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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아름다운 나라
게시물ID : lovestory_8228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5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5/23 19:51:49

사진 출처 : http://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tU-FoMbMC10





1.jpg

도종환슬픔에게

 

 

 

슬픔이여 오늘은 가만히 있어라

머리칼을 풀어헤치고

땅을 치며 울던 대숲도

오늘은 묵언으로 있지 않느냐

탄식이여 네 깊은 속으로

한 발만 더 내려가

깃발을 내리고 있어라 오늘은

나는 네게 기약 없는

인내를 구하려는 게 아니다

더 깊고 캄캄한 곳에서 삭고 삭아

다른 빛깔 다른 맛이 된 슬픔을

기다리는 것이다







2.jpg

김명인너무 무거운 노을

 

 

 

오늘의 배달이 끝났다

방죽 위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저무는

하늘을 보면

 

그대를 봉함한 반달 한 장

입에 물고 늙은 우체부처럼

늦 기러기 한 줄

노을 속으로 날고 있다

 

피멍 든 사연이라 너무 무거워

구름 언저리에라도 잠시 얹어놓으려는가

채 배달되지 못한

망년의카드 한 장







3.jpg

정호승젖지 않는 물

 

 

 

나는 젖지 않는 물이다

봄이 와도 뿌리에 가닿지 못하고

지금까지 젖지 않는 물처럼 살아왔다

오늘은 소년인 양 신나게 물수제비를 뜨다가

무심코 흐르는 강물을 바라본다

 

용서했으면 때리지 말고

때렸으면 용서하지 말라고

강물이 웃으면서 하시는 말씀을 들으며

나는 저벅저벅 강물 속으로

젖지도 않은 채 걸어들어간다

 

물은 딱딱하다

젖지 않는 물은 늘 딱딱하다

딱딱한 물을 헤치고 청둥오리 한 마리

웃으면서 다가와 내 손을 잡는다

청둥오리가 평생 자맥질을 하며 이끄는 길

그 푸른 물의 길은 어디인가

청둥오리는 끝내 나를 데리고

물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저 멀리 강둑 위에

용서할 사람과 용서받을 사람의

그치지 않는 싸움을 바라본다

 

바람이 분다

강둑의 나무들이 칼집에 칼을 꽂지 못하고

칼을 든 채 울고 있다

잊을 수는 없으나

용서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이다

거짓을 위하여 더이상

목숨을 바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청둥오리의 손을 놓고

등 뒤에서라도 더욱 너를 껴안기 위하여

자맥질을 하면서 딱딱한 강물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다







4.jpg

감태준아름다운 나라

 

 

 

거기가 어디지?

잡히지 않고

보이지 않는 거기

우리 손 잡고 찾아갔다 번번이

길을 잃고 돌아오는 거기

눈 감으면 불쑥

한 발자국 앞에 다가서는 거기







5.jpg

신달자얼음신발

 

 

 

가을이 그를 데리고 갔다

안간힘으로 겨우 발목을 덮었던

이 세상의 가장 따뜻한 옷깃 한 자락

하필이면 가을은 더는 구할 수 없는

내 심장 한쪽을 가져갔을까

대신 얼음신발 하나 두고 갔다

 

그것을 신고 앞으로 나 미끄럽게 살겠네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위태롭게 흔들리겠네

가을이 사라진 쪽으로 너를 부르지만

이미 소리보다 먼저 내 몸도 앞질러 달아났다

 

아파서 뒤따르지 못한 가슴 한쪽만

세상이 다 얼음 위라는 조용한 경종을 듣고 있네

어디를 딛어도 세상은 얼음신발 하나네

그러나 그대가 우리의 별이라고 하던 그 별에

내 두 발에 매달린 얼음신발

업보의 쇳덩어리 다 녹을 때는 닿을까

 

내 발이 함께 얼음이 되더라도

나 기어이 그 별을 걷고 걸어

생의 가설무대를 허물어 그 별에 다시 짓겠다

이마로 박박 얼음 문질러

화끈한 불꽃 활활 켜고 사라진 가을을

헤집어 너를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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