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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이시네요.
게시물ID : lovestory_788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지로소이다
추천 : 4
조회수 : 9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5/31 12:08:34

서울에서의 오랜 직장 생활을 관두고,
지방 소도시에서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한 지 몇 년이 지났다.
그 간 얼굴을 익힌 손님들도 제법 늘었다.
이런저런 오가는 손님들 중에 간혹 나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는 인삿말을 건네는 이들이 있다.
 

"아이고, 피부가 참 좋으시네요~"
"미인이시다아~ "
"인상이 좋으시네요~~"
 

주로 내 또래의 아줌마들이거나 어머니 연배의 분들이 내 눈을 말똥말똥 바라보며 말한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나는 헛기침을 연발하면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시늉을 한다.

"아유~ 무슨 말씀이세요. 얼굴에 기름이 많이 낀 거예요. 호호호" 내지는,
".. 하하하ㅏ하하 감사합니다...에고고, 주름만 자글자글한데요. 뭐.. 앙허ㅏㅏ히하... 어디 쥐구멍이..하핫."
 

하고 뻔한 겸손의 대답을 해 보지만 그래도 듣기에 기분 좋은 말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나이고, 칭찬을 하는 사람은 손님이다.
빈 말이라도 반대로 해야 손님이 기분이 좋고 그 덕에 우리 가게 매출이 오를진대 말이다.
 
 
사실 나는 예쁘지가 않다.
아무리 내 마음대로 해석하려 해도 결코 예쁜 얼굴이 아니다.
키도 작은 편이다.
그렇다고 옷 센스가 뛰어나지도 않다.
잘 웃는 편이라 인상이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서 그 부분은 조금은 받아들여도 되려나 하는 마음이다.
 
 
손님들은 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그냥 습관적인 인삿말?
마주보고 서 있으니 무안해서 하는 의미 없는 말?
소비자이면서도 영업 기술이 뛰어난 여우같은 손님?
어머, 그럼 진짜 내가 예뻐서인거야??? 읭? (>.<);
 
 
관계.
너와 나의 관계.
손님과 판매자의 관계.
한 동네 이웃과의 관계.
우리들의 관계가 그저 원만하고 따뜻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인사인 듯하다.
 

스쳐가는 관계 유지의 그 가벼운 말 한마디에 내가 즐겁다.
나도 한층 더 오바해서 상대를 칭찬하고 길조심 차조심하라는 뻔한 인사를 건넴으로 짧은 거래는 해피엔딩이다.
몇 천원짜리 물건 제 값주고 사면서 판매자를 칭찬하고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 그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고객님, 정말 미인이시네요."
 
 

 
출처 울산 어느 작은 동네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오징어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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