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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가 나의 문턱이라는 것
게시물ID : lovestory_847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가입:2012-11-15 방문:1185)
추천 : 3
조회수 : 1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2/12 17:16:15

사진 출처 : http://melisica.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Pk7wxyLUG7E





1.png

정희성희망

 

 

 

그 별은 아무에게나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 별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자기를 들여다볼 줄 아는 사람의 눈에나 모습을 드러낸다







2.png

고희림인력시장

 

 

 

새벽 다섯시의 안개가 억수 같습니다

앞산 네거리에서도 좀 올라간 언덕쯤이었어요

어디서 살다 오는지

사람들이 비인 듯 이슬인 듯 눈물인 듯

희망인 듯 아닌 듯 옵니다

떠듬떠듬 와서는

반벙어리 같은 덩어리 안개입니다

보리피리 같은 건 전설처럼 감감하고

핏국집은 문 닫혀 속 쓰라린데

거멓게 죽은 이파리 달고도 꿈틀거리는 벤자민인 듯

만두피같이 얇은 남자들이

바싹말라 슬퍼 보이는 낙엽

비장하게 타는 연기 둘레에

아슬하게

참말로 아스라이 뭉쳐져 있었습니다

날 밝아오는 앞산은

남자들의 머리카락을 닮은 빛깔을 내기 시작했어요







3.png

정일근어머니의 배추

 

 

 

어머니에게 겨울 배추는 시()

어린 모종에서 시작해

한 포기 배추가 완성될 때까지

손 쉬지 않는 저 끝없는 퇴고

노란 속 꽉 찬 배추를 완성하기 위해

손등 갈라지는 노역의 시간 있었기에

어머니의 배추는 이 겨울 빛나는 어머니의 시()가 되었다

나는 한 편의 시()를 위해

등 굽도록 헌신한 적 없어

어머니 온몸으로 쓰신

저 푸르싱싱한 시(앞에서 진초록 물이 든다

사람의 시()는 사람이 읽지 않은 지 오래지만

자연의 시()는 자연의 친구가 읽고 간다

새벽이면 여치가 제일 먼저 달려와 읽고

사마귀가 뒤따라와서 읽는다

그 소식 듣고 종일 기어온 민달팽이도 읽는

읽으면서 배부른 어머니의 시()

시집 속에 납작해져 죽어버린 내 시()가 아니라

살아서 배추벌레와 함게 사는

살아서 숨을 쉬는 시()

어머니의 시()







4.jpg

박후기꽃기침

 

 

 

꽃이 필 때

목련은 몸살을 앓는다

기침할 때마다

가지 끝 입 부르튼 꽃봉오리

팍팍터진다

 

처음 당신을 만졌을 때

당신 살갗에 돋던 소름을

나는 기억한다

징그럽게 눈뜨던

소름은 꽃이 되고

잎이 되고 다시 그늘이 되어

내 끓는 청춘의

이마를 짚어주곤 했다

 

떨림이 없었다면

꽃은 피지 못했을 것이다

떨림이 없었다면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떨림이 마음을 흔들지 못할 때

한 시절 서로 끌어안고 살던 꽃잎들

시든 사랑 앞에서

나락으로 떨어진다

 

피고 지는 꽃들이

하얗게 몸살을 앓는 봄밤

목련의 등에 살며시 귀를 대면

아픈 기침 소리가 들려온다







5.png

금별뫼문턱

 

 

 

문턱이란 말일세

기하학적으로 보자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가로놓인 직선이지

성벽처럼 완고한 직선 말일세

 

가로놓인 직선을 구십도 돌려

세로로 놓는 거야

섬과 섬말과 말을 이어주는

통로가 되지

생각만 바꾸면 문턱도

소통이 되는 거라구

 

보라구

허물어 허물어져 세상이 환해지지 않는가

 

정작 허물 수 없는 것 하나 있다면

내가 나의 문턱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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