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게시물ID : lovestory_836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36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0/20 20:06:24

사진 출처 : http://cryinvxg.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qZ3Dl3bvXew





1.jpg

이향아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행복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들떠오른 대낮이 짚재처럼 가라앉고

어두운 골목 질컥이는 길로

헤어졌던 사람들이 모이는 저녁

두근대는 가슴에 손을 얹으면

나는 행복하다

땡삐떼 그 속을 용케 지나서

계절풍에 날아온 그림엽서 한 장

마구 그립다고 박아 쓴 글씨

옛친구의 목소리가 눈물겹게 행복하다

벚꽃이 희게 지던 봄밤

젊음과 꿈밖에는 가진 것이 없다면서

··

그 사람이 여윈 손을 내밀었을 때

나는 소리 죽여 울고 싶었다

혹은 슬픔처럼

혹은 아픔처럼

행복은 날마다 몇 번씩 온다

자리에 누워 눈을 감으면

행복이 그다지 어려운 건 아니다






2.jpg

김수영푸른 하늘을

 

 

 

푸른 하늘을 제압하는

노고지리가 자유로웠다고

부러워하던

어느 시인의 말은 수정되어야 한다

 

자유를 위하여

비상(飛翔)하여 본 일이 있는

사람이면 알지

노고지리가

무엇을 보고

노래하는가를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혁명은

왜 고독해야 하는 것인가를







3.jpg

나태주눈부신 세상

 

 

 

멀리서 보면 때로 세상은

조그맣고 사랑스럽다

따뜻하기까지 하다

나는 손을 들어

세상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자다가 깨어난 아이처럼

세상은 배시시 눈을 뜨고

나를 향해 웃음 지어 보인다

 

세상도 눈이 부신가 보다







4.png

안효희아버지의 밥그릇

 

 

 

언 발이불 속으로 밀어 넣으면

봉분 같은 아버지 밥그릇이 쓰러졌다

늦은 밤 발씻는 아버지 곁에서

부쩍 말라가는 정강이를 보며

나는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아버지가 아랫목에 앉고서야 이불은 걷히고

사각종이 약을 펴듯 담요의 귀를 폈다

계란부침 한 종지 환한 밥상에서

아버지는 언제나 밥을 남겼고

우리들이 나눠먹은 그 쌀밥은 달았다

이제 아랫목이 없는 보일러방

홑이불 밑으로 발 밀어 넣으면

아버지그때 쓰러진 밥그릇으로

말없이 누워 계신다






5.jpg

박라연생밤 까주는 사람

 

 

 

이 사람아

산 채로 껍질을 벗겨내고

속살을 한 번 더 벗겨내고

그리고 새하얀 알몸으로 자네에게 가네

이 사람아

세상이 나를 제아무리 깊게 벗겨놓아도

결코 쪽밤은 아니라네

그곳에서 돌아온 나는

깜깜 어둠 속에서도 알밤인 나는

자네 입술에서 다시 한 번

밤꽃 시절에 흐르던 눈물이 될 것이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