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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 한 세상 늘 웃고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21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5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5 19:56:50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Xz0hRfHTOhA





1.jpg

나해철세탁기

 

 

 

한 세상 잘 놀다 간다는 말은

게으르게 살았다는 말

죄가 크다는 말

한 세상 잘 놀고 있다

양심은 팬티와 같은 것

가끔 벗어서 세탁기에 빤다

말려서 다시 입는다

 

한 세상 슬픔을 잊고 웃다 간다는 말은

독하게 살았다는 말

한을 주었다는 말

한 세상 늘 웃고 있다

의무는 런닝셔츠와 같은 것

 

나의 세탁기에는

땟물과 함께

눈자위 붉은 그리움이

배수구를 통해 흘러나간다







2.jpg

송기원안개

 

 

 

처음에는 노랫소리인 줄도 몰랐습니다

끊일 듯 말 듯 가냘푼 소리 하나가

다른 소리에 잇대어지고그렇게

또 다른 소리에 닿더니

가로등 아래 드디어 노랫소리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결코 클 수 없는 미약한 소리들이 모여

저렇듯 아름다운 화음을 이루어 내는

노랫소리는 그대와 나에게 무엇일까요

노랫소리는 잠든 거리를 뒤덮고강과 숲을 뒤덮고

마침내 이 흉흉한 밤까지 뒤덮으며 빛나고 있습니다

저리도 무수한 사람들을 흉몽으로 뒤척이게 하던

살육의 밤까지도 뒤덮으며 넘치고 있습니다

그대는 저 노랫소리의 어디쯤에서 빛나며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지요







3.jpg

나영화가을 스케치

 

 

 

곱게 물든 가을 한잎

호수에 떨어진다

 

강마을 김서방네 토담

굴뚝에 노을이 걸렸다

 

사랑도 모르면서

하루치 황혼은

육신을 태운다

 

오부능선은

붉게 물들어가며

가을을 화장한다







4.jpg

정어린봄꽃 사랑

 

 

 

봄꽃이 그리도 서둘러 문을 여는 것은

춥도 시린 세월을 보듬고 왔음이라

모진 바람 찬서리가 온몸을 뒤흔들 때마다

부둥켜안은 향기는 풍선처럼 자랐어라

 

이파리의 만용도 용납 않고 뛰쳐나온 누리에

미처 다듬지 못한 화장마냥 야하다

가슴 속까지 추락해 버리는

준비도 없이 추락해 버리는

사랑은 그렇게 곱더라

 

꽃이 그리도 서둘러 가는 것은

어느 따스한 봄날의 기약을 지키고 싶음이라

 

구름이 못 믿을 세상을 비껴 날아

제 돌아갈 하늘로 오르듯이

가슴을 달구며 작열하던 태양

아름다운 황혼이 도둑처럼 다가오듯이

 

세월이 파도처럼 험하게 울부짖음은

아직 태워야 할 정열이 남아있음이라

그래서 꽃이 그리도 헤프게 웃나 보다

그래서 봄이 꽃보다 앞서 가는가 보다







5.jpg

김창균

 

 

 

올해가 끝이겠구나 하면

또 밀고 올라오는 것

자신을 모두 밀어 올려

가난의 끝에 까치발을 하고 서보는 일

허리가 아프도록 서서

큰소리로 한번 우는 것

세상의 슬픈 것들은 이다지도 높아

소리마저 절멸한 곳에서

가장 연약하고 가난한 끝에

꽃 한 송이 피워 올리는 일

층층나무 한 그루를 오래 만지다 오는 길

오오보살이여

깨끗한 절벽이여

누군가의 무동을 타고 잠깐 본 허공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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