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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여름의 끝자락에서
게시물ID : lovestory_830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8/15 20:03:39
사진 출처 : https://infinitelygolden.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_Of-_muAC78




1.jpg

김기문풀씨

 

 

 

풀씨에는 조그만 거울이 있다

자신을 비추는 내면이 있다

바람을 타고 알지 못하는 세계로

펼쳐갈 그의 초록빛 미래

풀씨에는 딸랑거리는 방울소리가 있고

까르르 함박웃음이 감춰져 있다

 

농부의 낫이 허리를 자를 때까지 잡초로 살며

자리를 지킬 줄 아는 지혜

그러기에 정갈한 모든 것을 매달고

성자처럼 이슬은 반짝인다

 

나무야 바위야 끝간 데 없이 뻗은 길들아

풀씨 하나 날리려고

산은 첩첩이 돌아앉고

계절은 성큼 다가서는가 보다

 

누가 함부로 부질없다 하리

인생은 하찮은 일상에서 풀씨를 키우는 과정이거니

마음에 담아둔 이웃의 잘못을 용서하고

물처럼 낮은 곳을 흐를 일이다






2.jpg

신경림댐을 보며

 

 

 

강물이 힘차게 달려와서는

댐에 와 부딪쳐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다시 파도를 이루어 헐떡이며 달려오지만

또 댐에 부딪쳐 맥없이 깨어진다

깨어진 물살들은 댐 아래를 맴돌며 운다

흐르지 못하는 답답함으로

댐을 뛰어넘지 못하는 안타까움으로

소리내어 운다

 

댐을 뛰어넘지 못하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강물을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지른다

하면서도 사람들은 왜 모르고 있는 것일까

댐을 뛰어넘자고 깨어부수자고 달려온

그들 자신이 어느새 댐이 되어 서 있다는 것을

파도를 이루어 뒤쫓아오는 강물을

댐이 되어 온몸으로 막고 있다는 것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은

이제 저 자신이라는 것을






3.jpg

이재무이별

 

 

 

마음 비우는 일처럼

어려운 일도 없습니다

그리움 깊어갈수록

당신 괴롭혔던 날들의 추억

사금파리로 가슴 긁어댑니다

온전히사랑의 샘물

길어오지 못해온 내가

이웃의 눈물

함부로 닦아준 것은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요

가슴 무덤에 생뗏장 입히시고

가신 당신은

어느 곳에 환한 꽃으로 피어

누구의 눈길 묶어두시나요

마음 비우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당신은 내 곁에 없었습니다

아픈 교훈만

내 가슴 무덤풀로 자랐습니다






4.jpg

임정수여름의 끝자락에서

 

 

 

여름은

잔인하게 끓이고

태워버리는 용광로

 

사계절을 기다려

칠팔월을 달구어

비장하게 숨통을 조이고

절규하다가

 

지금은

남루(襤褸)한 자락으로

막바지 발악을 하며

입추(立秋)의 문턱을

거슬러 오른다

 

열기는

피부로 스며드는데

그 허허한 자락은

때묻은 이불이 되어

냉정히 내 가슴을 덮는다






5.jpg

신수현파도

 

 

 

그가 없다

나를 물밀 듯이 휘젓다가 또 사라졌다

그가 없으니

사방 햇볕 속에서 마음은 종일 그늘이다

햇살 한줌 담아본다 빈자리에 펼쳐놓는다

희디흰 모래밭이다

그를 불러본다

음성도 문자메시지도 닿지 않는 섬

그가 온다

올 듯 말 듯 오래 달려온다

나는 미리 차 올라

쓰러진다 그가

어깨를 내주고 팔을 둘러준다

남은 숨들 이제야 깊어진다

발자국 다져진 길 위에 다시 발자국을 남기는

반복이 아니면서 반복인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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