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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강물 위의 독서
게시물ID : lovestory_822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2 19:16:02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tpZ3noUIwAg





1.jpg

문성해강물 위의 독서

 

 

 

비가 오면

강물은

제 하고 싶은 말을

점자로

밀어 올린다

 

오늘은

물속이 흐리다고

물고기들 눈빛도 커튼을 친 양 흔들리고 있다고

 

오늘은

땅과 물의 경계가 없어졌으니

강물에서 죽은 이들이 발도 없이 걸어나갔다고

뉘 집에선지 전 부치는 냄새가 발을 달고 건너온다고

출출하다고






2.jpg

이유경늪을 보고 있으면

 

 

 

늪을 보고 있으면 궁금해진다

물은 왜 저기 모이기만 하면 더러워져

먼저 보낸 시간까지

냄새 나게 만드는지

갇힌 물이 왜 세상의 앙금을 털어다가

진흙더미 속으로 투신하려는지

늪은 또 저렇게 엎질러져있으면서

대책 없는 밤과 폭풍

드높은 곳으로 지나가게 놓아두고

제 구덩이나 파듯

왜 아래로 아래로만 졸아들려고 하는지







3.jpg

김선우돌에게는 귀가 많아

 

 

 

귀가 하나 둘 넷 여덟

나는 심지어 백 개도 넘는 귀를 가진 돌도 보았네

귀가 많은데 손이 없다는 게 허물될 것 없지만

길 위에서 귀 가릴 손이 없으면 어쩌나

나도 손을 버리고 손 없는 돌을 혀로 만지네

이 돌은 짜고 이 돌은 시네

달고 맵고 쓴 돌 칼칼한 돌 우는 돌

단 듯한데 실은 짜거나

쓴 듯한데 실은 시거나

혀끝을 골고루 대어보아야

돌이 자기 손을 어떻게 자기 몸속에 넣었는지

알 수 있네 무미무취라니!

무취한 사람이 없는 것처럼

귀가 많으니 돌이야말로 맛의 궁전이지

당신이 가슴속에서 꺼내 보여준

막 쪼갠 수박처럼 핏물 흥건한 돌덩이

맵고 짜고 쓴데 귀 가릴 손이 없으니

내 입술로 귀를 덮네

입술 온통 붉은 물이 들어

어떻게 자기 귀를 몸속에 가두는지 보라 하네







4.png

오규원나무

 

 

 

우뚝 나무 한 그루 서 있다

언덕 위에 서 있다

 

허공을 파고 있는

그 나무 꼭대기에서는 새가 한 마리

가끔 몸을 기우뚱하며

붉은 해를 보고 있다

날개가 달린 그 나무의 가지







5.jpg

정현종비스듬히

 

 

 

생명은 그래요

어디 기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있나요?

공기에 기대고 서 있는 나무들 좀 보세요

 

우리는 기대는 데가 많은데

기대는 게 맑기도 하고 흐리기도 하니

우리 또한 맑기도 흐리기도 하지요

 

비스듬히 다른 비스듬히를 받치고 있는 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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