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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접 겪은 일.. 간밤에 깨서 아련한 기억에 그냥 적어봅니다..^^
게시물ID : lovestory_73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뮤온
추천 : 0
조회수 : 60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5/09 08:44:38
때는 제가 베트남에 잠시 머물고 있던 어느 따뜻한 봄날.



연구직 겸 내근직이지만 출장 차 며칠을 공장에서 조사 작업을 하고 있었죠. 잿빛 소음과 진동하는 쇠 냄새, 거기에다 봄부터 38도까지 올라가며 후덥지근해지는 베트남 날씨 덕에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새로운 환경에서 사귄 좋은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하루의 고된, 그리고 동료들과의 즐거운 작업 시간을 보내고 공장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마침 공장 작업자들 교대 시간이어서 1층의 넓은 공간이 왁자지껄하게 즐거운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었죠. 아는 얼굴을 발견하고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지만 퇴근이 더 급했어요~ 그래서 눈인사만 하고 공장 한쪽 컨테이너 박스 위에 올려뒀던 소지품을 챙기려고 의자 위에 올라가 오른손엔 폰과 차키를 들고 왼손으로 여기있나 저기있나.. 까치발로 더듬거리는데... 창문 밖으로 무심코 보았습니다.. 



한 아름다운 여인을요...^^; 창문 밖으론 소형 컨테이너와 짐더미가 있었는데 그 사이로 고양이나 지나다닐 법한 아주 좁은 길 아닌 길이 있었고.... 그 끝에서 그녀는 의자에 앉아 작은 책을 들고는 약간의 궁금증과 미소를 띤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장면이 눈이 선합니다... 분명 아오자이가 아닌데도 아오자이처럼 하늘거리는 봄의 옷을 입은 그녀가 어찌나 고혹적이던지.. 짧은 순간이지만 속으로 '헉' 소리가 나며 온 정신이 그쪽으로 집중됐습니다. 그리 가깝지 않은 거리였음에도 마치 스카우터로 땡겨온 듯, 그 얼굴은 제 머릿속에 커다랗게 각인됐습니다.



다른 일에 완전히 몰두했던 탓일까요. 그 순간,



그만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을 놓쳤어요.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의자 위라 의험하긴 했지만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놓친 폰을 잡으려 했습니다. 이걸 운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허둥지둥 내민 손 끝에 전화기가 걸리는가 싶더니 너무도 허망하게.. 창문 저멀리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 좁은 길 사이로 떨어지더니.. 잘 다져진 흙바닥에서 3단 분리가 돼 버렸습니다. 하필이면 그 자그마한 배터리는 컨테이너 밑으로 쏙 들어가 버리네요. 하... 빨리 퇴근해서 하고 싶은게 많았는데~! 아실 분은 아시겠지만 베트남 하노이에 여행자 거리를 가시면 Bac xieu라는 도로가 있어요. 이 도로에선 양 옆으로 사람들이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Fish balls나 Fried potato 같은 간단한 야식용 튀김 등을 시켜 사이공 비어와 함께 먹지요. 둘이 배불리 먹고 맥주를 두어 병 마셔도 한화로 만원이 잘 안 나옵니다. 도로 분위기가 아주 시끌벅적하고 재밌는게 하노이 방문자라면 꼭 들러 보아야 할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호치민 문묘나 사당 이런 곳은 사진 이외의 의미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요...



아무튼.. 그 때 제가 참 볼만하긴 했나 봅니다. 뭔가 위태한 자세로 물건을 찾다가 눈이 마주치곤 그 자리에 굳어 있더니 이번엔 의자 위에서 서커스를 하지 않나 그래 놓곤 허무하게 폰까지 창문으로 날려 버리고.. 표정을 봤을지 모르겠지만 참 웃겼을 거에요. 이번엔 분리된 폰을 바라보며 나라 잃은 표정을 지었을 겁니다. 내 퇴근!! 어쩔 수 없죠. 잠시 그녀와 눈을 마주치곤 소지품을 제대로 챙겨서 나왔습니다. 큰 건물이라 옆으로 돌아오니 잠시 시간이 걸리더군요. 일단 그 도랑 같으면서 고양이길 같은 좁은 길로 왔는데 쭉 찾으면서 그녀가 있던 곳까지 올라가는데 안 보입니다... 이런 젠장. 바닥에 지저분한 물건이 좀 있어서 그새 섞여 버렸는지 한번 훑으면서 일단 끝까지 갔는데 안 보여요.. 끝에 도착했는데 그녀가 있었네요. 하도 정신이 없어서 그 짧은 새에 그걸 잊어버리고 있었어요. 약간 난처한 표정으로 목례를 하고 어디 떨어졌는지 봤니? 영어로 물었더니, 봤다고 같이 찾아보자라고 대답하는 거에요. 짧은 대답이지만 영어가 생각보다 유창해서 속으로 조금 놀랐지요. 그래서 같이 움직여서 컨테이너 바깥 편으로 돌아갔는데.. 이상하게 바깥 편, 그러니까 반대쪽의 단단한 흙밭? 잡초밭에서 찾는 거에요. 저는 속으로 배터리가 여기까지 왔나? 꼼꼼한 성격인가 보네 짧게 생각하곤 같이 찾았어요. 지금 생각하면 조금 이상하죠. 도무지 보이지를 않아서 점점 제 표정은 울상이 되어 갔습니다. 다 늦었다. 액정이 깨졌으면 어떡하지? 만약 저 컨테이너 아래쪽으로 기어가야 한다면... 속으로 죽상이 되어 있는데 갑자기 찾았다!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놀라서 쳐다봤더니, 품에서 폰과 배터리와 커버를 꺼내며 "놀랐지? 사실은 내가 미리 주워놓고 장난한거야 ㅋㅋㅋ" 하는 그녀. 그 천연덕스러운 표정에 절로 꿀밤이... 나갈 뻔한 걸 간신히 참았네요. 하하하하.



대화의 물꼬가 터져서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물어봤는데 어디서 왔냐 물으니 London이래요~ 그러면서 오늘이 하노이의 첫날이란 거에요. 얼굴이 동양인 상이긴 한데 참 국적을 쉽게 파악하기 어려운 외모였지요. 좋게 말하면 신비감이 돌았다고 할까요? 어디 머무르는지 여행을 하고 금방 갈 건지 당장 물어보진 않았어요. 아무튼 고맙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나중에 시간 내서 꼭 맛있는 커피라도 대접하겠다고 약속했어요. 일정이 너무 바빴던 탓에 저도 모르게 계속 움직이면서 몇 마디 대화를 했던 게 지금 생각하면 바보같아요. 좀 여유롭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던 게 참 아쉽지요...



휴.. 새벽에 문득 깨서 추억에 잠겨 침대에 엎드려서 태블릿의 불편한 자판으로 두들기다 보니 좀 불편하네요. 기억을 되새기면서 최대한 정확하게 감정과 느낌 위주로 쓰다 보니 벌써 한 시간이 훌쩍 걸렸군요. 제가 쿼티 키보드만 고집해서.. 지금 쓰고 있는 탭프로도 도돌키보드의 쿼티 한영 키보드로 쓰는데 아무튼 오래 걸리고 불편해요. 게다가 옆자리 와이프가 단잠에서 깨지 않게 주의해야 하다 보니 더 그렇네요. 아 와이프랑은 결혼한지 얼마 안 됐어요. 작년에 했는데 아직 1년은 안 됐죠. 그 때 공장 앞에서 만난 선한 눈망울의 개구쟁이 그녀와요. ^^







































는 방금 베트남에서 여행 중 꾼 꿈. 옆자리 어쩌고만 각색했고 나머지는 실제 꿈 내용이네요. 여긴 이제 6:40 이에요. 좋은 하루들 되세요^^ 참 이 꿈은 part 3입니다. part 1은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다가 신천X에 빠진 교수의 강제 개종을 막아낸 후 교내에서 invisibility를 쓰는 의문의 악당과의 대치, 그리고 part 2는 직장 동료들(사실은 대학 친구들)과 공장의 괴물을 제압하는 내용이었는데 이거 쓰는 동안 다 까먹었어요. 눈팅만 하다 오랜만에 글 남기네요.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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