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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발바닥으로 읽다
게시물ID : lovestory_826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7
조회수 : 33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04 18:22:35
사진 출처 : http://grunge4ever4you.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lH7_bRjb4FQ




1.jpg

조은발바닥으로 읽다

 

 

 

찌든 이불을 빤다

무거운 이불 한 채물에 불린다

모란 잎때 절은 이파리

고무통에 담그니 발바닥에 풋물이 든다

모란꽃이 쿨럭쿨럭 거품을 토해낸다

고무통 수북이 거품이 솟는다

맥을 짚듯 두 발로 더듬는다

삶에 찌든 내가 밟힌다

먼 기억 속 부드러운 섬모의 숲을 거슬러 오르자

작은 파문 일렁인다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행간

지난날 부끄런 얼굴밟히며 밟히며

자백을 한다

좀체 읽히지 않던 젖은 문장들

발로 꾹꾹 짚어가며

또박또박 나를 읽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모란꽃 젖은 물기를 털어 낸다

어디선가 날아든 노랑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꽃을 읽고 날아간다






2.jpg

이근배풀밭에서

 

 

 

만나는 것마다

헤어지는 것마다

노래 아닌 것이 없다

버려진 들에 무심코 피어난

풀잎 한 오리도

내 한 생애만큼이나 뜨거운

목숨의 가락

만나면 아는 눈빛의

아는 슬픔의 여울이 되는

아 헤어지는 시간

그 뒤에 남는 모습임에랴






3.jpg

박광록들풀

 

 

 

바람이 불려면 불라지요

비가 오려면 오라지요

천둥이 치려면 치라지요

저 흑빛 겨울죽음 속에서도

내 기어이 살아났거늘

그까짓 외로움쯤이야

그러나

길가에 밟히는 이름 없는 들풀이라고

수군거리지는 마시오

내 이래 뵈도

가난으로 이골난 서러운 세월일랑

거북처럼 등에 지고

분연히 여기까지 걸어왔느니

비록

화려한 꽃은 못되더라도

이렇듯

어렵사리 씨 맺음 다 하였으니

이제는 낙엽이 진들스러진들

아쉬울 게 또 무엇이랴

성공한 인생이 별것이드냐

나는 들풀이려오

그리움 먹고사는

들풀이려오






4.jpg

윤은경꽃의 무게

 

 

 

가는 비여

내 마음은 너무 자주 갇힌다

 

진창 지나 가파른 바윗길 더듬어

여기까지 따라온 터진 얼굴

터진

손끝도 버릴 것

 

그러나 무릇 무엇인가를 버리려는 자는

꼭 그만한 무게를 가슴에 쌓는 것이다

 

너무 이른 봄마른 나뭇가지에서

지난 해의 잎사귀가 팔랑 떨어진다

악착같이 희망을 움키던 약한 손아귀여

 

차라리무릎꺾고 목 드리우니

아직 칼날같은 날씨를 탓하며

못가의 배롱나무 천천히 늙어가고

하아 조것이!

발돋움하며 반짝 불 켜드는 동백 한 송이

 

누구 혹 이 꽃의 무게를 아시는지






5.jpg

강재현바람이 전하는 안부

 

 

 

그대를 사랑한다 말하기엔

빈 몸이 너무 가벼워

차마 다 전하지 못하고

빈 들녘에 바람으로 나부꼈습니다

 

그대를 그리워한다 말하기엔

지친 어깨가 너무 무거워

차마 다 전하지 못하고

하늘빛 바다에 파도로 일렁였습니다

 

숨을 쉴 때마다 폐부 깊숙이 파고 들어오는

그대의 그림자를 안고 바람처럼파도처럼

더 멀리도더 가까이도 가지 못하는 거리

그 모진 거리를 수인처럼 걷고 있습니다

 

미처 전하지 못한 가슴 속 언어들을

세월 지나그대 바람결에 들으신다면

그 땐눈물 없이 나의 이름을 불러주소서

이 절실한 바람의 언어를 깨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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