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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겨울, 눈, 나무, 숲
게시물ID : lovestory_841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2
조회수 : 37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14 18:15:31

사진 출처 : https://uandromedae.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UcjRQEiXsL8





1.jpg

최하림모자도 쓰지 않고

 

 

 

모자도 쓰지 않고 신발도

신지 않고 그리운 그대

건들건들 들녘을 넘어가네

저녁 바람에 의지해서 가네

돌아보면 길들은 잡초에 묻힌 채로

구불거리며 흘러가고 한밤중에는

달과 함께 마을에 떠올라

골목을 비추네 골목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하구로 흘러가고

질그릇들이 둥둥 떠서

썰물 같은 고요를 한 아름

안고 있네 슬픔 안 사람이

새벽 일찍 오리백숙탕 집을 빠져나와

그의 길을 가네 나무에 앉은

새들이 푸드덕 날아가네

새들을 보며 그리운 그대

건들건들 가네






2.jpg

한택수나의 삶 저편에는

 

 

 

나의 삶 저편에는 강릉의 햇볕이

다사로이 비치어라

소나뭇가지 그늘을 지어

이름 모를 들꽃도 낮잠에 들고

새들은 노래하듯

쉬어라

 

나의 삶 저편에는

아이야

아버지의 어리석음을 깨우치지 말고

너의 삶을 꿈꾸듯

나의 노래를

들어라

 

나의 삶 저편에는 강릉의 햇볕이







3.jpg

안재동나무와 바람

 

 

 

바람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선 나무는 고독하지 않다

 

바람이 때때로

나무의 곤한 밤잠을 깨우거나

술취한 듯 비틀거리며 다가와

몸을 심하게 흔드는 심술 때문에

나무는 여간 짜증스럽지 않지만

바람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전해주기도 하고

한여름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식혀주기도 한다 그래서 때론

나무가 바람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무는 바람을 좋아하진 않는다

여름날엔 가끔

바람이 노기 띤 얼굴로 들이닥쳐

주위에 있는

작은 나무들의 몸통을 뿌리째

뽑아놓고 사라지곤 했기 때문이다

 

나무는 바람을 믿지도 않는다

한 번 지나간 바람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는 항상 처음 보는 바람과

악수를 나눈다







4.jpg

기형도겨울나무

 

 

 

눈은

숲을 다 빠져나가지 못하고

여기저기 쌓여 있다

 

"자네인가

서둘지 말아"

그가 쓰러진다

날카로운 날인을 받으며

 

나는 나무를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홀로 잔가지를 치며

나무의 침묵을 듣는다

"나는 여기 있다

죽음이란

가면을 벗은 삶인 것

우리도우리의 겨울도 그와 같은 것"

 

우리는

서로 닮은 아픔을 향하여

불을 지피었다

 

창 너머 숲속의 밤은

더욱 깊은 고요를 위하여 몸을 뒤채인다

 

내 청결한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나는 부재(不在)할 것이다

타오르는 그와 아름다운 거리를 두고

그래심장을 조금씩 덥혀가면서

 

늦겨울 태어나는 아침은

가장 완벽한 자연을 만들기 위하여 오는 것

그 후에

눈 녹아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우리의 봄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5.jpg

김영승나팔꽃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은

뒷뜰 나무담장에서도 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은

밤새도록 하늘은 썩고

하늘은 물이 되고

물이 되어 맺힌다 눈물이 되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이 되어

빨간 살점 위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 위에

그리고 웃는다

찢어진 나뭇잎 새로

햇살은 방울방울 구비구비 흐르고

내가 입술을 대기 전에

벌써 떨린다

내가 입술을 대면

주르륵 흐르는 눈물

그러나 나는 먼저 울고 있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입술은

빨갛게 타오르다가

내가 입술을 떼기 전에

내 발에 밟힌다

그리고는 또 언제나 그랬던 여름을 보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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