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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게시물ID : lovestory_839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3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1/16 18:08:37
사진 출처 : http://amerikans.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jdg3A_2sWW0




1.png

강은교아주 오래된 이야기

 

 

 

무엇인가 창문을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르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2.jpg

고재종그리운 죄

 

 

 

산 아래 사는 내가

산 속에 사는 너를 만나러

숫눈 수북이 덮힌 산길을 오르니

산수유 고 열매 빨간 것들이

아직도 옹송옹송 싸리울을 밝히고 서 있는

네 토담집 아궁이엔 장작불 이글거리고

너는 토끼 거두러 가고 없고

곰 같은 네 아내만 지게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와 몸 녹이슈한다면

내 생의 생생한 뿌리가 불끈 일어선들

그 어찌 뜨거운 죄 아니랴

포르릉어치가 날며 흩어놓는

눈꽃의 길을 또한 나는 안다







3.jpg

김경주나무에게

 

 

 

매미는 우표였다

번지 없는 굴참나무나 은사시나무의 귀퉁이에

붙어살던 한 장 한 장의 우표였다 그가

여름 내내 보내던 울음의 소인을

저 나무들은 다 받아 보았을까

네가 그늘로 한 시절을 섬기는 동안

여름은 가고 뚝뚝 떨어져 나갔을 때에야

매미는 곁에 잠시 살다간 더운

바람쯤으로 기억될 것이지만

그가 울고 간 세월이 알알이

숲 속에 적혀 있는 한 우리는 또

무엇을 견디며 살아야 하는 것이냐

 

모든 우표는 봉투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사연이다

 

허나 나무여 여름을 다 발송해 버린

그 숲에서 너는 구겨진 한 통의 편지로

얼마나 오래 땅 속에 잠겨 있어 보았느냐

개미떼 올라오는 사연들만 돌보지 말고

그토록 너를 뜨겁게 흔들리게 했던 자리를

한번 돌아보아라 콸콸콸 지금쯤 네 몸에서

강이 되어 풀리고 있을

저 울음의 마디들을 너도 한번

뿌리까지 잡아 당겨 보아야 하지 않겠느냐

 

굳어지기 전까지 울음은 떨어지지 않는 법이란다







4.jpg

김남조서시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더 기다리는 우리가 됩시다

더 많이 사랑했다고 해서

부끄러워 할 것은 없습니다

 

더 오래 사랑한 일은

더군다나 수치일 수가 없습니다

요행히 그 능력이 우리에게 있어

행할 수 있거든

부디 먼저 사랑하고

더 나중까지 지켜주는 이가 됩시다

 

사랑하던 이를 미워하게 되는 일은

몹시 슬프고 부끄럽습니다

설혹 잊을 수 없는

모멸의 추억을 가졌다 해도

한때 무척 사랑했던 사람에 대하여

 

아무쪼록

미움을 품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5.png

문인수달북

 

 

 

저 만월만개한 침묵이다

소리가 나지 않는 먼 어머니

그리고 아무런 내용도 적혀있지 않지만

고금의 베스트셀러 아닐까

덩어리째 유정한 말씀이다

만면 환하게 젖어 통하는 달

북이어서 그 변두리가 한없이 번지는데

괴로워하라비수 댄 듯

암흑의 밑이 투둑타개져

천천히 붉게 머리 내밀 때까지

억눌러라오래 걸려 낳아놓은

대답이 두둥실 만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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