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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게시물ID : lovestory_838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7
조회수 : 54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05 20:47:50
사진 출처 : https://born-tobemild.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eEU2Br8mNJc




1.jpg

정호승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된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는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2.jpg

오탁번고란사에서

 

 

 

고란사 뒤안 절벽 바위 틈에서

한사코 몸을 숨기는

눈썹만한 그대여

낙화암 푸른 전설 다 안다는 듯

천년 묵은 소나무는

굵은 뿌리를 바윗가에 드러내고

강물결 춤출 때마다

금빛 솔잎 따갑게 흔들리는데

눈씻고 보아야

겨우 눈에 띄었다가는

햇빛 비치면 다시 몸을 숨기는

고란초여

이제는 다 흘러가버린

천년 전의 사랑

아직도 못 잊겠다는 듯

그늘에 숨어서도

제 모습 부끄럽다 하네

비에 젖은 눈썹 훔치며

목숨과 바꾼 사랑

남 몰래 속삭이고 있네







3.jpg

유재영꽃과 관련하여

 

 

 

꽃은 수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수직으로 떨어지는 것은

꽃의 패배를 의미한다

바람의 곡선을 따라

떨어지는 꽃의 영광

지금 바람은

오직 한 점의 꽃을 위하여

곡선으로 존재한다

떨어지는 꽃잎을 받기 위하여

누워 있는 풀잎의 일생

그러나 바람은 아직 불지 않았다







4.jpg

정희성,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나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 한 빛나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5.jpg

김광규묘비명(墓碑銘)

 

 

 

한 줄의 시는 커녕

단 한 권의 소설도 읽은 바 없이

그는 한평생을 행복하게 살며

많은 돈을 벌었고

높은 자리에 올라

이처럼 훌륭한 비석을 남겼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문인이

그를 기리는 묘비명을 여기에 썼다

비록 이 세상이 잿더미가 된다 해도

불의 뜨거움 굿굿이 견디며

이 묘비는 살아 남아

귀중한 사료(史料)가 될 것이니

역사는 도대체 무엇을 기록하며

시인은 어디에 무덤을 남길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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