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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달이 나를 기다린다
게시물ID : lovestory_822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59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19 18:37:14

사진 출처 : https://lordlilybell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YCNaBKmRlU





1.jpg

김석규풀벌레 소리

 

 

 

이 밤 저 이름없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나를 어데까지 데리고 갈 셈인가

마당을 채우고 골목마다 가득가득 넘쳐나는

어둠은 목덜미를 꺾어서 덮쳐누르고 있는데

잘 드는 칼로 마구 살점들을 도려내어 가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통곡

어떨 때는 칼을 갈라 하고

어떨 때는 칼을 버리라 하고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둠속

칼을 가진 자도 칼을 빼앗긴 자도 마침내는

풀섶에 누워 호젓이 젖는다

저녁에 부는 바람과 아침에 피어날 꽃

이 덧없음을 사람들은 믿으려 들지 않는다

서러운 강물로 흐르는 풀벌레들의 울음소리

어디까지 가는지를 사람들은 아무도 모른다







2.jpg

배미순내 속의 바람

 

 

 

사람은 누구나

한 가닥 바람을 갖고 산다

근원을 알 수 없는

미세한 바람소리에 떠밀려

오늘도 이 하늘 저 하늘

떠다니며 사는 나는

누가 쥐고 있는 풍선인가







3.jpg

남진우달이 나를 기다린다

 

 

 

어느 날 나는

달이 밤하늘에 뚫린 작은 벌레구멍이라고 생각했다

 

그 구멍으로

몸 잃은 영혼들이 빛을 보고 몰려드는 날벌레처럼 날아가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것이라고

 

달이 둥그러지는 동안

영혼은 쉽게 지상을 떠나지만

보름에서 그믐까지 벌레구멍은

점차 닫혀진다 비좁은 그 틈을 지나

광막한 저 세상으로 날아간 영혼은

무엇을 보게 될까

 

깊은 밤 귀 기울이면

사각사각

달벌레들이 밤하늘의 구멍을 갉아 먹는 소리가 들린다







4.jpg

이건선하늘에 갇힌 새

 

 

 

하필

눈동자 속으로 날아 든

하늘

 

황금볕을 쪼다가

눈이 시려서

되돌아 갈 길을 잃은

 

바람 속으로 꼴리는 구름

구름 속으로 파닥이다가

소실점이 되는

 

돌아오지 않는 메아리

때문에 하늘에 갇힌







5.jpg

지운경결실

 

 

 

나는 나무입니다

내가 열매를 맺는 것은

결실이 아닙니다

나를 기다리는 세상으로

뛰어내리기 위한 눈물겨운 변신입니다

이 딱딱한 몸을 그대로 드릴 수 없어서

내 모든 부드러움과

사랑과 연민을 둥글둥글 뭉쳐서

나를 몽마르게 기다리는 어디에서나

쪼개지고 뭉개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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