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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인생, 그 쓸쓸함
게시물ID : lovestory_849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59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3/21 17:48:08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BGM 출처 : https://youtu.be/GmCXMBdYIAI





1.jpg

신지혜밑줄

 

 

 

바지랑대 높이

굵은 밑줄 한 줄 그렸습니다

얹힌 게 아무것도 없는 밑줄이 제 혼자 춤춥니다

 

이따금씩 휘휘 구름의 말씀뿐인데

우르르 천둥번개 호통뿐인데

웬걸

소중한 말씀들은 다 어딜 가고

 

밑줄만 달랑 남아

본시부터 비여 있는 말씀이 진짜라는 말씀

 

조용하고 엄숙한 말씀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것인지요

 

잘 삭힌 고요

()의 말씀이 형용할 수 없이 깊어

밑줄 가늘게 한번 더 파르르 빛납니다






2.jpg

강인숙가랑잎

 

 

 

철없이 푸르더니

당돌하게 팔랑거리더니

무엇이 널 낙엽되게 하였나

뒹구는 잎사귀마다 한결같은 아우성

 

너의 품을 떠나고 싶지 않았지

누가 날 예까지 끌어와 아침부터 밤까지

한 계절 쓸쓸함을 노래하게 하는가

 

슬픈 영혼 다독이는 건

안기고 싶은 별빛뿐이어라

둥글게 품은 달빛뿐이어라

지난날들 되짚어 보아도

가랑잎만 서러워라문밖에 있는 나는







3.jpg

마종기방문객

 

 

 

무거운 문을 여니까

겨울이 와 있었다

사방에서는 반가운 눈이 내리고

눈송이 사이의 바람들은

빈 나무를 목숨처럼 감싸안았다

우리들의 인연도 그렇게 왔다

 

눈 덮인 흰 나무들이 서로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복잡하고 질긴 길은 지워지고

모든 바다는 해안으로 돌아가고

가볍게 떠올랐던 하늘이

천천히 내려와 땅이 되었다

 

방문객은 그러나언제나 떠난다

그대가 전하는 평화를

빈 두 손으로 내가 받는다







4.jpg

원기연인생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으나

 

 

 

사람의 냄새가 그립다

나라고 여겼던 나를 잊음으로

새로운 내가 되기를

 

인생그 쓸쓸함

세월이 내린 가혹한 형벌

삶을 구가하던 내가한없이 가여워서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목석이기를 바랐으나

목석이 아니요 사람이라는 것이

 

날카롭게 파고드는 삶의 의문

영혼의 허기진 배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나인생을 위하여

온 몸으로 청춘을 불살랐으나

인생은 단 한번도 나를 위로하지 않았다

 

인생은 나를 위로하지 않았으나

내가 인생을 위로해야겠다

나를 위하여 인생을 안아 주어야겠다







5.jpg


곽재구고등어 장수

 

 

 

어느 날

강변 내 오두막집 앞에

한 고등어장수가 닿았습니다

먼 바다에서 온 그의 고등어들은

소금에 잘 절어 파랗게 빛났습니다

고등어 값은 너무 비쌌답니다

난 이렇게 말했지요

왜 고등어 값이 쌌다가 비쌌다가 그러지요?

먼 바다에서 온 고등어장수가

내게 말했답니다

당신 제일 가까운 곳의 사람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하면서

먼 바다 고등어의 값을 어떻게 셈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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