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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공상 속에서 살던 나는 너라는 현실이 다가올 때마다 비굴해졌다
게시물ID : lovestory_755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tarrrrr
추천 : 3
조회수 : 80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9/01 08:13:48



 

 
무엇이 그리 무서웠는지 웅크린 채 세상이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던 소년시절.

교실 한 켠에 바위처럼 조용히 박혀있던 나를 너는 알기나 했을까.

네 앞에만 서면 나는 무엇이 그리 죄스러웠는지 고개를 숙이기만 했다.

언제나 공상 속에서 살던 나는 너라는 현실이 다가올 때마다 비굴해졌다. 
 
아무도 없이 단 둘이 남았던 방과 후의 교실.
 
책상열을 맞추며 재잘거리는 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나는 왜 건성스런 대답 밖에 돌려주지 못했을까.

황혼과 함께 넘실거리는 커튼 자락에 부딪히며 겸연쩍은 듯 웃던 너를 바라보며

머릿속에서는 수 십번 멋지게 해낼 수 있었던 그 한 마디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어째서일까.

수많은 후회를 삼키기 위해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워야만 했다.

용기를 내지 못해 놓쳐버렸던 것을 통해 나는 힘겹게나마 말을 꺼낼 수 있는 법을 배웠고

비굴했던 탓에 지나쳐버린 것들을 위해 나는 스스로에게 당당할 수 있는 법을 배웠다.

배운 끝에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를 부여잡던 나는

꿈속에서 너를 본 순간 그만 그 말을 흘려버리고 말았다.

하지 못했던 말들과 하지 못했던 것들.

아무리 배워도 지워지지 않는 현실의 후회였던 너는

이제 내 도피처였던 공상 속에서 조용히 숨쉬며 나를 기다리고 있다.

웃는 얼굴을 떠올리지 못해 새겨진 그 때의 그 겸연쩍은 미소로

황혼과 함께

커튼처럼 넘실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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