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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다보탑을 줍다
게시물ID : lovestory_8325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3
조회수 : 36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6 20:04:19

사진 출처 : http://permeat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XOnJMSIpdmE





1.jpg

고형렬사랑이 아니고 다시 오리

 

 

 

이곳은 처음 온 것이 아닌 것 같다

처음 온 것이라면 이렇게 배운다고 해서 금방

익숙해질 수는 없는 일인 것이다

어쩌면 수도 없이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셀 수 없는 그 모든 것이 모두

사랑이 아니고는 돌아오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그토록 알지 못한다는 것이

아 나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우리들은 그 무엇 하나 네 웃음도

스스로 스스로라 말하지 않는다

저 덩굴장미의 꽃 한 송이가 그러하다는 것이니

이미 있는 것은 인이며 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이 아니고 다시 올 수 있겠느냐






2.jpg

장석남살얼음이 반짝인다

 

 

 

가장 낮은 자리에선

살얼음이 반짝인다

빈 논바닥에

마른 냇가에

개밥 그릇 아래

개 발자국 아래

왕관보다도

시보다도

살얼음이 반짝인다






3.jpg

유안진다보탑을 줍다

 

 

 

고개 떨구고 걷다가 다보탑을 주웠다

국보 20호를 줍는 횡재를 했다

석존이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하실 때

땅속에서 솟아나 찬탄했다는 다보탑을

 

두 발 닿은 여기가 영취산 어디인가

어깨 치고 지나간 행인 중에 석존이 계셨는가

고개를 떨구면 세상은 아무데나 불국정토 되는가

 

정신차려 다시 보면 빼알간 구리동전

꺾어진 목고개로 주저앉고 싶은 때는

쓸모 있는 듯 별 쓸모없는 10원짜리

그렇게 살아왔다는가 그렇게 살아가라는가






4.jpg

박주택하늘로 가는 단칸방

 

 

 

방이 있다 그 방은 물에 젖어

시간에 떠 있다

 

늙은 어머니가 중풍으로 누워

수족을 움직이지 못하고

 

삼십 년을 넘게 건사해 온 장애 아들은

못에 노끈을 매고 있다

 

말 못하는 어머니사지를 뒤틀며

의자 위에 선 아들을 올려다본다

의자가 굴러가고

노끈에 목을 맨 아들이 컥컥거릴 때

 

그 온몸으로 쥐어짠 눈물의 힘으로

단칸방 하늘로 올라간다






5.jpg


조창환녹는 그릇

 

 

 

촛불은 불타지 않고

몸 맑게 가라앉힐 뿐

제 몸이 녹는 그릇인 줄을

알면서도 맑은 영혼은

고요한 시간에 샘이 된다

 

고요한 시간에 샘이 된 초는

피멍든 흔적 가라앉혀

빛을 만들고

그 빛으로 이슬 떨군 사람

길 비추어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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