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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게시물ID : lovestory_83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41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21 19:11:51

사진 출처 : http://natureandbeauty.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lxA7lcNgtL8





1.jpg

이성복차라리 댓잎이라면

 

 

 

형은 바다에

눈 오는 거 본 적 있수?

그거 차마 못 봐요미쳐요

 

저리 넓은 바다에

빗방울 하나 앉을 데 없다니

차라리 댓잎이라면 떠돌기라도 하지

 

백년 뒤 미친 척하고

한번 와볼까요

백년 전 형은 또 어디 있었수?

백년 전 바다에

백년 뒤 비가 오고 있었다

젖은 그의 눈에 내리다마는 나는 빗줄기였다







2.jpg

신해욱한 사람




모르는 사이 나는 무언가에

이마를 부딪혔다

넘어지지야 않았고

휘파람도 불었지만

이건 어쩐지 바닥에 누운 자세

내 목은 약간 빳빳하고

아직은 이마 위를 지나가는

차가운 구름을 느낀다

어쩌면 이마에 흘러내린

한 올의 차가운 곱슬머릴지도

구름이 구름에 섞이고

얼마쯤 나는 바닥으로 쏟아진다

물론 누운 적은 없지만

이건 어쩐지

너무 낮고도 고른 자세

눈을 뜨면

약간 기울어진 하늘이 보이고

절반쯤만 나는 일어난다

무엇인가 어깨를 치고 간다

그림자는 나보다 조금씩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다







3.jpg

노향림꽃들은 경계를 넘어간다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세상은 아주 작은 것들로 시작한다고

부신 햇빛 아래 소리없이 핀

작디 작은 풀꽃들

녹두알만 한 제 생명들을 불꽃처럼 꿰어 달고

하늘에 빗금 그으며 당당히 서서 흔들리네요

여린 내면이 있다고 차고 맑은 슬픔이 있다고

마음에 환청처럼 들려주어요

날이 흐리고 눈비 내리면 졸졸졸

그 푸른 심줄 터져 흐르는 소리

꽃잎들이 그만 우수수 떨어져요

눈물같이 연기같이

사람들처럼 땅에 떨어져 누워요

꽃 진 자리엔 벌써 시간이 와서

애벌레처럼 와글거려요

꽃들이 지면 모두 어디로 가나요

무슨 경계를 넘어가나요

무슨 이름으로 묻히나요







4.jpg

이정록붉은 풍금새

 

 

 

누나하고 부르면

내 가슴속에

붉은 풍금새 한 마리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올린다

 

풍금 뚜껑을 열자

건반이 하나도 없다

 

칠흙의 나무궤짝에

나물 뜯던 부엌칼과

생솔 아궁이와 동화전자주식회사

야근부에 찍던 목도장

그 붉은 눈알이 떠 있다

언 걸레를 비틀던

곱은 손가락이

무너진 건반으로 쌓여있다

 

누나하고 부르면

내 가슴속사방공사를 마친 겨울산에서

붉은 새 한 마리

풍금을 이고 내려온다







5.jpg

조용미매월당

 

 

 

신어(神魚)는 아홉 번 변해 천 리를 날았고

큰 새는 3년 쉬었다 한 번 크게 날려 했다는데

아홉 번 몸이 변하는 고통을

물고기는 어떻게 견뎌내었나

 

땅보다 낮은 물 아래 사는 것들도

비상의 꿈으로 몸을 트는데

사람의 뜻은 어디까지

치솟을 수 있는 것일까

 

제 비늘을 떼어내 날개를 달려 했던 물고기

김시습은

몇 번이나 몸을 바꾸었던 것인가

그의 몸에서 나온 사리는 그가

몸을 바꾸었던 흔적

 

훨훨 천리를 날고 싶었던 물고기의

몸을 바꾸고 또 바꾸어 그 가벼움의 끝에

돋아난 날개는

날개는

 

무량사 가요

성주산 어귀 골짜기마다 깊숙히 꽃을 감추고 있는 화장(花藏)골 지나 꽃고개 넘어

몸 안에 사리를 감추고 살았던 매월당 만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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