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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친구에게 보내는 글 #1
게시물ID : lovestory_825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로아스
추천 : 6
조회수 : 2085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6/21 14: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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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울한 친구에게 보내는 글]

 밑도 끝도 없는 어둠에 빨려드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무기력한 존재가 된 느낌... 그럴 땐 어떤 응원의 말과 격려의 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힘내. 잘하고 있어. 분명 괜찮아질거야라는 말을 듣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는 아니야. 나는 잘하고 있지도 않고, 잘되지도 않는걸? 저 사람은 나를 몰라라는 말이 맴돌고 있다. 다시 무언가에 도전할 마음조차 들지 않고, 집 밖에 나가는 것이나 사람들과 연락하는 것조차 두렵다. 죽을 용기가 나지는 않지만, 열정적으로 더 살아갈 자신도 없다.

 

지난 1년 동안 겪어온 나의 우울증 증상이다.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런 나의 이야기에 공감되는 사람이 많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이 글을 통해 이야기 나누고, 힘을 주고받아 함께 일어설 수 있기를 바란다. 나는 완전히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은 누구보다도 나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쓰고 있는 글이다. 나의 증상들을 돌아보며, 내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보고, 해결책을 모색해보려 한다.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서 많은 글을 찾아서 읽어보았다. 많은 해결책들 사이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것은 일단 밖으로 나갈 것. 사람을 만날 것. 조그만 것이라도 도전해서 성취해나갈 것.” 이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대한 모순이 있다. 우울하다는 것은 밖으로 나가기 싫고, 사람을 만나기 싫고,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우울증 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우울하지 말라는 말이 아닌가? ...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울하지 않을 수 있을까?

 

우울증과 그 극복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내 경험 한 가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심각한 상태에서 벗어나고 난 뒤, 내가 지금까지 두려워했던 것들을 하나씩 이겨내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 나는 7살 때 낚시터에 빠진 뒤부터 최근까지 물에 대한 공포증이 있었다. 바다에서 재밌게 노는 친구들을 보면 항상 부러웠다. 나는 발이 안 닿는 곳은 물론이고, 허리 깊이를 조금 넘어간 물에서는 파도를 맞고 있는 것만으로도 죽을 것 같았으니 말이다. 그런 내가 수영이라니... 나는 내가 평생 수영을 못할 줄 알았다. 그러나 2주가 지나고, 이제는 자유형 동작을 얼추 따라할 수 있게 되었다.

 

수영을 할 때면 입과 귀, 특히 코에 물이 들어가면 발작하듯 물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 우울증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도전해본 수영인데... 또 다시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열심히 발을 차보기도 하고 (친구들은 내가 수영장의 모든 물을 밖으로 밀어내려고 하는 것 같았다고 하더라), 열심히 호흡을 연습해보고, 인터넷에서 수영에 관한 팁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결국 나를 물에 뜨게 해주었던 것은 물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리고 몸에 힘을 빼고 내 몸을 물에 가만히 맡기는 것이었다. 흘러가는 대로... 흐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몸이 물에 떴다. 너무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나는 항상 몸에 힘을 잔뜩 줬다. 물을 잡고’(?) 싶었던 것 같다.

 

우울증에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마치 수영을 못하는 사람이 바다에 빠진 것과 같다. 사람은 우울하면 우울할수록 필사적이 된다.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뿐더러, 애초에 죽을 용기도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잘 살아 보고 싶은마음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우울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과하게 신이 나 보이거나, 열정적으로 보인다면 그것은 우울증을 극복한 것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나를 가장 힘들게 했던 것은 우울한 나의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 신나게, 더 열심히, 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무엇이든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지난 몇 년을 그렇게 보냈다. 그리고 그렇게 힘을 주고 살다 보니, 두 가지가 남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내며 폭발하거나, 어느 순간 갑자기 잠수를 타거나.

 

지금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이 답답하고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간단하다. “힘을 빼. 너무 애 쓰지 마우리 몸은 살게 되어 있다. 가만히 힘을 뺀다면, 그냥 산다. 상처가 너무 크고 아파서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는 산다. 그리고 당신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괜찮다. 오히려 힘을 꽉 주고 있으면 그 모습이 더 안쓰럽다. 물속에서 몸에 힘을 빼는 방법은 간단하다. 별 생각하지 말고 잠시 숨을 참으면 된다. 인생에서 힘을 뺀다는 것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굳이 살기 위해 더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몸을 맡겨보면 어떨까?

 

나 같은 경우에는 아무 생각도 안하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원피스를 처음부터 정주행을 해보기도 했다. 그게 아니면 그냥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친구나 선배들만 만나기도 했다. 물론 처음부터 많은 사람을 만날 수는 없었다.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사람에서부터, 차근차근... 한 사람 한 사람... 나에게 따뜻하게 연락해주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늘려나갔다. 누구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방법이다. 왜냐면,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당신이 끌리는 대로 살면 되는 거니까. 나 같은 경우에는 끌리는 게 만화와 사람, 책이었던 것이다. 당신은? 스스로 생각해보면 어렵지 않게 알게 될 것이다.

 

나는 분명 운이 좋았다. 나에게는 나를 사랑해주는 애인도 있었으며, 아무 때나 불러도 밤 새 술을 마셔줄 친구들이 있었고, 나의 미래를 걱정해주는 선배들과 부모님이 계셨다. 생활이 빈곤하여 빚에 허덕이고 있지도 않다. “힘 빼라고 요약할 수 있는 이 쓸 데 없이 긴 글이 당신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울한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당신에게 위로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죽으라는 법은 없다. 언젠가 스스로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될 당신의 모습을 기대한다.


옛~날 옛적에 썼던 글인데, 지금 다시 보니 부끄럽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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