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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이별의 다른 말
게시물ID : lovestory_826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0
조회수 : 59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7/07/03 18:57:26

사진 출처 : http://lazulando.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8BbbmN3pZ1M





1.jpg

문태준꽃 진 자리에

 

 

 

생각한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꽃잎들이 떠난 빈 자리에 앉는 일

 

그립다는 것은 빈 의자에 앉는 일

붉은 꽃잎처럼 앉았다 차마 비워두는 일







2.jpg

이성선일몰 후

 

 

 

해지는 시간에는 시를 쓰지 않는다

 

스러지는 빛이 쓸쓸히 내 목숨을 비치다 떠나고

나무 사이로 그분의 젖은 눈빛도

한참이나 나를 보다가 돌아서면

 

나는 혼자다 다른 약속도 없다

내게 연결된 이름들이 모두 이렇게 제 길을 갔다

 

망가진 악기처럼 나는 버려졌다

그리운 소리는 다시

내 악기 줄로 길을 물으러 오지 않는다

 

가슴의 문풍지만 고독히 운다

 

물을 긷는 자도 돌아갔다

산이 비어 더 크게 나를 안는다

 

이런 시간 나는 시를 쓰지 않는다

해지고 나서는 사람을 맞지 않는다

문을 열어 놓고 빈 산과 벌레 소리만

집 안 가득 맞아들인다

 

혼자 있는 악기만 운다






3.jpg

이명우열무밭

 

 

 

봄햇살이 이불을 덮자마자 코를 곤다

끙끙 식은땀을

한 방울 두 방울

열무밭에 떨어뜨리고

 

꺾인 허리처럼 빗줄기도 휘어져 내린다

 

가랑가랑 봄비 내리면

어머니 비료를 이고 열무밭으로 나갔다

고랑을 따라다니셨다

 

밭고랑을 오리걸음 하시던 당신

칠남매 돌보듯

열무밭을 돌아보신다

 

비 오는 열무밭에서

툭툭 허리를 치신다






4.jpg

이준관밥상

 

 

 

밥상을 받을 때마다

나는 상장을 받는 기분입니다

사람들을 위해

별로 한 일도 없는데

나는 날마다 상

푸짐한 밥상을 받습니다

 

어쩐지 남이 받을 상을 빼앗는 것 같아서

나는 밥상 앞에 죄송하고 미안합니다

 

나는 떨리는 두 손으로

밥상을 받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밥상 앞에 앉습니다

오늘을 무엇을 했는가

참회하듯이






5.jpg

박복화이별의 다른 말

 

 

 

너는 한마디 못하고 떨고만 있다

며칠째 내 눈치만 보고 있다

가지 마라

내 품에서 떠나지 마라

속말을 되뇌이며 부는 바람 쪽으로 나는 선다

사랑했던 지난 날은 즐거웠으나

이별하는 지금 나는 가난하다

후회는 없다

내 몸에 먼저 가시를 두른다

이제 너에게 이별을 주마

이별도 사랑의 방편이니 또한 아름다운 일

밝은 그늘 쪽으로 너를 밀어낸다

잎사귀 하나 반짝햇살처럼 나부낀다

아래로 아래로 흐른다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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