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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지
게시물ID : lovestory_838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389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11/04 21:22:43
사진 출처 : https://andreainesfotografia.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FIiSJQ71Oh8




1.jpg

이면우소쩍새 울다

 

 

 

저 새는 어제의 인연을 못 잊어 우는 거다

아니다새들은 새 만남을 위해 운다

우리 이렇게 살다가누구 하나 먼저 가면 잊자고

서둘러 잊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아니다 아니다

중년 내외 두런두런 속말 주고 받던 호숫가 외딴 오두막

조팝나무 흰 등 넌지시 조선문 창호지 밝히던 밤

잊는다 소쩍 못 잊는다 소소쩍 문풍지 떨던 밤







2.jpg

서홍관

 

 

 

나에게는 꿈이 하나 있지

논두렁 개울가에

진종일 쪼그리고 앉아

밥 먹으라는 고함소리도

잊어먹고

개울 위로 떠가는

지푸라기만

바라보는

열 다섯 살

소년이 되어 보는







3.jpg

이문재노독

 

 

 

어두워지자 길이

그만 내려서라 한다

길 끝에서 등불을 찾는 마음의 끝

길을 닮아 문 앞에서

문 뒤에서 멈칫거린다

나의 사방은 얼마나 어둡길래

등불 이리 환한가

내 그림자 이토록 낯선가

등불이 어둠의 그늘로 보이고

내가 어둠의 유일한 빈틈일 때

내 몸의 끝에서 떨어지는

파란 독 한 사발

몸 속으로 들어온 길이

불의 심지를 한 칸 올리며 말한다

함부로 길을 나서

길 너머를 그리워한 죄







4.jpg

한명희망우리

 

 

 

공동묘지 고랑에서

빈병 줍는 저 늙은이

소줏병 하나에 이십 원씩

 

하루 벌면 버스표 두 개

 

하나는 집에 갈 차비

또 하나는 내일 올 차비

 

죽음에 익숙해지는 재미가 하나

죽음과 가까워지는 재미가

하나







5.jpg

전동균저녁별

 

 

 

산비탈 아래

마당 없는 집 문간방에서

쌀 씻는 소리 들린다

 

온종일 혼자 지낸 뇌성마비 아이가

몸을 비틀며 간신히

울음을 참듯이

 

이 세상 모든 근심을 제 품에 들여

입 꼭 다물고

떨고 있는 별

 

그 빛에 기대어

간고등어 한 손 사들고 귀가하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파란만장

하수구 물소리 쏟아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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