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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잘 해놨네~깔끔하고.
게시물ID : lovestory_83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2
조회수 : 53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9/18 13:44:29
집 잘 해놨네~깔끔하고.

 

설거지 쌓여있다더니 그릇 세 개밖에 없는데 쌓여있다고 했네?
집도 더럽지도 않구만.

 

.........

 

니가 꼭 뭐가 안 돼도 돼. 이효리가 그랬잖아. 아무나 되라고. 꼭 지금 무엇이 되겠다고 지금 정하지 않아도 돼.
아무나 돼도 돼.

 

앞으로 그냥 밥 먹고 살면 뭐 어때. 지금 너 잘 해놓고 살고 있잖아. 방 깨끗히, 냉장고에 반찬들도 차곡차곡 주말마다 잘
만들어놓고 있고,
설거지 쌓아놨다고 하는데 겨우 저것밖에 없으면서 쓰레기같이 해놨다 그러고.

 

돈 벌고, 그 돈 차곡차곡 잘 모으고 있고, 허튼 데 돈 안 쓰고 아끼고,
너는 너 자신이 신경쇠약이라 그러는데, 괜찮아. 잘하고 있어.

 

신경쇠약이라 하기엔 집도 깨끗하고 매주 주말마다 해야 할 일 잘 하고 있네. 열심히 여기저기 잘 다니고.
너처럼 자기 자신에 대해 검증하고, 엄격하게 평가하는 거면 적어도 조증은 아닌 거지. 그냥 넌 해야 할 일이 많다고 생
각해서 그걸 다 지켜내느라 잠을 적게 잔 거잖아. 그만큼 정신적 소모도 큰 거고.
본인이 잠을 적게 자는 게 신경쇠약인지, 조증인지 스스로 구별한 것도 대단한 거야. 자신이 신경쇠약인지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많거든.

 

사람 심리에 대해서 니가 보통 사람보다 훨씬 많이 알고 있을걸?
되게 세세하게 구분을 잘 해. 잘 캐치하고.
그러다보니 나이, 키 맞추는 건 뭐 일도 아니겠지. 원래 눈썰미도 좋은데 그 사람이 꺼내는 대화 주제나 이런 걸 보고,
단순히 근거 없는 자랑을 한다, 이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이 말을 하면서 다른 말을 하는 것까지 다 관찰해
,
'이 사람은 무슨 병이다.' 까지 파악해 내는 거잖아.
그걸로 본인도 관찰하고. ㅋㅋ

 

그런 면에서 너는 진짜 대단해. 보통 사람처럼 생각하지 않잖아. 근데 그게 필요해. 너는 그게 절대 약점이라고 생각하면
안 돼. 니가 보통사람과 달라서, '나는 보통 사람들과 달라서, 사람들이 싫어하고 이상하게 본다.' 이거에 대해서 약점이
라고 생각하면 안 돼.

 

나는 네가 기자같다고 생각했어. 인터뷰를 굉장히 잘해. 상대가 잘 알 만한, 상대의 필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거든. 너는
진짜 모르는 분야가 없는 것 같아. 어떤 사람을 갖다 놔도 그 사람만 알고 있을 만한 전문적인 분야에 대해서도 넌 이야
기를 꺼내면서, 또 그 사람이 자기 분야에 대해 자랑하면서 설명할 수 있게, 또 보통 사람 수준에 맞춰서 질문을 던지잖
. 난 네가 그거 일부러 그러나 했어. 얘가 지금 다 알면서, 적당히 보통 사람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그리고 상대가 전문
적으로 그걸 길게 풀어 말할 만한, 그런 질문들을 하니까. 너는 진짜 기자 같다고 생각했어. 상대방이 잘 알고 있을 분야
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 그래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 같아. 되게 재미있어지고 너랑 이야기하면. 너는
또 아는 것도 많고.

 

, 네가 의도하지 않았고, 정말 그 분야에 대해 실무자에게 더 듣고 싶고, 알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 그런
걸 또 잘 이야기해 주는 사람만 찾아다니는 것 같아. 널 보면. 그런 거 보면 또, 상대가 편안하게 말할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렇다기보다 정말로 네가 알고 싶은 게 많아서 배우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걸 잘 이야기해 줄 만한 사람을 찾는 것 같
기도 해. 니가 꼭 그런 인터뷰하는 기술, 사람과 대화를 하기 위해 질문을 던진다, 이런 처세술이 아니라.

 

재밌잖아. 그런 이야기 듣는 거.

 

그리고 너는 그러면서 너에 대해 노출을 하지. , 대화는 모든 것이 다 그렇듯이 give & take 니까, 너는 너를 드러내고,
상대도 자신을 드러내고, 그러길 원하는 것 같아. 물론, 그게 맞고. 그리고, 스스로 약점을 더 과장해서 드러내서, 상대가
어느 정도의 인성을 갖고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하는 것 같아. 물론 그 와중에 상처도 정말 많이 받는 것 같아서 굉장히
안타깝기도 해. 왜 굳이 너를 드러내서 상처를 받으려고 할까, 이해가 안 갈 때도 있어.

 

가령, "나는 사회생활을 잘 못해, 전략적 사고를 잘 못해, 회사생활을 어려워 해." 라는 말, 안 해도 되는데 이런 이야기를
굳이 드러내서, 또 굳이 자기 스스로 '못 한다.' 라고 말할 건 뭐인가, 라는 생각도 들었거든.
근데 나는 네가 어떤 애인지 아니까, 이걸 왜 말하는지도 알겠어.
아예 그냥 대놓고, 못 한다고 말하고, 그런 모자란 사람을 상대가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싶은 거잖아.

 

근데 내가 안타까운 점은 뭐냐면,
그렇게 모자란 사람을, 안타까워하게 여기거나 보듬어주는 사람이 잘 없단 말이지. 없을 뿐더러 나쁘게 보는 거.
거기서 네가 상처 받는 거잖아. 니가 그렇게 인터뷰도 잘 하고 사람들하고 대화도 잘 나누는 좋은 성격인데도.
왜 너를 스스로 낮춰 말해서 상처를 받느냔 말이야.

 

불안함을 가지는 게, 진짜 많은 상황에서 장애를 가져오지. 너는 불안해 할 필요가 없는 아이인데도 말이야. 내가 봤을 때
.
너 고등학교때,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 했잖아. 술도 잘 하고.ㅋㅋㅋ
그래도 자존심이 있다고 담배는 안 피우고.

 

대학교 와서도 운동하고 니 꿈 계속 이어가는 걸 봤을 때 멋있었어. 되게.
그 뒤에 대기업도 척척 붙고, 대학교 교직원 됐다고 했을 때, 나는 이제 니가 결혼만 하면 된다 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눈물 흘릴 정도로 약해질 줄 몰랐어.

 

나는 니가, 고등학교 때 너는 눈물이 없는 애인 줄 알았거든. 아예 눈물을 안 흘릴 것 같았어. 어떤 상황에서도 안 울 것
같아서 니가 운다는 게 상상이 안 됐어. 지금도 그래.
물론 네가 마음이 약하고 그런 건 알겠지만 그래도 은근히 또 사회생활 하고 공부하고 이럴 땐 또 되게 강하고, 나약하지
않고,
작은 몸집으로 운동하고 이런 거 보면, 진짜 너는 강해보였거든.
대학교때에도 마찬가지였어. 다 너 쎈캐로 봤지, 약하다고 보지 않았거든.
욕도 잘하고 술도 잘하고, 뭐 너는 마음만 먹으면 다 하는 애 같아서,

 

얘는 언제 울까? 이게 궁금해질 정도였어.
나 말고도 다들 궁금해했을 걸?

 

언젠가서부터 서서히 니가 약해지는 것 같더니,
어느 순간 얘가 만나서 말수도 적어지고, 너무 조용해서 정말 무슨 일이 있나 싶었어.
근데 올해 돼서 보니까 니가 살이 쪽 빠져 있는 거야.

 

원래도 날씬하긴 했는데 너무 말라버려서,
물어보니까 잠도 2시간 잔다 하고.
무슨 일 있는 거냐고 물어도 뭐 늘 똑같다고만 이야기하고.
회사 이야기도 들어서 알고 있긴 한데,
난 그것보다도 네가 자신감 없어하면서, 또 너무 너를 엄격하게 대하면서 괴로워하고 있어서,

 

너 그냥 있는 그대로도 괜찮은 놈이라고.
말해주고 싶었어.

 

니가 꼭 뭐가 되지 않아도 넌 내 친구야. 언제까지나.
니가 꼭 의대에 가서 의사가 되지 않아도, 교직원이 아니어도, 백수여도, 뭐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도, (실제로는 하고
싶은 게 많은 거 알아) 하고 싶은 게 많지만 잘 할 자신이 없다고 말해도,
어떻게 해도 너는 내 친구야.

 

자신 없어도 돼. 자신없으니까 포기해, 라는 말이 아니야. 네가 꼭 뭐를 되려고, 더 나이들기 전에, 더 늦기 전에, 이런 말
로 너를 압박하고 곤두세우고 촉박하게 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야.

 

니가 좋아하는 게 뭐냐고 물으면, 너는 평생 공부만 하고 싶다고 했잖아. 책 읽고 공부하고.
꼭 뭐가 되지 않아도, 지금 그렇게 살아. 꼭 그걸 통해서 뭘 하려고 하지 말고, 지금, 매일 공부하고, 매일 책 읽고.

 

이미 그러고 있잖아.
사람들이 추구하는 그런 가치에 대해서 너는 관심 없잖아. 그래서 그런 세속적인 주제 이야기하는 거 끼고 싶어하지도
않고, 그런 걸 바라는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거 신경쓰고 싶지 않아서 매번 주말에 일부러 시간 없다 잔다 말하고 혼자 돌
아다니잖아. 나한테는 혼자 있고 싶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좀 안 친한 사람들한테는 약속 있다거나 피곤해서 잔다고
거짓말 치고 ㅋㅋ

 

불안해하지 마. 남들이 그냥 네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가치들을 중요하게 여기니까, 너한테서 이것저것 오해하는 것일
뿐이야.
, 꼭 뭐가 안 되면 뭐 어때.
니 정신건강이 제일 중요해.
니가 솔직히 백수로 지내면서 매일 너 공부하고 싶은 것 공부하고, 매일 책 읽고, 글 쓰고, 그러면서 시간 보내는 거,
그게 왜 나빠. 그거를 한심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거나, 그런 사람들의
눈에 맞춰 살거나, 니가 그 사람들의 눈에 눌려서 기죽지 않아도 돼. 니가 행복하게 사는 삶이 최종 목표인데, 왜 꼭 뭐가
돼야 되냐?

 

너 안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어.
니가 입사한 회사들, 다 아무나 못 들어가.

 

야 솔직히 신경쇠약, 우울증이 의치약 선수과목 들으러 주말에 대학교 가서 하루에 12시간씩 강의 듣고 생명과학 학부생
들한테 개설한 수업 회사다니면서 듣는 거, 그거 보통 일 아니야. 우울증인 사람이 그렇게 다닐 리도 없고.
신경쇠약이라 하지만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되게 잘 알아.
지금 뭘 결정하지 않아도 돼.
심신이 지쳤으니까.
지금처럼 주말에 콘서트 다니고, 오케스트라 공연 보고, 공부할 것 찾아보고, 잔디밭에 누워 쉬고,
그러면서 지내.

 

그래도 돼.

 

사람들하고 대화하고 어울리는 것,
무서워하지 말라고 많은 사람들이 네게 말하겠지만, 무서워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굳이 상대를 편하게, 그리고 상대가 원하는 걸 맞춰야 할 필요 없다는 거야.
넌 너무 착해.
그래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배려해주려고 하지.

 

넌 진짜 그럴 때 보면 진짜 외국에서 온 애같아. 매너 같은 게.
진짜 넌, 같이 학창시절 보냈는데도, 대학교를 다른 데로 가고 니가 외국에 좀 많이 가서 그런지,
매너가 뭔가 외국인같아.

 

지금 너 보고, 뭐가 되라고 하지 않을게.
어차피 너는 뭐든 니가 하기로 정하면 그걸 해내는 애니까.
여지껏, 지금 32살때까지 줄곧 넌 그래왔던 것 같아. 그걸 해야겠다, 라고 말하고 몇 달 뒤 보면 그게 돼 있어. . 너는 그
랬었어.
그래서 난 니가 지금 놀고 있다 하더라도 걱정이 되지 않아.
물론 다른 사람들은, 지금 니가, 이렇게 힘이 없고, 걱정 많고, 불안해하고, 잘 모르고 이러니까, '별거 없구나' 생각하겠지
.

 

근데 나는 네가 잘 될 거라는 거 알아. 막연히 '잘 될 거야.' 라는 위로의 말이 아니라,
그냥 너를 보면 니가 이렇게 힘들어해도, 잘할 것 같아. 그래서 너를 보면 뭔가 걱정이 없어.
너희 부모님도 그런 말 하지 않았냐?

 

, 이렇게 내면을 들여다보는 사람, 흔치 않아.
다들 겉으로 내보내는 '표현' 만 보고 생각하지, 그게 왜 나왔는지, 얘의 일생을 통틀어 얘는 어떤 애였는데 지금은 어떤
건지, 이런 것까지 생각 못 하지.

 

솔직히, 이런 사람 찾고 싶은데, 그런 남자가 없어서 연애 안 하고 있는 거잖아. 포기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니가 안 하는 게 더 맞지. 그리고 솔직히, 가려서 만나야 할 필요도 있는 거고. 너를 한심하게 보거나 앞으로 한심하게 볼
사람을 가려내는 거, 그게 제일 중요한 건데, 대부분은 비슷한 생각들을 하니까, 아예 연애를 안 하려고 하는 거겠지.
그리고 그것과 더불어 넌 호기심이 많은 애니까, 이것저것 묻고 싶은 게 많겠지. 알고 싶은 거 많고, 그리고 네가 그렇게
방어적이거나 전시상태일 필요가 없는, 너를 편안하게 해 주는 사람, 너 보고 이상하게 느끼거나 특이하다고 하지 않는
사람, 설령 네가 진짜 사회생활을 못 하더라도, 그걸 낮게 보지 않는 사람.

 

솔직히 사회생활 못 하는 거 아니야 너. 못하지 않아. 너를 보면.
그냥 다른 거지.
사회생활 못 한다는 표현이 너한테 어울리지 않아.
사람 심리를 그렇게 잘 알고, 구별해 낼 줄 알고.

 

사회생활 못한다고 하기엔 너무 말을 유려하게 잘 해.
사회생활할 때 어떤 말을 해서 상대방을 어떻게 의전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고. 사람 파악 잘 하고.
다만 니가 너무 착해서 그렇지.

 

공격하는 말을 안 하거나 못 하는 게, 사회생활 못 하는 건 아니야.
, 충분히 그럴 필요가 없다고 느껴져서 안 하는 거잖아.
상대방을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근데 니가 속한 곳이 사람대 사람을 다 신뢰하지 못하고, 뒷말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으니까 니가 미치려고 하는 거지.

 

너는 그렇지 않은 애니까.

 

공격하는 말을 할 필요도 없고, 그에 대한 방어도 할 필요가 없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 거잖아.
크든 작든, 사람들 간에, 목적을 숨기고 에둘러서 표현하고, 또 네가 말하는 것도 곧이 곧대로 안 듣고 꼬아서 듣는 사람
들때문에 불편한 거잖아.

 

신기하게 너는 기획서나 사업계획서도 잘 쓰고, 남 설득하는 글 되게 잘 쓰고
말도 수려하게 잘 하면서,
여우같은 행동같은 건 또 못 하더라. 일부러 ~척 하는 걸 못한다는 거지. 여우가 곰인 척 하는 줄 알았는데 넌 그냥 곰이
.ㅋㅋ
일할 땐 철두철미한데 말할 땐 세상 무지한 순둥이 같이 마냥 밝고 사람을 좋아해.

 

그러니 여우같은 여자애들 사이에서 있을 때 맨날 괴롭힘 당하지. 맨날 오해받고.
물론 양아치같은 남자애들이나 덜떨어지고 이기적인 남자애들 만나면 고생도 할 테고.

 

 

, 남들은 너보고, 너도 좀 맞출 필요가 있다, 너도 그런 걸 좀 배워라, 닮아라 하는데,
니가 꼭 그런 사람들하고 닮아야 돼? 그런 여우같은 거? 난 니가 그런 거 없는 게 더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너 있는 그대로 성격 진짜 괜찮아.

 

여우같은 여자애들보다 백 배 나아.
니가 거짓말을 하면서 사람을 호구로 보기를 해, 뒤통수를 쳐, 돈을 펑펑 써, 아니잖아?

 

순둥이 같은 애가 점점 이상한 사람들 만나서 그런 사람들 대처하느라 이상하게 방어적이 되느니,
천천히 책 읽으며 관조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네가 꼭 뭘 되려고 하지 않고, 이런 니가 어디에 있어야 할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넌 있는 그대로, 괜찮은 애야.

 

 

 

아참, 스트레스 받아서 피아노 친다는 거, 그것도 창피하게 여기지 마. 너 자랑하는 거 아니라는 거 알아. 스트레스가 극
심할 때 피아노 친다고, 계속해서 너는 네가 멋지지 않고 자긴 정신적으로 쇠약해서 피아노를 칠 뿐이라고 자신을 낮추
려고 하는데,
어쨌든 그렇게 피아노에 열중하려고 하고, 스트레스를 나쁜 방식으로 풀려고 하지 않고 좋은 방향으로 풀려고 하는 거잖
. 그럼 좋은 거지. 니가 스트레스가 극심하다는 게 니가 잘못된 게 아니야. 뭐 스트레스가 심할 수도 있지. 남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도 있지, 그게 왜 니 잘못이야.
그리고 그런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어딘가에 열중하려고 하는 모습 그 자체가 대단한 거지.
꼭 니가 피아노를 잘 쳐서 멋지고, 예뻐보이고, 그렇다기보다, 네가 스트레스를 굉장히 좋은 방식으로 승화하는 모습이
멋져. 멋진 거야 그거.
자부심 가져도 돼.

 

잘 치는 건 상관없어. 니가 거기에 열중하느라, 다른 걸 잊고, 피아노 치는 것에 몰입하고 , 다 치고 나면 깨끗히 기분이
가벼워지는 게 중요한 거지. 네가 지금 그런 방식으로 스트레스 푸는 거, 굉장히 좋은 거야.

 

스트레스 많이 받고 있다고, 네가 나약하다고, 사회에 적응 못 한다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
어느 정도 나도 이해는 돼, 니가 그렇게 말하는 거. 그렇게 말함으로써, 상대가 너를 한심하게 보는 눈빛을 하는지, 아니
면 안타까워하거나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걸 보려는 거잖아.
그래서 일부러, 너를 있는 그대로 허심탄회하게 드러낸다는 거 알아.

 

혼자 살 생각 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지.
솔직히 너 만나는 남자들, 니가 소개받은 남자들, 다 사짜 들어가는 남자들 아니였냐.
내가 소개해 준 내 친구들이나 동생들만 해도 다 공기업 연봉 쩔고,
니가 따로 소개받은 사람들도 다 사짜 직업이었는데,
또 그 사람들이 더 만나고 싶어하고 결혼도 빨리 하고 싶어하고 너 집에서 놀아도 된다는데도,

 

넌 그거 답답하다고,
치마 입는 거 좋아하면서도, 치마 입는 여자 좋다고 말하는 남자한테는 일부러 자긴 바지입는데 어쩔꺼냐고 꼬장부리고,
너도 참 성격 특이해.ㅋㅋ 그런 거 보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사람을 만나길 원하지? 그래, 네 맘 알아.
너를 힘들게 하고, 눈물 흘리게 하는 남자 만나고 싶지 않은 거잖아. 그리고 니가 그렇게 꼬장 부려도,
매너 있게, 자기 꺼 다 참아가면서, 사랑하는 사람한테 맞춰주는 성격이란 것도 알아.

 

지금 우리랑 있을 때에도 너는 대장 노릇하면서 동시에 많은 사람들 비위 다 맞춰주고 있잖아. 매너 있게.
모두 다 행복하고, 불만이 있지만 말 못하는 약한 애들 마음 먼저 캐치해서 배려하고.
그래서 니가 대장이라는 거지. 우리 중에 제일, 사람 케어 잘 하고.

 

그런 애가 소개팅을 가서는 꼭 그렇게 꼬장을 부리더라. 만나서는 상대 맞춰주면서 얘기하다가
꼭 저렇게 주관이나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개입하는 사람이나 너에 대해 넘겨짚어 판단하는 사람 만났을 땐 곧장 곧바로
딱 얘길 하더라고.

 

그런 거 봤을 때 넌 진짜 외국인 같아.
외국에서 산 애같이.

 

자기 주관 뚜렷한 거 좋지. 남자한테 기대어 살 생각 안 하고, 일하고 싶어하고, 자기 자아실현 하고 싶어하고,
그러니 사짜 직업 가진 남자들 만나도 넌 눈하나 깜빡 안 하고 지 성격 꼴리는 대로 기분 나쁘면 차분한 말투로 퇴짜를
놓지. 그게 더 무서워 진짜 ㅋㅋㅋㅋ

 

모르는 사람들이야 니가 남들 비위 맞출 줄 모를 거다 라고 생각하는데,
너 매너 좋은데 뭐. 매너만 좋아? 좋아하는 사람한테 니꺼 다 포기하면서 살잖아.
안 그래도 돈 아껴쓰는 애가, 남자친구만 만나면 그 남자친구한테 생활도 다 맞춰서 살잖아.
그래도 포기 못하는 게 니 직업이잖아. 어떤 직업이 됐든. 그리고 니 자신.

 

니 자신을 잃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지.
네가 마음이 아프다고 할 때, 아픈 걸 한심하게 보지 않는 사람 만나야지.

 

~ , 어제 순대국 먹었다고?
나도 좀 부르지 그랬냐. 토요일날 오케스트라 공연 잘 보고 와.
나는 니가 오케스트라 보러 간다는 거, 잘난체하려고 오케스트라 본다고 말하는 거 아니라는 거 아니까, 걱정하지 말고.
멋있는 것도, 스트레스 받아서 오케스트라 보는 게 불쌍한 것도, 잘난척 고급스러운 척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알아.

 

그냥 재밌게 잘 보고 와.
귀가 시원해지고 머리가 시원해질 거야.

 

, 너 어쩌다 밥을 5분 안에 다 먹는 애가 됐냐.
예전엔 밥도 천천히 먹는 애였는데,
얼마나 그렇게 급박하길래, 뭐가 그렇게 너를 이렇게 만들었냐. 5분 안에 후딱 밥 먹고, 해치우고, 또 다른 무언가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분초를 다투는,
원래도 에너지 넘치는 애였는데, 이렇게까지 여유없이 니 자신을 다그치진 않았었잖아.

 

넌 있는 그대로, 괜찮은 애야.

 

...........

 

해 지는 걸 구경하듯이, 그렇게 시간이 가는 걸 구경해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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