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게시물ID : lovestory_8452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19 17:42:25
사진 출처 : https://br4vetrave1er.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G97vN2oiZG8




1.jpg

정한모어머니

 

 

 

어머니는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그 동그란 광택(光澤)의 씨를

아들들의 가슴에

심어 주신다

 

씨앗은

아들들의 가슴속에서

벅찬 자랑

젖어드는 그리움

때로는 저린 아픔으로 자라나

드디어 눈이 부신

진주가 된다

태양이 된다

 

검은 손이여

암흑이 광명을 몰아내듯이

눈부신 태양을

빛을 잃은 진주로

진주로 다시 쓰린 눈물로

눈물을 아예 맹물로 만들려는

검은 손이여 사라져라

 

어머니는

오늘도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로

진주를 만드신다







2.jpg

나태주국민학교 선생님

 

 

 

아이들 몽당연필이나

깎아주면서

아이들 철없는 인사나 받아가면서

한 세상 억울한 생각도 없이

살다 갈 수만 있다면

시골 아이들 손톱이나 깎아주면서

때묻고 흙묻은 발이나

씻어주면서 그렇게

살다 갈 수만 있다면







3.jpg

마광수우리들은 포플러

 

 

 

포플러는 오늘도 몸부림쳐 날아오르고 싶어한다

놓쳐버린 그 무엇도 없이

대지의 감미로움만으로는 아직 미흡하여

 

다만 솟구쳐 날아오르는 새가 부러워

끝간 데 없이 뻗어나간 하늘이 부러워

바람이 부러워

포플러는 자유의 의미도 모르는 채

언제껏 손을 쳐들고

흔들고만 있다

 

날아오르라날아오르라날아오르라

땅속에 묻어버린 꿈역사에 지친 생활의 빛에

체념권태로 하여 잊어버린

네 생명의 자존심 섞인 의지에

 

아무리 흔들어 보아도 손에 잡히지 않지만

아픔도 잊고 세월도 잊고 사랑도 잊고

포플러는 오늘도 안타깝게 손을 휘저어 본다

 

명백히 놓쳐버린

그 무엇이라도 있다는 듯이







4.jpg

박제천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안개꽃 뒤에 뒷짐을 지고 선 미루나무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들판에 사는 풀이며 메뚜기며 장수하늘소도

내게 말을 걸어왔다

 

나도 누군가에게 그 말을 옮겼다 반짝이는

창유리에게창유리에 뺨을 부비는 햇빛에게

햇빛 속의 따뜻한 손에게도 말을 옮겼다

집도 절도 차도젓가락도 숫가락도구름도 비도

저마다 이웃을 찾아 말을 옮겼다

 

새들은 하늘로 솟아올라 그 하늘에게

물고기들은 물밑으로 가라앉아 그 바닥에 엎드려

잠자는 모래에게

아침노을은 저녁노을에게

바다는 강에게 산은 골짜기에게

귀신들은 돌멩이에게

그 말을 새겼다

 

빨강은 파랑에게 보라는 노랑에게슬픔은 기쁨에게

도화지는 연필에게우리집 예쁜 요크샤테리어종

콩지는 접싯물에게태어남은 죽음에게

그리고 나는 너에게







5.jpg

김성덕양파를 벗기다 보면

 

 

 

작은 알맹이라도 찾으려고

한 겹

또 한 겹을 벗기고 보면

자꾸 얇아져 가는 허연 껍질들

그렇게 벗기다 보면

마지막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한 발자국

또 한 발자국을 내딛을 때마다

되돌아보기라도 하면 숨어 늘 딴청 피는

세상도

우리네 삶도

손바닥에 묻어나는 끈적끈적함이나

코끝에 맴도는 매운바람

그 모든 게 양파를 닮았습니다

 

기어이 껍질만 남을 걸 모른 척

우린 무작정 걸어가고 있습니다

때론 껍질도 알맹이라고 우기겠지만

허나

울지 않으려 해도

저절로 눈물이 흐르기도 할 겁니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