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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괜찮아, 이젠 괜찮아
게시물ID : lovestory_80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55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1/21 23:25:41
사진 출처 : http://coolled.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UKIOGynyUTc




1.jpg

천양희

 

 

 

외로워서 밥을 많이 먹는다던 너에게

권태로워서 잠을 많이 잔다던 너에게

슬퍼서 많이 운다던 너에게

나는 쓴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

어차피 삶은 너가 소화해야 할 것이니까







2.jpg

김충규울음의 힘

 

 

 

새는 뼈가 순하여

날개만 펼쳐도 쏜살같이 날아가지만

때로는 세찬 바람 앞에 저항하기도 한다

날개 관절이 뜨겁게 달구어져

더 날지 못할 지경에 이르면

새는 꺽꺽 울음을 쏟아낸다

혀를 입천장에 바짝 올려붙여

울음의 울림을 제 몸에 심으며

그 울음의 힘으로 십 리를 날아간다







3.jpg

마종기바람의 말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나무 하나 심어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릴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의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기울이면

착한 당신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4.jpg

손택수외딴 산 등불 하나

 

 

 

저 깊은 산속에 누가 혼자 들었나

밤이면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불을 켜고 잠들지 못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눈을 뜨고

누군가의 불빛 때문에 외눈으로

하염없이 글썽이는 산

 

그 옆에 가서 가만히 등불 하나를 내걸고

감고 있는 산의 한쪽 눈을 마저 떠주고 싶다







5.jpg

한강괜찮아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왜 그래

왜 그래

내 눈물이 떨어져

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말해봤다

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괜찮아

괜찮아

이젠 괜찮아

 

거짓말처럼

아이의 울음이 그치진 않았지만

누그러진 건 오히려

내 울음이었지만다만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

 

서른 넘어서야

그렇게 알았다

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

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

괜찮아

 

왜 그래가 아니라

괜찮아

이제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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