로 우리가 아이를 대하지 않고 상대적인 기준으로 아이를 대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아이 하나를 딱 보면서 얘가 이 나이에 지금 말을 이 정도 하고 있고 이 정도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얘가 뭘 공부하고 더 재미있게 하고 더 지식을.. 뭐 이게 아니라 누구네 집 얘는 어느 학원에서는 요즘 조기교육 풍토는 이렇게 자꾸 주위를 보잖아요. 그런데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하고는 잇지만 인간의 학습능력, 그리고 뭐 이런 것들은 그렇게 많이 변하지 않았거든요. 요즘 아이들이 많이 영악해지고 빨라졌다 하는데 제가 볼 땐 그렇지도 않아요. 말문이 트이는 시기, 그리고 정보를 접할 수 있는, 이제는 부모가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알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는 창구나 이런 게 다양해지면서 아이들이 지식을 빨리 습득해 나가고는 있지만 특별히 갑자기 십 수 년 사이에 아이들의 IQ가 급상승하거나 두뇌가 빨리 돌아가거나 그런 것도 절대 아닌 것 같고.
 
저는 애한테 오로지 공부하는 거 닦달하는 부모님들께 여쭤보고 싶은 게 딱 하나 있어요. 책을 읽으면서, 얼굴이 발갛게 상기 되서, 너무너무 재밌어가지고 눈이 말똥말똥해서 ‘미안 미안 조금만 있다 얘기하자. 이거 너무 재밌어서 그래.’ 그렇게 애한테 책을 읽으면서 미쳐있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느냐. 그래서 아이가 볼 때 엄마랑 아빠는 가끔 책만 잡으면 돌아가지고 밥도 안 먹고 라면을 먹다가 젓가락을 든 채 30분을 들고 있고, 막 그러는데 ‘뭐가 저게 되게 재밌는 게 있나보지?’ 라는 걸 아이한테 보여준 적이 있느냐. 혹은 깊숙이 공부하고 연관 있는 삶을 사는 게 아니더라도 정보나 학문이나 이런 걸 대하면서 재미있어 하는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느냐. 그런 모습을 한번이라도 보여주면 공부는 그다음에 지가 재밌어서 알아서 할 텐데. 아이를 과외를 보내놓고 나서 본인들은 책도 안 읽고 요즘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보에 관심도 없고 본인들은 공부를 하지 않는다 라면 ‘니가 학교를 마치고 나서도 있지 엄마아빠도 학교 졸업한지 오래 됐는데 계속 책보고 공부하며 이렇게 사는 거거등? 사람 다 이러고 살아야 되고 재밌는 거야 너도 어차피 해야 돼.’ 이렇게 던져 놓으면 지가 알아서 하지 않아요? 그럼 지가 이거 하고 싶어요, 저거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하는 공부 시켜주면 되고. 난 이게 맞는 거 같애. 끝까지 이쪽으로 개길래.
 
 
 
-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2003년 12월 4일 분 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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